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공연 첫째날] 10번의 강의보다 나은 1번의 연극!?

2012.08.02 | 탈핵

[탈핵공연 첫째날] 10번의 강의보다 나은 1번의 연극!?
한 명의 관객이 무엇보다 소중했던 영덕의 밤


한 낮의 찌는 듯한 무더위가 해가 저물자 잠시 주춤해집니다. 경상북도 영덕에서의 잊지 못할 여름밤은 이렇게 날씨의 변화가 함께 찾아왔습니다


영덕군 성내리에 위치한 영해성당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듭니다. 한 명 한 명의 발걸음이 쉽지 않은 선택임을 알기에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영덕은 지난해 12월말 신규 핵발전소 예정부지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저항하기에는 힘이 부칩니다. 반대대책위를 꾸리기 위한 회의에 단지 ‘참석’하는 것도 어려운 결정입니다.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는 회유와 협박, 일상적인 ‘사찰’을 힘없는 한 개인이 견뎌내기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탈핵에 관한 공연을 보러 오는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값지고 소중한 관객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관객의 얼굴을 노출하지 않는 선에서 사진을 게재하려고 합니다.



자! 이제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사라지지 않는 개와 어린소녀의 등장. 어린소녀는 왠지 기운이 없고 아파보입니다. 반면에 개는 기세등등하고 위협적입니다.


관객들은 개의 위협에 처음에는 웃다가 이내 손으로 눈을 가립니다. 개는 위험한 핵발전을 의미하고, 개똥은 ‘핵폐기물’을 나타냅니다.


후반부 들어 개는 마을이장으로 변하고 핵발전의 필요성을 역설합니다. 하지만 자기가 사는 마을에 똥상자(핵발전)을 지으려 하지는 않습니다. 똥상자는 어린소녀의 마을에 놓이고 저 멀리 이장님 마을로 전기를 보냅니다.



어린소녀는 분노하며 똥상자를 발로 찹니다. 발길질로 똥상자가 터지고, 어린소녀는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습니다. 방독면을 하고 나타난 이장님? 혹은 사라지지 않는 개? 는 살아남아 본인 스스로 두터운 철 똥상자 안으로 들어갑니다. 울부짖는 소리는 이후로도 사라지지 않은 채.



초등학생부터 6~70대 어르신들까지 관객들의 호응은 뜨겁습니다. 초등학생 친구들은 “사라지지 않는 개가 위험한 핵발전소인 것을 알고 있었다”고 좋아라 합니다. 어르신들은 “다음에도 야외에도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했으면 좋겠다”고도 하시고 “10번의 강의보다 1번 연극보는 게 더 낫겠다. 사라지지 않는 개 때문에 오늘 잠을 설칠 것 같다”고 하십니다.


영덕에서의 잊지 못할 밤은 이렇게 또 흘러갑니다.


힘든 상황임에도 어려운 자리를 마련해주시고 함께 공감해주신 영덕 주민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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