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환경규제라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환경부의 업무보고

2022.07.19 | 탈핵

환경부는 개발 부처 2중대라는 과거의 오명을 되찾으려는가.

오늘 (18일) 환경부가 업무보고한 새정부 핵심 추진 과제는 환경부가 개발부처 2중대라는 과거의 모습으로 회귀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환경부는 이번 업무보고에 ‘환경과 경제를 함께 살릴 수 있는 과제’를 중점적으로 담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환경과 경제에서의 방점은 경제이며, 이 또한 국민의 삶을 위한 경제가 아니라 오히려 국민의 생존과 건강, 안녕을 위협하는 원전 산업 지원에 초점을 둔 경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환경부의 업무보고가 아닌 산업부의 업무보고 내용이 아닐까 착각하게 만들 정도다.

우선 환경부는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지키되 부문별 감축목표를 재설계하겠다고 했다. 원전의 역할을 늘려서 발전 부문의 온실가스를 최대한 줄이는 방안을 제1차 국가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원전 활용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켜 금융권의 녹색투자를 유인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원전은 대표적인 반환경발전방식이다. 발전과정에서 방사성 물질이 기체와 액체로 배출될 뿐만 아니라 고준위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를 발생시킨다. 이런 원전을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녹색활동으로 분류하고자 하는 정부부처가 있다면 환경부는 앞장서서 반대해야 옳다. 유럽연합 녹색분류체계에서 부여한 안전기준(사고 저항성 핵연료 적용,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건설 등)을 토대로 국내 실정에 맞게 적용한다지만 사고 저항성 핵연료는 기존 핵연료의 설계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적용이 불가능할뿐더러 아직 상용화되지도 않은 기술이다. 고준위핵폐기물 처분장 부지와 운영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기준 역시 수십년 째 처분장 건설을 둘러싸고 격한 사회적 갈등만 유발된 채 해법이 없었던 점을 볼 때 비현실적이다. 한마디로 환경부는 안전성을 확보할 수도, 현실적이지도 않은 방안을 ‘과학적이고 실현가능한 탄소중립 이행’과제로 표방하고 있다. 

또한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획기적인 내용보다는 탄소 감축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어 온 배출권거래제를 점진적으로 강화하는 계획 정도만을 그대로 담고 있다. 강화된 NDC 목표에 따라 배출권 할당계획을 다시 수립해야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벤치마크 할당방식과 유상할당 비율을 확대하겠다는 제한된 조치만 담겨있고, 이마저도 업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26년부터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배출 총량을 줄이기 위한 규제보다는 지원에 초점이 맞추어진 이러한 발표는 환경부가 기업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환경부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또 한번 묻게 되는 대목이다.

첨단기술로 물 재해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하천을 주민과 환경에 도움이 되도록 과학적으로 관리한다는 목표도 허울이다. 대표적인 계획인 취수원 다변화는 낙동강을 중심으로 식수로 이용되는 하천 중 오염부하가 과중한 곳의 오염관리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더러워진 물은 오염원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수질개선을 위한 모든 방편을 동원해야 한다. 하지만 식수로 이용하면서 4대강 보로 물길이 막힌 낙동강의 오염부하는 그대로 두고 취수원을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는 발상은 그야말로 낙동강 포기 선언이다. 당장 보수문을 여느 것이 우선이다. 또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보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활용성을 높이겠다는 계획도 터무니 없다. 경제성, 기후위기 시대의 국지적 홍수와 가뭄 등에 4대강 보는 완전한 장애물이다. 박근혜 정부부터 만들어진 조사 보고서와 감사원 감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오늘 발표한 업무보고는 환경부가 환경이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환경 규제라는 본연의 역할보다 기업과 산업에 기반한 개발부처 행정의 좋은 환경을 보장해주는 부처로 전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환경부는 산업부, 개발부서를 지원해주는 부서가 아니다. 이대로는 안된다. 환경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2022년 7월 18일

녹색연합

문의 : 임성희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 (070-7438-8512, mayday@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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