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집 앞을 매일 200번 지나가는 석탄트럭, 괜찮습니까?

2023.10.05 | 탈석탄

기후위기 주범 석탄화력발전을 ‘신규 사업’으로? ‘탈석탄법’ 제정해야

▲ 지난 2022년 3월 18일 포스코 본사 앞에서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석탄가루를 뒤집어 쓰고 석탄발전사업을 중단하라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녹색연합

“당신 집 앞으로 석탄을 실은 25톤 트럭이 매일 1분에 한대 씩 지나간다면 이견이 있겠어요, 없겠어요?”

지난 3월 29일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가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에 삼척블루파워의 석탄운송계획 철회 및 발전사업 승인 취소 요구서를 제출하면서 산자부 관계자에게 물었다. 몇 번을 다그치며 묻자 “이견이 있습니다(있을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주무 부처 관계자도 차마 이견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려웠을 테다. 누군들 자기 집 앞으로 하루에 2백 번 이상 지나가는 대형 석탄 트럭 운행에 대해 넉넉한 마음으로 ‘괜찮다’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 초 삼척석탄발전사업자(블루파워)측은 주민수용성이 확보되었다며 시운전에 필요한 연료인 석탄을 동해에서 삼척까지 육상으로 운송하겠다고 밝혔다. 일단은 올해 7월 18일부터 약 8개월간이다

애초 계획은 맹방 해변의 석탄하역부두를 통해 석탄을 공급하기로 되어 있었다. 계획과 달리 하역부두공사가 지연되고 완공이 늦어지자, 삼척블루파워 측은 동해에서 석탄을 조달하겠다는 육상 운송계획을 세웠고, 주민설명회를 수십차례 개최했다고 산자부에 보고했다. 이에 산자부는 주민수용성이 확보되었다고 판단, 해당 계획을 허가했다고 한다. 

과연 주민 수용성은 확보된 것일까? 지난 6월 동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삼척블루파워 육상운송 저지 공동대책위’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4.7%가 육상 운송에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는데, 블루파워와 산자부가 말하는 주민수용성은 누구의 수용성이었을까?

석탄 조달 방식보다 더 큰 문제는 ‘석탄화력발전’

지금은 항만 공사로 심각히 훼손되어 있지만, 맹방해변은 짙푸른 바다와 줄줄이 부서지는 포말, 곱고 길게 펼쳐진 모래밭이 있는 명사십리로 유명한 곳이다. BTS의 앨범 <버터>의 표지 사진 촬영지이기도 했다.

안타깝지만 항만 공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침식이 심해져서 해안은 모래가 많이 깎인 절벽 모습으로 변형되고 있어, 관리가 시급했던 곳이기도 하다. 해양수산부는 연안해양관리구역으로 지정했고, 이에 따라 건축물이나 공작물 설치 등 개발행위가 제한되어야 했다. 그러나 석탄화력발전은 ‘공익상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행위 제한에서 예외가 됐다.

연안침식방지 대책을 세우는 조건으로 석탄 하역을 위한 항만 공사는 허가되었지만, 공사 과정에서 조건은 이행되지 않았다. 결국 공사 중지 명령이 내려졌고, 잘못 진행된 공사(양빈과 준설토 적치장 공사 등)에 대해서는 원상복구 명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사업자 측은 침식저감시설이 제대로 설치되기도 전에, 일부가 완공되어 제 기능을 수행한다고 주장하며 공사 중지 명령을 해제해 달라는 요구를 이어갔다. 결국 공사 중지는 해제되었고, 맹방해변의 예전 모습이 상실된 것은 말할것도 없다. 석탄 하역장 공사가 완공되지 못한 채 삼척 석탄발전소는 시험가동에 들어갔고, 이에 필요한 석탄은 동해에서 삼척으로 육상 운송되고 있는 것이다. 매일 200회 이상. 

물론 문제는 동해에서 삼척으로 육상 운송되고 있는 석탄 조달 방식에 그치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석탄화력발전 그 자체다. 아름다우나 침식으로 위태롭던 맹방 해변을 철저히 망가뜨린 채 석탄 하역장을 지으며 기후위기 시대에 연간 약 1300만톤의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내뿜을 석탄화력발전사업을 신규사업으로 벌이는 것 자체다.  

기후위기 주범, 박물관으로 보내야 할 석탄발전


▲ 기후위기를 막는 탈석탄법 제정에 동의하는지, 국회 산자위 의원들에게 질의했지만, 대부분 무응답이었다. ⓒ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증가와 기온 상승을 억제시켜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빠른 시일안에 대폭 감소시켜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순서는 가장 많은 배출원부터 시작해야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석탄화력발전을 하루빨리 꺼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게다가 석탄발전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뿐만 아니라 초미세먼지 물질 배출에 있어서도 악명이 높은 ‘침묵의 살인자’다.

