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후기] 석탄발전소에 다녀온 녹색활동가의 이야기 ③ 발전노동자와 환경활동가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22.07.28 | 탈석탄

이틀간의 충남에서의 일정을 보내는 동안, 나는 발전소에 대해 설명할 명확한 말들이 떠오르지 않았다. 첫날 발전소를 둘러보고, 회처리장을 보고, 충남의 에너지전환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이야기가 머리속에서 조각처럼 둥둥 떠다니며 정리가 되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에너지 전환 이슈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것도 일단 크게 한 몫 했을 것 같다. 그러던 중 이튿날 발전소 노동자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태안읍에 위치한 금화 PSC 노동조합 사무실에 방문했을 때의 첫 인상은 사람이 정말 많다는 것이었다. 활동가들을 만나는 자리에 발전노동자 분들께서 이렇게나 많이 참석해주셨다는 것에 놀랐고, 이렇게 많은 분들과 어떤 이야기를 하게될지 궁금해졌다. 가장 먼저 비정규직 발전노조 간사님이 자료를 보며 최근 수행된 석탄화력발전 비정규노동자의 탈석탄 정책과 고용에 대한 인식조사결과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 시민들의 인식과 다를 것 없이 대다수의 발전노동자분들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었고, 고용이 보장된다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정책에 찬성한다는 응답도 78%에 달했다. 고용이 가장 큰 문제이지 폐쇄에는 대다수가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 노동자들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의 불안정성을 걱정하며, 실제로 불안을 느낀다는 응답도 굉장히 높았다.

“제가 자격증이 4개가 있어요. 아주 특화된 전문직 엔지니어이고, 하청업체 소속이지만 우리나라 전기를 생산하는 노동자로써 자부심이 있었단 말이죠. 그런데 어느순간 미세먼지, 기후위기 이야기가 나오면서 석탄화력발전소가 기후위기의 주범, 기후악당이 되어버렸어요. ‘기후악당 석탄화력발전소’와 같은 문구를 들었을 때 노동자들의 심정은 참담했죠. 저희는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 사회적 지탄을 받는 대상이 된 거예요. 그러면서 심리적인 불안이 엄청나게 많이 생겼어요.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80%의 노동자가 불안감을 느끼고 있고, 매우 불안하다고 답한 노동자도 60%에 달해요. 당사자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죠.”

이어지는 발전노동자 분들의 이야기는 나에게는 강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석탄발전을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 했을 때, 가스발전(LNG),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전환에 대한 고민을 말하는 발전노동자분들의 이야기는 환경단체 활동가와 다를 것이 없었다. 우리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같은 고민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발전 노동자도 똑같이 환경을 생각하는 우리 옆의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 든든함과 기쁨에 내 마음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이어서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서 말씀해주신 이야기들은 뉴스 기사와 자료들로 접했을 때보다 당사자들의 입에서 직접 들었을 때 그 의미가 더 확실하고 또렷하게 와닿았다. 발전노동자들은 나름의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전문직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비슷한 직종의 일을 하고 싶어하는데, 현재 정부가 제시하는 일자리 교육은 이와 완전히 상관없는 분야이고, 그마저도 교육을 받는다고 고용이 보장되지도 않는다고 했다. 어느 누가 갑자기 하던 일을 내려놓고 완전히 다른 일을 선뜻 시작할 수 있을까. 내가 느끼기에도 그저 허울뿐인 대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는 과연 발전노동자의 말을 듣긴 했던걸까? 더 많은 사람들이 발전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느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해야한다는 것에 동의해요. 동의하지만 우리 노동자들의 삶도 있는 거잖아요. 북극곰을 살리려고 기후위기 막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노동자들이 북극곰보다 못할 건 없지 않습니까. 석탄발전은 국가 정책에 의해 없어지는 좌초 산업이에요. 205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완전히 폐쇄하게 되면 없어지는 일자리에 대해 같이 준비하고 이야기하자고 요구하는 겁니다.”

이번 대화의 장에 참석하여 자신 이야기를 들려주신 발전노동자분들에게 정말 감사했다. 글만 읽었을 때는 머릿속에서 애매하게 빙글빙글 돌던 이야기가, 같은 이야기임에도 편집되지 않은 말들에서 오는 감정과 진심이 내 안에 떠돌던 생각들의 정리하게 만들어주고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 같았다.

나는 이번 충남 현장을 방문하기 전까지 에너지전환 문제에서 노동자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탄소중립을 이야기하면서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대해서만 말했지,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보지 못했고, 노동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헤아리지 못했다. 석탄발전노동자 당사자와 직접 대화를 나누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탈석탄 이슈를 좀 더 제대로 이해한 기분이 들었고, 막연하게 생각하던 에너지전환에 대해 어느정도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정의로운 전환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많은 비정규직 발전노동자들도 당연히 살아야 하는 것이고, 환경문제와 노동문제의 해결이 꼭 함께 더불어 가야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글 : 인천녹색연합 한혜선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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