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환경연구원 자연환경연구실 이후승 연구위원과 함께하는 생물다양성 이야기
첫 번째 질문입니다.
집에서 키우던 거북이, 동네 하천에 방사하면 왜 안 되나요? 야생에서 사는 게 더 행복하잖아요.
과연 이후승 연구위원은 어떻게 대답했을까요?
모든 생물은 자신이 태어나고 살아가는 공간에서 안정적으로 생존하기를 원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는 오리류와 기러기류, 두루미류 등 철새들은 매년 같은 월동지로 되돌아옵니다. 이는 그 지역의 지형과 먹이 자원, 그리고 환경적 조건을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서식지에 대한 친숙함은 개체의 생존과 번식에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렇다면, 질문에서 언급한 집에서 기르는 거북이는 본래 어디서 왔을까요? 대부분의 경우 전문 매장이나 온라인 판매를 통해 입양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부는 사육장에서 태어났을 수도 있지만, 상당수는 외국이나 다른 지역의 자연 서식지에서 포획되어 수입된 개체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동네 하천은 결코 거북이에게 익숙하거나 적합한 서식 환경이 아닙니다. 거북이가 원래 서식하던 환경과 하천의 생태적 특성이 크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치 한식과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우리가 아마존 밀림 속 나무 위의 집으로 갑자기 이주해야 하는 상황과 유사합니다. 적응에는 극심한 스트레스가 따르고, 생존 가능성도 낮아질 것입니다.
또한, 하천은 이미 다양한 토착 생물들이 살아가는 복잡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새로운 개체인 거북이가 이곳에 방류되면, 기존 생물들과의 상호작용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거북이가 토착 어류나 양서류, 무척추동물을 포식하거나, 반대로 천적에게 잡아먹히는 등의 생태적 교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방류된 거북이가 번식에 성공해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하면, 기존 토착종의 서식지를 잠식하거나 먹이 경쟁을 유발해 생물다양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외래종인 붉은귀거북(Red-eared Slider, Trachemys scripta elegans)은 애완용으로 들여왔다가 방류된 사례가 많습니다. 이들은 국내 하천과 호수에서 개체군을 형성해 토착 생물들의 개체 수 감소와 서식지 훼손을 일으키고 있으며, 생태계의 균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한편, 방류된 거북이 입장에서도 문제는 심각합니다. 대부분은 알에서 부화한 이후부터 사람에 의해 작은 수조 속에서 사육되어 왔기 때문에, 자연 서식지의 복잡한 환경과 포식자에 대한 적응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적응 실패로 폐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반려동물, 특히 외래종을 임의로 하천이나 산, 기타 자연환경에 방류하는 것은 생태계와 동물 모두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결코 가볍게 결정할 사안이 아닙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부터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관리와 책임을 신중히 고려해야 합니다. 나아가 사회적 차원에서는 외래종 방류의 생태적 위험성을 알리고, 이를 규제하고 예방할 수 있는 교육과 제도적 장치가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일상 속 한 번쯤 떠올렸을 생물다양성에 대한 궁금증! 한국환경연구원 자연환경연구실 이후승 연구위원이 답해드립니다. 다음 질문은 “산 정상에 벚꽃 심으면 안 되나요? 관광객들 눈길 끌기 좋을 것 같은데요.”입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