우리나라에서도 기후위기와 미세먼지 문제는 대표적인 환경문제로 손꼽혀 왔고, 푸른하늘과 기후위기에 대해 여야 할 것 없이 강조해왔으나, 딴청 부리듯 신규 석탄발전사업은 계속 추진되고 있었다.

강릉에는 안인화력, 삼척은 블루파워라는 이름의 신규 석탄발전사업자는 각각 삼성과 포스코 자회사다. RE100(필요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선언)이라면서, 아무리 친환경 행세를 하려 해도 이들 기업이 기후 악당 기업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는 그만 문을 닫고 박물관으로 보내야 할 석탄발전사업에 새로 뛰어들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대로 둘 수는 없다. 온실가스 다배출 사업을 기업이 추진하고 정부가 허용한다면, 그렇게 만들어진 전기를 우리가 써야 한다면, 적어도 그런 전기는 필요 없다고 외쳐야 한다. 우리의 건강을 해치고,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전기를 더 이상 생산하지 말라고, 그런 사업은 철회하거나 신규 허가를 중단하도록 제도화할 것을 요구할 권리가 우리에겐 있다.

모두의 미래와 생존을 위해서 시민들이 청원을 했다. 지난해 9월, 신규석탄발전사업 철회를 위한 탈석탄법 제정 청원이 5만 명의 동의로 성사되었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에 회부되었다.

그러나 거대 양당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1년이 다 되도록 묵혀 두고만 있다. 답답하게 지켜보고만 있는 형국이라 국회 앞에서 조속한 제정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갔다. 녹색연합도 참여하고 있는 ‘탈석탄법제정을 위한 시민연대’는 약칭 ‘신규석탄발전중단법안’을 성안해서 제안했고, 드디어 지난 8월 정의당 국회의원 류호정 의원 대표 등 11인 의원의 이름으로 국회에 ‘석탄발전사업의 철회 및 신규허가 금지를 위한 특별조치법안’이 발의되었다.

목적은 석탄발전사업에 대한 철회 또는 신규 허가를 중단하고, 관련 노동자와 지역주민, 해당지역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석탄발전사업 철회의 기본 원칙을 정하고, 사업개시 신고를 하지 않은 사업에 대한 허가를 철회하도록, 석탄발전사업에 대한 전기사업 신규 허가를 금지하도록 했다.

그리고 석탄발전사업 철회 및 지원에 관한 사항을 심의 의결하기 위한 위원회에 행정기관이나 발전사업 관련자 외에도, 석탄발전소 관련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사업 철회로 영향을 받는 지자체와 지역주민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 역시 참여가 가능하도록 했다.

법안은 해당 소관위원회를 심사를 거쳐야 통과해야 본회의 심의가 가능하다. 그러나 소관위원회인 산자위는 이 법안 역시 묶어두고 있다. 법안이 발의된 후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는 산자위소속 의원들에게 법안 제정에 동의하는지를 물었다. 답변은 대부분 무응답이었다.   

탈석탄법 제정하고 지금이라도 석탄발전 중단해야

▲ 지난 9월 12일 삼척석탄발전소 앞에서 건설 공사 중단을 외치는 기후활동가들 ⓒ 녹색연합

기후환경단체 소속 활동가와 회원 5명은 지난 9월 12일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입구에 사다리를 설치하고 석탄을 운송 중인 트럭을 가로막았다. ‘정부와 포스코는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하라!’는 플래카드를 펼치고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화석연료 종식과 국회의 탈석탄법 제정을 요구했다. 위기를 가속화하는 화석연료를 향한 길을 막고, 오염자에게 책임을 물으며, 기후정의를 향한 새로운 길을 만드는 행동임을 천명했다. 새로운 길을 열려면, 낡고 위험한 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923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의 표현대로 ‘지구와 동료 시민들의 생명과 존엄한 삶을 지키려는 저항권의 행사’이며, 돈과 권력에 눈이 먼 기업과 정부가 기후재난에 대해 모른척하는 것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인류는 앞다투어 화석연료를 꺼내쓰며 산업화를 꾀했지만 이를 다시 봉인하지 않는 한, 인류에게 미래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마치 다른 해법이 있는 것처럼, 신기술이 구원의 손이 되어 줄 것이라는 혹세나 안일함으로 정부와 국회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들이 지금까지와 같이 기후위기를 막을 의무를 외면한 채 내년도 총선에만 공을 들이려 한다면, 우리 시민들에게 총선은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지 곰곰이 셈을 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21대 국회의 끝자락, 기후위기를 막는 탈석탄법이 자동폐기되지 않길, 국회가 국회의 일을 하길 바라본다.

글. 임성희 녹색연합 그린프로젝트팀장 (070-7438-8512, mayday@greenkorea.org)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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