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원전 폭발, 잊혀진 체르노빌을 다시 떠올리다

2011.03.14 | 탈핵

“체르노빌은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이름이다. 체르노빌은 우리 인간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보이지 않는 적과 알 수 없는 근심걱정을 담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사건이다.” 코피아난 유엔 전 사무총장

핵산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체르노빌은, 기억하고싶지 않는, 언급해서도 안되는 단어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들의 바람대로 1986년 4월 26일로부터 25년이 흘러 사람들의 머리 속에 체르노빌은 그저 먼 과거의 일정도로 치부된 잊혀진 기억이 되고 있었다. 25년동안 별 사고없이 원전이 운영되니까 체르노빌은 이미 사라져버린 나라, 공사주의 국가였던 소련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정도로 치부되었다. 그래서일까?
체르노빌 사고 이후 주춤했던 핵발전소 건설이 2000년대 들어 기후변화위기 앞에서 단지 발전소 굴뚝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확산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원자력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원전추가증설은 물론 해외에 원전을 판매하기 위해 대통령까지 나선 마당이었다.

이제 우리는 다시 체르노빌을 떠올린다. 25년전은 결코 먼 역사속의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일본 동북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의 1호기가 12일 폭발했고, 오늘 3호기마저 폭발했다는 속보가 전해지고 있다. 수소폭발로 인한 외벽파손이다, 원자로를 보호하는 격납용기는 안전하다는 발표가 있지만, 이 지역의 환경방사선 준위는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3호기의 폭발은 1호기보다도 더 위험하다. 3호기는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이 혼합된 MOX 연료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라늄만을 원료로 하는 원자로보다 몇배나 더 위험하기 때문에 그동안 줄곧 환경단체들이 MOX 연료 사용을 반대해왔다. MOX연료를 사용하는 3호기에서 발생한 폭발에서 어떤 핵종이 발생할지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몇시간 전 발생한 폭발로 어떤 핵종이 얼마나 방출되었는지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공개된 것이 없다.

안전신화를 자랑해왔던 일본의 핵발전소가 가공할 지진의 위력 앞에선 속수무책인 상황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번 분열되기 시작하면 원료가 다할때까지 인위적으로 분열을 멈출 수 없는 핵발전의 원리는, 끊임없이 냉각수를 공급해 열을 낮춰야먄 안전하게 유지된다. 지진에 대비한 설계를 했다지만, 지진으로 외부의 전력이 끊기는 상황이 발생하자, 핵발전소는 바로 핵무기나 다름없는 거대한 공포가 되어 버렸다.

한국원자력기술연구원은 ‘우리나라 상공에는 서풍이 탁월하게 유지되고 있어’ 일본 원전 폭발로 인한 피해는 없을 거라고 전망한다. 물론, 그래야만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안전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것은 매우 안일한 자세다.

우리는 제2의 체르노빌을 대비해야만 한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투하를 겪은 일본사회에선 방사능 오염에 대한 공포만큼이나 이에 대한 대비와 대책을 철저하게 해 왔다. 그럼에도 사고가 발생한 즉시 주민들을 대피시키지 않고, 5시간이나 지나서야 상황을 공개한 점 등은 초동대응 실패라고 지적되고 있다. 전세계의 핵전문가들이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지만, 정작 일본 정부는 여전히 안전하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단 한번도 방사능의 위험이나 문제 발생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동안 핵산업계나 정부는 핵발전소가 무조건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해 왔다. 그러나 재난과  안전 대책은 단 1%의 가능성에도 대비를 해야 한다. 지금 당장의 서풍을 바라보며 낙관할 것이 아니라 언제 불지 모를 돌풍을 대비해야 하고, 반감기가 긴 방사능오염물질이 한반도에 날아올 것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 국민들에겐 방사성 물질의 위험성과 대처방법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야 한다. 체르노빌 사고로 피해를 겪은 독일이나 스위스 등의 나라에선 방사능물질 대응 매뉴얼을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우리는 잊었지만, 25년 전 체르노빌의 악몽은 사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당시의 생존자들, 2세들은 여전히 병마속에 살고 있고 사람이 살지 않는 체르노빌(현재 우크라이나 지역)에선 방사능 피폭 이후 유전적변형을 일으킨 생물들이 출현하고 있다. 25년을 넘어 다시 체르노빌을 떠올리게 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우리가 핵발전소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이 악몽은 끊임없이 되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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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명희 (녹색연합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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