이미 늦었다고 생각했을때, 정말 늦는다.

2013.06.05 | 탈핵

지난달 28일 신월성 1, 2호기와 신고리 1, 2, 3, 4호기의 주요 부품인 제어케이블의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것이 알려졌다. 이에 신월성1호기와 신고리2호기가 멈춰 섰고, 8일부터는 월성 3호기도 정비에 들어가 전국 핵발전소 23기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0기가 멈출 예정이다.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은 핵발전소의 안전을 검사하는 시험기관이 직접 위조에 가담한 것으로 그간의 비리사건과는 차원이 다른 사건이다. 매번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는 잇따른 비리에 이어, ‘갈 데까지 간’ 핵발전소 문제를 드러낸 이번 사건에 국민들의 불안과 불신이 극에 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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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윤상직 산업부장관은 전례 없는 전력수급 위기라며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을 발표했다. 보도자료를 통해 전력수급 대책과 함께 ‘이번 여름만 무사히 넘기면 내년 여름부터는 대규모 신규발전기 준공으로 전력난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되는 바,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절전노력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또 대국민 동참을 위해 ‘올여름만 넘기면 내년 여름부터는 전기 문제로 불편을 드리지 않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대국민 소통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방송언론은 연신 핵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인한 전력수급 ‘위기’를 알리느라 여념이 없다. (관련기사 : 원전안전 구멍… 정부·방송3사, 안전보다 ‘전력난’ 우려)

핵발전소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결함이 드러난 ‘안전’ 문제가, 발전설비 부족으로 인한 ‘전력난’ 문제로 둔갑되고 있다. ‘열 받은’ 국민들은 여러모로 올해의 ‘뜨거운 여름’은 피할 수 없겠다.

이에 지난 3일,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기자회견을 열어 한수원 사장을 해임하고 국정조사를 실시할 것과 온갖 비리의 온상인 한수원과 원전마피아의 비리커넥션을 끊어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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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행동은 “개탄스러운 것은 이번 원전 비리사태로 인한 전력난의 책임을 오히려 국민에게 돌리고, 원자력발전의 더 늘리는 계획만을 강요하는 정부와 원자력계의 태도”라며 “다른 어떤 대안도 없이 시대착오적으로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만을 고수하고 있는 정부의 비호 아래 한국수력원자력은 국민의 돈으로 돈잔치를 벌이고 있으며,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규탄했다.

경주핵안전연대 김익중 위원장은 “고리 1호기 정지사고 은폐, 불량 부품 납품, 짝퉁 부품 납품, 뇌물수수, 그리고 핵발전소 직원들의 마약복용 사건을 보며 더 심각한 비리가 있을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이번엔 시험성적서위조가 드러났다”며 이는 “비리에 연루된 몇몇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공개와 감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핵발전 전반에 걸친 시스템의 문제”라며 투명한 정보공개와 엄격한 규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의 김영희 변호사는 “한수원이 재빠르게 원전 부품회사를 고발한 것은 자신은 관계없다는 듯이 보이기 위한 꼼수”라 비난했다. 또 “시험성적서위조가 드러난 해당 원전 뿐 아니라 모든 원전의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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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 윤기돈 사무처장은 “당장 핵발전소를 없앨 수 없으나 가동되는 그날까지 1년이라도 안전하게 가동하기 위해서는 모든 비리를 뿌리 뽑고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강조하며, “만일 이번에 근절하지 못한다면 대형 사고로써 근절하게 될 것”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핵발전소 문제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 정말 늦는다.

이번 사건이 이전과 같이 몇몇 관계자 처벌로 수습하는데 그친다면 정말 다음 기회는 없을지도 모른다. ‘단 1년이라도 안전하게 가동하기 위해서’ 철저한 국정조사를 통해 사건의 본질을 밝혀내고, 한수원으로 부터 독립된 시험기관과 규제기구가 운영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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