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 지역에도 석탄발전소가 있나요?” “네 있습니다!”

2021.05.28 | 탈석탄

  • 지역주민과 노동자, 미래세대의 생존이 걸린 ‘2030 탈석탄’

석탄이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국내 기후운동의 타겟은 전국에 산재해있는 석탄발전소를 향하고 있다. 지금도 건설 중인 7기의 신규 석탄발전소와 30년의 설계수명을 꽉꽉 채워 폐쇄될 예정인 56기의 석탄발전소, 2020년 한전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추진하겠다고 밝힌 해외석탄 3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이 내뿜을 막대한 온실가스 앞에서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은 무색하기만 하다.

석탄발전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27%, 초미세먼지 배출량의 11%를 차지하는 미세먼지 최대 단일 배출원이자 온실가스 최대 배출원이다. (각각 2017년, 2018년 기준) LNG 발전보다 단위전력당 2배의 이산화탄소, 10배의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등 석탄은 같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할 때 기타 발전원에 비해 훨씬 많은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한다. 

세계적으로도 석탄발전은 온실가스 감축과 대기오염 개선을 위해 빠르게 퇴출되고 있다. 세계 각국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석탄은 미래세대의 삶을 잿더미로 만든다는 비판과 함께 좌초자산이 될 위험에 처해있다. 

5월 30~31일 양일간 열리는 국제행사인 P4G(Partenering for Green Growth)를 앞두고 전국의 환경단체와 기후활동가들은 정부의 그린워싱을 비판하며 신규석탄 건설중단과 2030 탈석탄을 외치고 있다. 삼척에서는 지난 5월 4일 삼척블루파워 백지화와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건설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지역주민들이 P4G가 열리는 서울을 향해 25일간의 도보순례를 시작했다. P4G가 열리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서 녹색당 이은호 기후정의위원장은 국내외에서 추진되는 신규석탄발전 10기 건설중단을 요구하며 2주간의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경남, 충남, 인천 등 석탄화력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에서는 전국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와 지역별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릴레이 도보행진을 진행했다. ‘기후위기 대응’, ‘2030 탈석탄’, ‘신규석탄 중단’ 등 공동의 메시지는 같지만 지역별로 처해있는 상황과 요구사항은 조금씩 다르다. 충남, 경남, 인천, 강원 등 석탄발전소가 주요하게 위치한 지역별로 석탄발전을 둘러싼 현황과 이슈를 살펴보았다.

전국의 석탄발전소 절반이 집중된 충남

지난 5월 19일, 충남지역의 탈석탄 도보행진. 바다 너머로 시험가동중인 신서천화력발전소가 보인다.
ⓒ 기후위기충남행동

석탄을 하역하는 과정에서 날린 비산먼지(석탄재)로 배추에 까맣게 재가 내려앉았다는 이야기를 충남에서는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비산먼지 및 각종 대기오염물질로 인한 건강피해, 발전소에서 사용되고 바다로 배출되는 뜨거운 온배수로 인한 해양생태계 교란, 송전선로 건설 문제 등으로 충남 지역주민들은 석탄발전소로 인한 피해를 오래도록 받아왔다. 전국의 석탄발전소의 절반에 달하는 28기의 석탄발전소가 당진과 보령, 태안에 집중돼있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충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억 5115만 톤으로 국내 배출량의 24.1%를 차지한다. 전국 광역 지자체 중 압도적 1위다. 이 중 석탄화력발전소로부터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약 60%를 차지한다. 충남 지역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의 66%도 석탄화력발전으로부터 나온다. 석탄발전이 대기오염과 온실가스의 온상이라는 것을 충남의 통계를 통해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충남에서는 2020년 12월, 보령화력 1, 2호기가 폐쇄됐다. 당초 예정보다 1년 5개월 앞당겨진 폐쇄 일정이다. 노후석탄화력발전소인 보령 1, 2호기는 충남도 내 석탄발전소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 평균 배출량보다 72%나 많은 오염물질을 내뿜어왔다. 환영할 만한 결정이지만 이미 설계수명 30년을 넘어 가동되고 있던 노후화력발전소를 이제 닫은 것이 과연 조기폐쇄인가는 의문이 남는다. 

