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사용 국민부흥’ 정부 대책에 부응하기

2015.06.29 | 탈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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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사용 국민부흥’ 정부 대책에 부응하기

이 나라의 선량한 호구의 한 사람으로써

21일 산업부가 발표한 ‘전기사용 국민부흥 대책’에 부응하는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정부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전기요금 국민부담 경감 대책’이라는 공식 제목을 곧이곧대로 이해함으로써 또다시 정부를 규탄한다는 등의 야속한 반응들이 나오는데 대한 안타까움에서다. 이 글을 끝까지 읽고 나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얼마나 배려가 넘치고 약속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정권아래에 살아가고 있는지 깨우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전기요금 국민부담 경감 대책’ 톺아보기

산업부가 발표한 대책은 ‘전기 과소비 억제를 위해 도입된 누진제는 여름철 냉방수요가 크게 증가할 경우 전기요금 부담 급증의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금년 7월부터 9월까지 한시적으로 주택용 누진단계 4구간에도 3구간 요금을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뿐만 아니다. 전기요금 인하로 전기사용량이 크게 늘어 전기요금이 급증하더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분납제를 이용하면 여름·겨울 기간동안 직전 월(6월, 11월)에 비해 전기요금이 두 배 이상 늘어나는 월(月) 중 여름·겨울 각각 한 번씩 선택해 최대 6개월까지 요금을 나누어 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6월, 11월에 비해 전기요금이 두 배 이상 늘어날 경우 50%만 내고 나머지 50%는 나누어서 낼 수 있다는 말씀. 이 혜택을 받을 대상은 월사용량 301~600kWh 정도 사용하는 대상인데 그 수가 무려 647만가구에 이른다. 3개월간 전기요금 인하로 ‘평균적 4인가구(월 366kWh)는 매월 평균 8,368원 절감효과’를 볼 수 있어 3개월이면 무려 삼겹살 2인분에 소주가 1병이다. 원자력발전소 폐쇄한다고 고기가 나오나. 어차피 안전은 먼 미래 이야기이다. 그러나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는 절감대책이 아니라 부흥대책인 만큼 삼겹살 2인분보다는 ‘전기요금 2배 이상’을 달성해 분납하는 것이 정부의 전기사용 부흥정책에 부응하는 일이라는 점이다. 이쯤에서 왜 전기를 많이 사용하도록 하는지 궁금한 분들은 정부의 깊은 속을 함께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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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인권영화제 ‘밀양전’>

OECD 1인당 전력사용량 순위 깎아먹는 주택용 전력

나라 이름을 세상에 알리는 데 꼭 좋은 것만 1등하라는 법 있나. 우리나라 1인당 전력사용량은 OECD 국가 34개 중 9위로 상위권을 점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핵발전소 밀집도 세계 1위, 노동시간 OECD 1위, 자살률 OECD 1위,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에는 못 미치지만 그리 나쁜 성적은 아니다. 하지만 산업계 전력사용량만 따로 비교하자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산업계 전력사용량은 7위로, 가정용 전력사용 순위가 점수를 낮추는 바람에 2단계나 떨어진 것이다. 가정부문의 적극적인 협조가 이뤄진다면 7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우리나라 전력사용 증가율은 세계 1위로 독보적이긴 하지만 최근 전력사용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는 추이를 보면 마냥 손 놓고 볼 수만은 없지 않은가. 3개월 만에 바짝 따라잡기는 무리라고? 전기요금 2배 이상 발생 시 분할 납부를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빛을 보게 될 것이다. 성적만 잘 나오면 되지 벼락치기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기준도 원칙도 없는 전력정책? 정부는 한결같았다.

우리정부는 2014년, 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수요관리 중심의 정책전환과 분산형 발전시스템 구축을 정책목표로 설정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과제로 전기요금 체계 개선을 통해 2035년 전력 수요의 15% 이상을 감축하고, 발전량 의 15% 이상을 분산형 전원으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발표를 근거로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은커녕 인하한다고 분개하는 국민들이 있다면 그동안 정부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오지 않은 스스로를 질책해야 한다. 정부는 한결같았다. 언제나 반대로 행동했다. 우리의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당시 원전 관련 공약을 통해 ‘노후 원전의 연장운전 허가를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했지만, 원자력안전위원의 자격논란과 전문가들까지 제기하는 안전성 검토의 문제점들을 어렵게 외면하며 월성1호기가 수명을 연장해 가동하도록 하지 않았나. 역시 2차 기본계획의 정책과제인 분산형 전원 15% 확대 역시 하위 계획인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이하 ‘7차 전기본’)을 통해 분산형 전원의 확대가 아니라 그 씨를 말려버릴 원자력발전소 확대계획을 발표했다. 전기요금 정상화를 통해 전력사용량을 15% 줄이겠다고 했으니 전기요금을 인하하고 전기사용량을 늘이는 것이 당연히 정부가 취해야 할 태도가 아닌가. 하물며 최근 몇 년 간 전기사용증가율이 점점 줄어들어 2014년에는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이는 경기 침체 등 여러 요소들의 결과이겠지만, 매년 전기를 아끼자는 정부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열심히 노력한 단순한 국민들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부는 왜 거꾸로 말하냐고? 기대는 실망을 낳는다. 정부는 국민들이 느낄 실망감을 염려해 기대하기를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적응하는 과정은 쉽지 않겠지만, 정권이 몇 번 더 유지된다면 세대에 걸쳐 실망하지 않는 국민이 되는 것에 익숙해질 것이라는 장기 전략의 일환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전기사용 증가, 예비율 낮추기 위한 창의적인 대책

