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TABLE 이슈브리핑-4 원자력발전소 신고리 5·6호기 건설 잠정 중단

2017.07.02 | 탈핵

○ 문재인 정부의 신고리 5,6호기 공사 잠정 중단 선언과 사회적 합의도출 결정의 배경

지난 6월 19일 국내 첫 원자력발전소였던 고리1호기가 영구 폐쇄되었다. 문재인대통령은 고리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기념사를 통해 핵발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시대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은 전면 백지화하고, 원자력발전소의 설계수명 연장은 금지하며, 탈핵 로드맵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월성1호기도 가급적 빨리 폐쇄할 것이며,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 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공약으로 신고리 5·6호기를 백지화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어 6월 27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신고리 5·호기 문제 공론화 추진 관련 브리핑’을 통해 탈원전 공약 이행을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신고리 5·6호기의 공사를 중단하고 공론화를 위한 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론화위원회는 설문조사와 여론조사를 거쳐 이해관계자나 에너지 분야 관계자가 아닌 사람 중 국민적 신뢰가 높고 중립적인 인사 10명 내외로 구성하며, 일정 규모의 시민배심원단을 선정해 공론조사 방식으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 하겠다고 밝혔다. 공론화위원회 운영은 3개월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가 세워질 고리원전단지는 전 세계 188개 원전 단지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곳일 뿐 아니라 반경 30km내 380만명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다. 허가 전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의 법적 절차 미비, 인구밀집지역 위치 제한 규정 위반 등 적법한 안전성 평가와 지진 위험성 평가 미흡, 주민 의견 수렴 과정에서의 문제 등이 제기되었지만, 2016년 6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건설허가를 의결했다. 총 사업비 약 8조6천억원에 달하는 신고리 5·6호기 공사는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한화건설이 컨소시엄 형태로 진행되고 있으며,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건설허가가 나기도 전에 계약이 체결되었다.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했다.

○ 신고리 5·6호기를 둘러싼 쟁점

원자력발전소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는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다. 이 백지화 공약은 공론화 위원회를 구성하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며 그 기간 공사를 중단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공사 중단과 사회적 합의에 대해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백지화공약의 명백한 후퇴라는 비판도 있다. 또한 원자력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쟁점은 경제적 손실과 산업 경쟁력 약화 여부, 국가 주요 정책에 대한 시민배심원단 결정에 대한 적정성, 전기요금 상승 여부 등이다. 쟁점을 하나씩 짚어본다.

쟁점 1. 투입된 공사비는 손실인가, 새로운 투자에 대한 기회인가

5월 말 현재 신고리 5·6호기의 종합 공정률은 28.8%이라고 한다. 그러나 설계 80%, 기자재 구매 55% 등으로 포함해 산정한 종합공정율과 실제 시공률은 차이가 있다. 신고리 5·6호기의 실제 시공률은 10.4% 수준이다. 그것도 백지화 공약이 나오자 시공사가 서둘러 굴착과 콘크리트 공사를 서두른 결과이다.

총 공사비 8조 6천억원인 신고리 5·6호기에 지금까지 집행된 공사비는 1조 6천억원이라고 한다. 원자력계는 공사가 완전히 중단될 경우 보상비용을 합쳐 총 손실을 2조 6천억원으로 추산하며 ‘막대한 매몰비용’에 대한 엄포를 놓고 있다. 그러나 이 비용을 손실로 볼 것인지에 대한 해석은 다르다. 투입된 공사비와 공사 중단에 따른 보상비용을 손실로 보기보다, 오히려 중단해야 할 공사에 아직 투입되지 않은 남은 6조원과 가동 후 사후 처리 비용 등을 미래지향적이고 안전한 재생에너지발전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기회로 바라봐야 한다. 투입된 사업비와 발생할 배상액에 연연하며 사업비를 추가로 집행하는, 깨진 독에 물붓기 방식보다 더 이상의 사업비가 지출되기 전에 중단하는 것이 손실을 줄이는 일이다. 탈핵을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원자력이 안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제성 측면에서도 사고 후 처리비용과 사후 처리 비용을 감안할 때, 지금까지 투입된 비용은 빙산의 일각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사고 처리비용은 갈수록 증가하여 현재는 약 700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쟁점 2. 전기요금이 상승 논란은 진위인가