보령 1, 2호기 조기폐쇄로 인해 충남도에서는 석탄발전소 폐쇄로 인한 지역경제 영향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보령시에 따르면 보령화력 1, 2호기 폐쇄로 근로자 114명이 일자리를 잃고 보령시 인구 342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세 수입 및 소비 지출 감소 등 발전소에 의존했던 지역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충남에서는 2034년까지 14기의 석탄발전소가 단계적으로 폐쇄될 예정이다. 보령 1, 2호기 폐쇄보다도 훨씬 더 큰 사회경제적 충격이 예상된다. 

국내 석탄발전소의 절반이 위치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광역지자체로서 충남은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가장 손실을 많이 보게 될 지역이다. 석탄발전과 제철업, 석유화학 중심의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구조의 전환과정은 노동자와 지역주민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과정일 것이다.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면 지역경제에 더 큰 충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 충남 지역 시민사회의 우려다. 충남도는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탈석탄 금고 선정, 발전소 설계수명 단축,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연구용역과 정의로운 전환 기금 설치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지역주민과 노동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는 부족한 실정이다. 

파리협정의 1.5도 목표를 지키기 위해서는 2050년 탄소중립과 함께 2030년 탈석탄이 필요하다는 것이 기후과학의 경고이다. 기후파멸을 막기 위해 빠른 탈석탄을 이루어야 하는 상황에서 지역주민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정의롭게 전환하기 위해 지자체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충남도 앞에 놓인 과제이다. 

잘 가라 삼천포, 같이 가라 고성하이!

삼천포화력발전소 앞에서 삼천포 1, 2호기 영구폐쇄 결정을 환영하는 퍼포먼스
ⓒ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경남에는 14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다. 삼천포 4기, 하동 8기, 고성에 신규로 건설되는 2기 등이다. 광역지자체 중 충남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다. 

4월 30일, 경남 사천의 삼천포화력발전소 1, 2호기가 운영을 시작한 지 37~38년 만에 영구 폐쇄됐다. 당초 계획보다 16개월이나 미뤄진 일정이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석탄발전이 지목되면서 노후석탄화력발전소인 삼천포 1, 2호기의 폐쇄 결정이 이루어졌지만 전력 수급의 안정성을 이유로 미뤄져 오던 것이 드디어 현실화됐다.

하지만 경남지역의 환경단체들이 이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이유가 있다. 삼천포 1, 2호기가 폐쇄된 지 2주 만에 바로 옆에 있는 고성하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가 상업운전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30일 삼천포화력발전본부 앞에 모인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은 “잘 가라 삼천포, 같이 가라 고성하이!”를 외치며 신규석탄발전소의 건설중단을 촉구했다. 5월 14일 상업운영을 시작한 고성하이 1호기와 오는 10월 준공될 고성하이 2호기는 삼천포 1, 2호기의 바톤을 이어받아 연간 1400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예정이다. 폐쇄된 삼천포 1, 2호기의 두 배 용량이다. 

삼천포 1, 2호기에 근무하던 근로자 대부분도 고성하이로 근무처를 옮겼다. 하지만 정규직 노동자만 옮겨갔을 뿐 대부분 지역주민들로 이루어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과정에서 제외되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건설과 폐쇄 과정에서 일어나는 지역주민의 소외 문제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최근 경남도는 도차원에서 탄소중립 계획을 수립할 것을 발표하며 탄소중립 로드맵 마련과 시민의견수렴에 나섰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대비 60% 감축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하지만 총 발전설비 용량 8.2GW에 달하는 14기의 석탄화력발전소, 특히 신규로 건설되어 앞으로 30년동안 가동될 고성하이화력의 가동중단에 대한 고민 없이 탄소중립은 요원할 뿐이다.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논의 시작되는 인천

석탄을 넘어서 진행한 거리전시. ”인천에도 석탄발전소가 있나요?” ⓒ 석탄을 넘어서

인천 영흥도에는 대형 석탄화력발전소 6기가 가동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의 영흥화력은 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수도권과 가장 가까운 발전소이기도 하다. 영흥석탄발전소의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3229만 톤가량으로, 인천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중 절반을 차지한다. 현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영흥석탄발전소는 최대 2044년까지 가동될 예정이다.

