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후기] 석탄발전소에 다녀온 녹색활동가의 이야기 ② 스위치 너머의 전기는 어디에서 왔을까

2022.07.28 | 탈석탄

국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1위, 미세먼지 배출량 2위.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57기 중 절반 가량이 몰려있는 지역은 어디일까?

지난 7월 14일~15일, 전국의 녹색연합 활동가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전환의 우선순위로 손꼽히는 석탄화력발전소 탐방을 다녀왔다. 첫째 날에는 10기의 발전소가 위치하고, 주민의 힘으로 에너지전환을 이뤄낸 충남 당진에 다녀왔다. 발전소 내부와 주변을 둘러보며 석탄발전과 폐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발전소가 지역주민과 환경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았다.

당진화력발전소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서 당진지역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듣고, 준비된 버스를 타고 발전소로 향했다. 입구에 서 있는 거대한 765kV 송전탑부터 시작해 발전소의 외관을 훑어보며 설명을 들었다. 

발전소 내부에서는 석탄을 이동시키기 위한 컨베이어벨트와 발전소 냉각을 위한 장치가 특히 인상 깊었다. 석탄은 옮겨질 때 먼지가 날리기 때문에 사방을 밀폐시켜 이동시킨다고 한다.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바닷물은 거대한 저수지에 가둬져 여러 개의 새까만 펌프를 통해 바다에서부터 발전소 주변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말그대로 공장과 같은 그 모습이 현실감이 없어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발전소를 식히기 위해 하루에만 약 26,000,000톤의 물이 쓰인다고 했다. 발전소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소음은 당장 귀를 막을 정도로 시끄럽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편안하지도 않았다. 발전소 근처에 위치했던 숙소에서도 소음은 한밤중까지 이어지다 자정이 넘어서야 끊겼다.

발전소에서 석탄을 연소시켜 전기를 만들고 나면 끝일까? 그렇지 않다. 석탄을 연소하고 나면 석탄재가 남는다. 우리는 발전소 외관을 살펴본 뒤 석탄재를 매립한 ‘회처리장’을 방문했다. 석탄재 처분을 위해 발전소 부지 절반에 가까운 면적의 갯벌을 메워 만든 곳이었다. 

우리가 서있는 길의 뒤편은 석탄 재 매립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 완전히 단단한 땅으로 메워진 곳이었고, 아직 석탄이 매립 중인 앞쪽은 바닷물이 고여 있었다. 매립할 때도 비산먼지가 날리다 보니 석탄재를 바닷물과 섞어 매립한단다. 석탄재를 쌓고 쌓다 보면 뒤편처럼 완전한 땅이 된다고 했다. 

석탄재는 땅에 묻을 수밖에 없는 걸까? 한국은 석탄재 처분에 돈을 들이지 않기 위해 지금껏 석탄재를 땅속에 매립해왔다. 일본에서는 자국에서 처리하는 것보다 한국에 수출하는 비용이 훨씬 저렴해서 한국 시멘트 회사에 석탄재를 팔아치운다. 정작 국내의 석탄재는 재활용되지 않고 갯벌을 없애 매립하는 이상한 사이클이 돌고 있다. 갯벌과 바다를 매립하는 데에는 비용을 낼 필요가 없다. 환경 오염은 돈이 들지 않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그곳의 생명들과 지역 어민들이 떠안는다. 대안이 없는 게 아니다. 발전소를 가동하는 한 나올 수밖에 없는 석탄재를 환경을 파괴하며 매립할 게 아니라 적절한 처분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집에서는 스위치만 누르면 전등이 켜지고, 스마트폰이 방전돼도 콘센트에 충전기만 꽂으면 바로 충전된다. 전기를 쉽게 쓰는 일상에서는 전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생각할 필요가 없을 뿐더러 발전소가 환경과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기도 어렵다. 그래서일까. 발전소를 직접 가서 알게된 내가 쓰는 전기가 이렇게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참 생소하고 낯설었다.

당진이 처음부터 전력 생산지역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당진은 역사적으로는 중국을 비롯한 국제 해상 무역의 중심지였고, 넓은 갯벌과 멋진 풍광을 가진 곳으로 주민들의 생계 터전이 되어왔다고 한다. 지금도 아름다운 낙조와 일몰을 볼 수 있는 명소이지만, 최근들어 각종 대기오염물질의 발원지로 이슈화되면서부터는 줄곧 불명예스러운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발전소가 들어서며 삶의 터전인 갯벌이 사라진 것은 물론이다.  

당진에는 현재 10기의 석탄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는데 발전소 뿐만 아니라 현대제철과 석유화학공장이 위치해 미세먼지나 오염물질이 더욱 많이 배출되는 지역이다. 수도권의 시민들과 산업계는 이렇게 값싸고 대량으로 생산된 전기 혜택을 많이 누려왔지만, 전력 생산에 수반되는 피해는 지역 주민들이 수십년간 짊어져 왔다. 안내해주신 활동가분의 설명 중 ‘그간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각종 오염물질에 대해 아무도 관심이 없다가 충남지역 미세먼지가 수도권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보도된 이후부터 전국적인 관심이 높아졌다’는 말이 유독 낯 뜨겁게 다가왔다. 

과거에는 발전소가 들어오면 그 지역도 발전되는 줄 알고 쉽사리 발전소 건설을 수용했다고 한다. 당진도 마찬가지였다. 대형 공사가 시작되면서 많은 인부가 유입되고 식당, 숙소가 생기며 일어난 반짝이던 경제효과는 공사의 완공과 함께 끝나버렸다. 안내해주신 활동가분은 이 모든 것이 ‘마약’이라고 표현했다. 마약은 찰나의 달콤한 유혹일 뿐이다. 삐까번쩍한 마을회관은 미세먼지, 오염물질, 송전탑 피해가 있는 마을의 주민들을 잡아두지 못했다. 이곳에 땅을 가진 주민들은 온전히 재산권을 누릴 수도 없다.

한편 당진은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맞서 싸워 에너지전환을 이뤄낸 지역이기도 하다. 2012년에 석탄화력발전소가 추가로 들어설 뻔했지만, 당시 주민들과 시장까지 나서서 적극적으로 반대했고, 그 부지에는 태양광 발전소가 설치되어 전국에서 손꼽히는 에너지전환 모범사례로 남았다고 한다. 그 곳이 당진에코파워라는 9.8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이다.

석탄 발전의 문제점은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뿐이 아니었다. 발전시설의 건설과 운영과정에서 주민 건강은 물론 지역공동체와 생태계를 파괴했고, 폐기 과정에서까지 환경을 오염시키는 문제점을 낳고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기후위기와 환경문제만큼이나 디지털전환을 거론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디지털 전환도 전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고, 지금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준 전기의 대부분은 석탄발전으로부터 왔다. 과연 석탄발전소가 모두 없어진다면 지금 있는 모든 것들을 대체할 수는 있을까? 앞으로 석탄발전소는 없어져야겠지만 우리가 지금 누리려는 그 모든 것을 놓지 않고 에너지전환이 가능할 지는 모르겠다. 우리가 요구해야하는 변화는 무엇이어야 할지 다시 한번 고민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글 : 녹색연합 변인희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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