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한전은 해외 석탄발전사업 투자를 전면 중단하라

2020.06.29 | 탈석탄

한국전력공사 (이하 “한전”)이 내일인 6월 30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석탄화력 발전사업 (이하 “자와 9·10호기 사업”) 투자에 대한 안건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금요일 정기이사회에서 석탄발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하여 ‘의결 보류’ 결정을 내린 지 불과 4일 만의 일이다.


자와 9·10호기 사업은 이미 지난해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수익성이 마이너스로 평가되어 (사업성 -102억 원) 사업성 부족에 해당하는 ‘그레이존 (회색 영역)’ 사업으로 분류된 바 있다. 한전은 이에 굴하지 않고 계획을 일부 수정하여 재심의를 신청했는데, 지난 5일 간신히 기준치를 넘기자 이를 근거로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심의 결과 또한 자와 9·10호기 사업이 향후 25년간 약 85억 원의 손실을 낼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1차 평가 때와 점수 차이도 미미하여, 이를 사업 추진의 근거로 삼아 해외 석탄 투자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행위이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37%를 차지하는 석탄발전은 기후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며 세계적으로 퇴출되는 추세다. 파리협정 가입국으로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의무를 지니는 한국 정부 또한 국내에서는 석탄발전 감축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의 현실적인 에너지 대안이라는 핑계로 해외 석탄발전사업 투자를 확대해 나가는 한전의 이율배반적인 사업 행태는 해당 국가는 물론 국제사회의 맹비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주 한전 이사회를 앞두고 인도네시아 현지 한국대사관 앞에서는 자와 9·10호기 사업 투자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가 현지 환경단체들의 주도로 열리기도 했다. 이들은 자와 9·10호기 사업이 “온실가스 배출과 대기오염 문제로 현지 주민들의 생명을 앗아갈 것”이라며 “인권의 측면에서 한국 정부는 석탄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사업 중지 요청 서한과 관련 보고서를 한국대사관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끄러운 일이다.


녹색연합은 자와 9·10호기 사업 추진으로 인도네시아가 입게 될 환경적·건강상 피해, 그리고 향후 사업 손실 발생 시 한국 국민에게 세금으로 전가될 경제적 부담을 우려하여 한전에 관련 입장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한전은 “해외사업을 추진함에 수익 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으며 “국내외에서 신재생 사업 확대 등을 통해 환경친화적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답변을 해 왔다. 한전에 다시 묻는다. 기후 위기를 가속하고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석탄발전사업에 “수익 창출”이라는 명목하에 국민의 막대한 세금을 투자할 권한은 누가 부여한 것인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거듭 사업성 부족 판정을 받은 자와 9·10호기 사업이 수익을 안겨다 줄 것이라는 헛된 기대는 어디에서 오는가? 한전에 요구한다. 환경적으로도 재무적으로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 자와 9·10호기 사업 추진을 당장 중단하라.


기후 위기와 경제 위기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며 ‘그린뉴딜’을 추진하면서 한전의 해외 석탄발전 사업 투자는 눈감아 주는 한국 정부의 책임 또한 없지 않다. 정부가 자와 9·10호기 사업이 국민의 막대한 세금을 들여 진행할 가치가 있는지를 사전에 꼼꼼히 따져 보았는지 묻고 싶다. 자와 9·10호기 사업은 국익 부합은 커녕 모두의 이익에 반하는 사업이다. 문재인 정부는 자와 9·10호기 사업은 물론 한전이 추진 중인 모든 해외 석탄투자사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라.


‘값싼 에너지원’으로 각광 받으며 지구에 불을 밝히던 석탄발전의 시대는 저문지 오래다. 지금의 석탄발전은 지구에 불을 지를 뿐이다. 한전은 국내외 모든 석탄화력발전사업을 당장 중단하는 것만이, 자사 누리집에서 홍보하는 대로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만들어 “모두가 행복한 내일로 나아갈” 길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2020년 6월 29일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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