이번에 발표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보면 앞으로 원전 13기, 석탄화력 21기를 추가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적정설비예비율을 22%로 설정하고 있는데 2020년에는 이 수치가 30%를 넘나드는 계획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정부의 미처 기대하지 못한 양심을 엿볼 수 있다. 한국전력 경제경영연구원조차 적정 설비예비율을 12%로 제안한 바 있어 정부 입장에서도 고민이었다. 시민사회단체 사람들도 예비율을 12%로 낮추면 영덕에 새로운 원전을 더 짓지 않아도 된다며 아우성이다. 그런데 예비율을 줄이려면 원전을 줄여야 한다. 원전을 줄이면 핵을 먹고사는 소수이지만 거대한 핵 발전 산업체들과의 신뢰를 깨야 한다. 신뢰를 중요시하는 우리 정부는 발전소를 줄일 수 없으니 사용량을 높여 예비율을 낮추겠다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양쪽의 요구를 모두 수렴할 수 있는 창의적인 대안을 제시하는데 이른 것이다. 단지 3개월간의 사용량 급증이 향후 예비율에 무슨 영향을 미칠 수 있겠냐고? 이번 발표는 3개월짜리 계획이 아니다. 한시적이라 했으니 분명 장기적으로 혹은 단계적으로 지속될 것이다. 향후 남아돌아 문제가 될 전기와 원전 확대 정책 이행 등을 고려한 장기적인 안목과 고민 끝에 나온 치밀한 계획이다.

어려운 숙제는 국민이, 정부는 포퓰리즘으로 국민 환심

이번 대책은 초기대응에 실패한 메르스로 열 받은 국민들이 마스크까지 쓰고 다니느라 가뜩이나 더운 이 여름을 어떻게 보낼지 밤낮으로 걱정한 끝에 나온 대책이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사상 최저인 이 상황에서 손에 잡히지 않는 장시간을 요하는 안전대책이니 에너지전환이니 하는 어려운 문제는 제쳐두고, 전기요금 인하를 통한 시원한 여름나기라는 당장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택하기 까지 얼마나 많이 고심했을까. 그 내면을 들여다 볼 줄 알아야 진정한 국민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같은 국민들은 세어 볼일 없는 천문학적 비용을 들인 ‘4대강 살리기’가 당초 목적이었던 가뭄 해소에 아무런 역할을 못함에도 환경부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부의 발표는 바로 가뭄에 단비이자, 이야말로 파티션 없는 부처협력이 아닌가. 물 없으면 전기를 먹고 살면 되는 법. 국민들은 곧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가 아껴야 할 것은 전기가 아니라 주말이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살고 나라가 살면 우주가 우리를 잘 살게 해 줄 것이다. 이를 위해 친히 정부가 적극 나서 토요일 산업용 전기요금을 1년간 인하 하겠다 밝혔으니 이에 부응해 토요일에도 일하고 잘 살기는 우주에 간절히 기도하자. 우주는 ‘들어는’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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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우주 발언을 패러디한 인터넷 게시물. 인터넷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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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전기요금 인하’라는 싸구려 눈속임으로 국민들에게 전력이 남아돈다는 주문걸기를 시도하고 있다. 정책기조와 원칙도 없는 정부의 전력 대책에 가만히 정신을 내려놓아 보았다. 그 무엇을 상상했던 그 이상의 대책을 내놓아버린 정부가 국민들을 얼마나 기만하고 있는지 빈곤한 맨 정신으로는 표현할 길이 없다. 과연 정부는 전기 중독으로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불안과 이로 인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거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씁쓸함을 넘어 슬프기까지 한 이 촌극에 이미 분노하고 있지만 더욱 격렬하게 분노하고 싶다. 얼마 전 서프라이즈를 통해 충격적인 사실을 알았다. 플루토늄 치사량을 확인해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비밀 작전으로 인해 수천 명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플루토늄 중독으로 죽어갔다는 내용이었다. 정부가 발표한 이번 대책이야말로 이윤을 위해 서서히 국민들을 전기 중독의 길로 직접 나서 이끌어가는 꼴이 아닌가. 하지만 우리사회에 전기 중독의 치사량은 이미 넘어섰다. 그리고 많은 국민들은 이미 이를 알고 있다. 안전은 이윤을 위해 거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탈핵을, 탈송전탑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전기요금 국민부담 경감 대책이 아니라 안전불감 정부로 인한 국민불안 경감 대책을 세우라고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글 : 김세영 에너지기후팀 활동가

이 글은 레디앙 [에정칼럼]에도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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