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밀양 송전탑 싸움, 원점이 아니라 새로운 국면의 시작

2013.07.12 | 탈핵

밀양 송전탑 싸움, 원점이 아니라 새로운 국면의 시작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지난 11일 3시 간담회를 열어, 밀양 765kV 송전선로 건설 관련한 전문가협의체의 결과보고서를 검토했으나 결국 채택하지 않았다.

베끼기, 대필 의혹에 날치기 제출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최악으로 치닫는 밀양상황을 중재하기 위해 국회가 구성한 전문가협의체가 그 목적을 달성하기는커녕 더 큰 불신을 남기고 원점으로 돌아간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일부 언론에서 밀양주민과 NGO에 대해 책임을 묻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한국전력과 한국전력 측에서 추천한 전문위원들에게 근본 책임이 있다. 한전측 주장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추천된 전문위원들이 충실히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그러나 실제 돌려보지 않은 프로그램을 돌렸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고, 많은 부분을 그냥 한전 자료를 그대로 베껴 신뢰를 깨버린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전력은 이번 전문가협의체 운영을 공사를 강행하려는 요식행위의 절차로 격하시킨 것이다. 한전이 전문가를 앞세워 밀양 주민 뿐 아니라 국회를 기만한 것이다. 이는 지난 8년간 소통의 노력을 기울였다며 국민들을 속이고, 주민들에게 온갖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자행하며, 일방적인 공사 강행만을 주장해온 한전의 행태가 수면위로 드러난 것을 의미한다. 진심으로 주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진지하게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전향적인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깊어진 불신의 골을 채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한계 속에서도 전문가협의체를 통해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주민 측 전문위원들의 노력으로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기존노선 증용량, 우회노선 가능성에 대하여 ‘안된다’를 주장하며 제시해 온 시뮬레이션 결과가 실제치와 현격한 격차를 두고 있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 두 결론이 다른 차이는 한전측이 비현실적인 조건을 설정하고 시뮬레이션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또한, 한전의 말과는 달리 현재 상태에서도 송전선에 상당한 여유가 있음이 드러났다. 한전에서 가장 문제로 삼고 있는 고리-신양산 345kV 노선의 경우 2012년에 평균이용율이 34~35%에 불과했고, 최대이용율도 57~58%에 불과했다.

 

힘들게 구성된 40일간의 전문가협의체가 협의를 이루지 못하고 끝난 것은 아쉽지만, 이로써 현실의 총체적인 문제들이 드러났으며 이는 새로운 공론화의 시작을 의미한다. 국회와 정부도 소임이 끝났다고 방관할 것이 아니라, 공정하고 투명한 대화와 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여기에는국책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주민들을 벼랑으로 몰아왔던 기존 왜곡된 법제도를 바로 잡는 일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시작하는 밀양 송전탑 해법이 원점이 아닌 새로운 단계에서 시작됨에 우리는 해결의 희망을 찾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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