탈핵을 이야기 할 때마다 등장하는 것이 전기요금 폭등론이다. 발전단가가 월등히 낮은 원자력발전소를 포기하면 전기요금 폭탄을 감당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은 탈원전 이행시 한전의 전력구입단가가 1kWh당 평균 17.9%가 올라 2016년 대비 2030년 가구당 연간 전기요금이 약 31만4000원 오르는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한전은 정의원의 보도 내용 중 가구당 31만4000원은 1계약 호에 해당하는 것으로 사실과 다른 표현이며, 주택용 가구당 증가액은 연평균 6만2000원이라고 말했다. 곽대훈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 제출받은 ‘탈원전, 봄철 석탄화력 중단시 전력구입비 영향’자료에 따르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시 연간 가구당 19.296원 전기료 상승, 노후석탄화력발전 10기 봄철 가동 중단 시 연간 가구당 920원 상승 요인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탈원전에 따른 미래 전기 요금 추정치는 각 조사기관이 설정한 기준과 연구 결과에 편차가 존재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비용 산정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지만, 기본적으로 비용 산정 자체에 왜곡이 존재한다. 원자력 덕분에 저렴하게 전기를 이용할 수 있었다는 주장은 사실상 현재 원자력 발전 단가에 환경영향 및 사고 비용을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제 면세인 원자력에 대한 세제 부과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한 산정되어 있지 않은 원자력에 숨겨진 사후/사고 비용을 고려할 때, 또한 원자력이 저렴한 전기라는 환상과 기대는 접어야 한다. 실제로 고지서를 통해 국민이 직접 지불하는 전기요금만 볼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게 원자력을 위해 세금으로 지불하는 숨겨진 전기요금을 봐야 한다. 원자력 발전단가는 사고위험비용과 사후처리비용을 포함해서 산정할 경우2배에서 3배는 오를 수밖에 없다).

쟁점 3. 국가의 주요 정책을 전문성 없는 시민이 결정한다.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을 공론화위원회와 시민배심원제도를 운용하고 결정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 원자력계는 장기적인 안목과 전문성이 필요한 국가의 중대한 사안을 일반시민들이 결정하도록 넘겨버릴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여기에서 되짚어봐야 할 지점은 과연 그동안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이 장기적인 안목과 전문성에 입각해 결정되어 왔는가이다. 오히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에너지정책의 방향에 대한 숙고없이, 핵발전의 위험성이란 안전문제를 경시하고, 왜곡된 숫자놀음으로 경제성을 왜곡 평가하는 등 전문가란 이름의 권위를 오로지 원자력 산업계 이익을 위한 논리를 뒷받침해 준 원자력계 이해당사자의 한 축이 아니었는지 되물어야 한다. 이들 원자력전문가는 원전마피아의 일원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예로 든 독일의 경우 탈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안전한 에너지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는 위험사회의 저자로 알려진 사회학자 울리히 벡을 비롯하여 전 환경부장관, 전 교육부장관, 성직자, 경제학자, 위기연구가, 정치학자, 과학자, 기술협회장 등이 대거 망라되어 활동을 했고, 메르켈 총리는 이들이2021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라는 권고를 받아들였다. 그야말로 안전한 에너지 공급에 대해 책임있게 숙고하고 소신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에너지 정책의 미래에 대한 자문을 구한 것이다.

이해관계자와 결탁한 전문가에 의한 발전정책이 신고리 5·6호기의 매몰비용을 낳은 원인임을 볼 때, 자신의 이익보다 다수의 미래를 생각할 줄 아는,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원하는 시민들에 의해 원자력발전소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 차라리 나은 이유이다.

문재인정부는 탈핵을 선언했지만, 한 걸음을 내딛었을 뿐이어서, 탈핵으로 인해 전력수급에 차질이 생길거라는 우려는 민망할 정도로 탈핵의 시기는 우려할 만큼 멀고 그 걸음 또한 대단히 느리다.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가동중인 원자력발전소는 24기나 되고, 공약대로라면 40년이라는 긴 기간을 두면서 탈핵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공약의 직접 이행보다 사회적 합의 방식의 결정을 택했다. 백지화 공약의 명백한 후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서 시민사회는 문재인 정부의 탈핵 선언이 원전업계의 반발에 넘어지지 않고 빠른 속도를 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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