2019년 환경부의 조사에 의하면 영흥석탄발전소는 인천지역에서 대기오염물질을 가장 많이 내뿜는 시설로 지목되었다. 기후솔루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영흥화력이 내뿜는 대기오염물질로 발전소 폐쇄 시까지 최대 3816명의 조기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역 대기오염의 주범이지만 의외로 인천에 석탄발전소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인천시민들도 많다. 발전소가 영흥도라는 섬 지역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작년 그린피스가 발표한 2030 한반도 대홍수 시뮬레이션 영상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태풍과 홍수로 인천공항이 물에 잠기는 모습이 담겼다. 인천시는 해양 친수도시를 꿈꿀 것이 아니라 침수도시가 되는 것을 걱정해야 할 시국이다. 다가오는 기후위기에 대비해 지역 내 최대 대기오염원이자 온실가스 배출원인 석탄발전을 어떻게 빨리 끌 것인가, 지금이라도 시(市) 당국이 각종 이해당사자와 모여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주제다.

지난 20일 인천시의회에서 석탄을 넘어서, 인천기후위기 비상행동의 공동주최로 열린 ‘인천, 정의로운 2030 탈석탄을 위한 정책 과제 세미나’는 이러한 공론장의 일환이었다. 이날 영흥도 주민들이 전달한 입장문은 기후위기 대응과 탈석탄을 위한 노력이 지역주민, 발전소 노동자와 같은 이해당사자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석탄화력발전소 건설로 가장 많은 피해를 받아온 지역주민들이 폐쇄로 인해 또다시 고통을 받는다면 이는 정의로운 전환이라 불릴 수 없을 것이다. 

탈석탄, 탈송전탑 외치는 강원의 탈-탈순례단

빗속을 뚫고 탈석탄, 탈송전탑을 향해 걸어가는 도보순례단 ⓒ 탈석탄, 탈송전탑 희망 국토도보순례단

삼척블루파워, 강릉안인 등 신규석탄발전소 4기가 건설되고 있는 강원도는 신규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둘러싸고 기후운동의 요구와 민간사업자의 이익이 첨예하게 맞붙고 있는 현장이다.

강원도에는 6기의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와 4기의 신규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가 위치한다. 한 때 탄광지역으로 이름을 날리던 강원에는 유일하게 국내산 석탄인 무연탄을 연료로 가동되는 발전소도 있다. 용량이 작은 동해화력 1, 2호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최근 지어졌거나 새로 건설 중인 대용량 발전소들이다.

특히 마지막으로 건설되고 있는, 공정률 38%의 삼척블루파워 건설을 두고 끊임없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삼척블루파워 1, 2호기는 포스코 계열사가 추진 중인 민자석탄화력 사업으로, 총사업비 5조 원, 용량은 2.1GW로 원전 2기의 발전용량에 맞먹는 초대형 석탄발전소다. 2024년 완공되면 2054년까지 30년 동안 연간 1300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그린뉴딜 사업으로 2025년까지 감축하겠다고 한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많은 수준이다. 

이를 두고 환경단체들은 “삼척석탄발전 중단 없이 탄소중립은 없다”며 삼척을 포함한 전국의 7기의 신규석탄발전소 건설중단 없이 한국정부의 2050 탄소중립은 공허한 선언에 불과함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발전소 항만공사로 인해 가속화된 맹방해변 침식으로 펜션과 민박으로 생계를 꾸려오던 삼척의 지역주민들 또한 크게 분노하고 있다. 동해안의 특성상 해안에 인공구조물이 들어왔을 때 연안침식이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강릉안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맹방해변 침식문제는 2020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지적되어 발전소 해상공사는 반년 넘게 중지된 상태다.

한편 발전용량 4.1GW에 이르는 강원의 신규석탄화력발전소가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강원도의 전력수요도 높지 않고, 동해안의 송전망 또한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한전이 추진 중인 500kV HVDC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건설은 각종 기술적 문제와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계속 지연되고 있다.

10개 시군을 통과하는 길이 230km, 440개 송전탑을 지어야 하는 초고압 송전선로는 단지 강원의 신규석탄화력발전소의 전력을 수도권에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무차별적인 송전탑 계획에 반발한 지역주민들은 삼척 지역주민들과 삼척에서 출발해 송전탑 예정지를 걷는 도보순례를 진행 중이다. P4G를 앞두고 28일 서울에 도착해 청와대 앞에서 석탄화력발전 중단과 송전탑 건설 중단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