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다큐멘터리 <석탄의 일생> 상영회

2023.04.28 | 에너지전환, 탈석탄

4월 20일, 석탄의 일생 GV를 진행했습니다.

지난 4월 20일, 홍대에 있는 KT&G 상상마당에서 <탄; 석탄의 일생>(이하 <석탄의 일생>) 상영회와 GV를 진행했습니다. <석탄의 일생>은, 작년 한 해 동안 녹색연합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인데, 석탄을 채굴하고 운송하고 태우고 버리는 현장을 따라가면서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담은 영화입니다. 상영회에는 총 76분이 신청해 주셨는데요, 상상마당 극장이 가득 찰 정도였습니다. <석탄의 일생>은 환경영화제 경쟁작 부문에 출품되기도 했는데요. 그만큼 큰 기대를 가지고 상상마당으로 향했습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 녹색연합은 사전에 참가신청을 하고 오신 분들에게 자리를 안내해드리며, 상영회를 준비했습니다.

<석탄의 일생>은 ‘채굴-운송-연소-외부화’ 의 네 파트로 이루어져 있었는데요. 먼저 ‘채굴’ 부분에서는 석탄이 어떻게 채굴되는지와, 한국 석탄 산업의 흥망성쇠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한국의 석탄 산업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사북, 태백, 화순 등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태백에 있는 장성광업소는 세계 2위의 생산량을 자랑할 정도로 거대하게 성장했습니다. 그러다 석탄에서 석유로 주된 에너지원이 변경되고, 석유 가격이 저렴해짐에 따라, 폐광을 권장하는 이른바 ‘합리화 정책’이 시행되고 난 후, 내리막길을 걷다 사양 산업이 되었다고 영화는 전하고 있어요.

‘운송’ 부분에서는 석탄이 어떻게 운송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강원도 삼척에 새로 지어지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삼척블루파워’의 건설현장을 보여주는데요. 삼척블루파워는 바다에 방파제를 설치해 석탄을 실은 배가 들어오는 부두를 만들고, 산에 있는 발전소까지 컨베이어 벨트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해안가의 모래가 빠른 속도로 침식되어 지형이 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른바 ‘BTS 해변’ 이라고 알려진 삼척 맹방해변도 해안가 모래사장이 침식되어 절벽이 생겼습니다. 또, 한국에서 석탄 채굴은 사양산업이기 때문에, 모든 석탄을 호주를 비롯한 해외에서 수입 해 오는데, 그 때문에 석탄의 운송 과정에서도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는 점 또한 이야기합니다.

‘연소’ 부분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를 보여줍니다. 석탄화력발전소는 석탄을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데,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끼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인터뷰에서 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되고 운영됨에 따라 암을 비롯한 질병의 발병률이 높아졌고, 발전소에서 검은 연기가 끊임없이 나와 밖에 빨래를 널면 검은 석탄재 때문에 빨래가 시커매진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실제로 석탄화력발전소는 엄청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세먼지를 발산하고 지역 주민들의 기대수명을 낮추는 등 많은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녹색연합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의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간담회 장면도 나옵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메인터넌스’ 라고 불리는 발전소 관리를 맡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석탄 운반, 석탄재 처리 등의 위험한 업무를 담당한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외부화’ 부분에서는 한국에서 석탄 채굴 산업이 내리막길을 걸은 후 석탄의 생산을 외부화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앞서 말했듯, 한국은 석탄을 호주를 비롯한 해외에서 전량 수입하는데요. 영화는 한국전력(한전)이 호주의 한 농촌 공동체를 파괴한 모습을, 호주의 기후 활동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보여 줍니다. 학교, 상점, 우체국 등이 있던 한 시골 마을을 한전이 석탄 채굴을 위해 마을 공동체를 파괴했고, 결과적으로 학교도, 상점도, 우체국도 없이 몇 가구만 남은 마을이 되었다고 합니다.

영화는 녹색연합 이다예 활동가의 인터뷰로 마무리됩니다. 이다예 활동가는 석탄화력발전소와 전기를 서울로 송전하는 송전탑 문제가 탄소 배출은 물론이고 지역간 불평등의 문제가 있음을 지적합니다. 실제로 강원도만 해도 전기 자급률은 100%가 훨씬 넘고, 서울은 10% 수준에 불과한데요. 서울과 수도권의 전기 사용을 위해 해외와 국내의 다른 지역에서 석탄을 채굴하고, 전기를 만들고, 송전탑으로 전기를 끌어오는 것입니다. 말마따나,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흘러 서울까지 오는 것입니다.

<석탄의 일생> 상영회가 끝난 후에는 GV가 진행되었습니다. GV는 이다예 활동가가 사회를 보고, 전 장성광업소 광부이자 현재 탄전문화연구소 소장인 정연수 소장과 발전비정규직노조 이태성 간사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정연수 소장은 “탄광에서 일하면 사고 위협과 진폐증 발생 위협이 높다. 탄광에서 10년간 일하면 진폐증 확률이 무척 높아지는데, 1년간 250명이 진폐증에 걸리고, 200명이 출수, 가스폭발, 탈선, 붕괴 등 사고로 사망했다” 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국가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남편을 잃은 부인들이 탄광으로 가서 선탄부 일을 하기도 했다” 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석탄은 가장 후진적인 에너지원이고 사라져야할 에너지원이다”라고 전했습니다.

이태성 간사는 “노동자는 레고블럭이 아니다.” 라는 말로 운을 띄웠습니다. 그리고 “석탄발전소는 없어져야 한다. 그러나 그 안의 삶들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기후위기 극복으로 나가야 한다.” 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시민의 힘으로 국가를 바꿔야 한다. 사회적 공공성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데, 에너지는 유독 소비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에너지도 공공재로 느끼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라고 말했는데요. 그리고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중 75%가 정의로운 전환에 찬성하고 있다.” 라고 이야기를 마무리했습니다.

<석탄의 일생>은 석탄을 캐고, 태우고, 버리는 과정에서 어떻게 그 피해와 부담을 ‘외부의 누군가’에게 전가하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석탄에너지로부터 빠르게 전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와 동시에 석탄을 이용하여 에너지를 사용하는 모든 과정에서 일어나는 외부화, 곧 지역과 노동자와 환경에 피해를 떠 넘기는 불평등한 구조가 사라져야 진정한 문제해결이 가능합니다.이것은 시민들도,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공감하는 사항입니다. 

이렇게 상영회와 GV는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습니다. 많은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함께 준비했고, 함께 참여해 성공적인 상영회와 GV가 되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GV에서도 많은 생각과 의견이 오가며 서로의 생각이 공유되는 지점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GV 패널들의 모습
정연수 소장의 이야기 모습

이태성 간사의 이야기 모습
GV의 진행 모습
참가자의 질문 모습
상영회와 GV에 참석한 참가자들의 모습

글/사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 장성열(070-7438-8522/sbddg.sic@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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