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왜냐면] ‘규제 부처’ 꼬리표 떼겠다니…환경부 장관 맞나? / 박은정

2025.07.29 | 환경일반

이재명 정부의 기후생태환경 정책을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임기를 시작했다. 김성환 장관은 취임사에서 “환경부가 이제는 규제 부처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미래 세대가 지속가능한 삶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탈탄소 녹색 문명을 선도하는 부처가 되자”고 했다. 김성환 장관에게 몇가지 묻고 싶다. 왜 환경부가 규제 부처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하나? 환경부가 그동안 규제 부처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왔나?

환경부 장관이 환경부의 ‘규제 부처’라는 꼬리표를 떼겠다 선언한 것은 김성환 장관이 처음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환경부 장관인 한화진 현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킬러 규제’를 ‘혁파’하겠다”며 누구보다도 규제 완화에 앞장섰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모든 정부 부처가 산업부처가 되어야 한다며, 환경부는 환경산업부로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뛰라고 주문했다. 그에 열심히 보조를 맞춘 환경부는 결국 ‘규제 부처’가 아닌 ‘산업부 2중대’ ‘환경파괴부’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한화진 장관의 뒤를 이은 기획재정부 2차관 출신 김완섭 전 환경부 장관도 환경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적임자로 꼽히며 직을 이어받았다.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환경부 장관은 ‘자연환경, 생활환경의 보전, 환경오염방지, 수자원의 보전·이용·개발 및 하천에 관한 사무 관장’을 담당한다. 환경부는 국토환경의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난개발을 막을 최후의 보루이자, 국민의 건강과 안전, 미래세대의 환경권을 지킬 최전선 부처인 것이다. 그 역할을 해내기 위해 환경부가 가진 중요한 힘이 ‘규제’다. 보호지역이 지켜지도록, 생물다양성이 회복되도록, 국민의 생활환경이 안전하도록 감시하고 관리·감독하는 규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해야 환경부의 중요성과 힘이 커진다. 규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고, 개발과 기업 이익에 복무할 때 환경부는 힘도 잃고 신뢰도 잃는다.

기후생태위기 시대에 환경부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기후위기를 넘어 재앙으로 이끄는 성장 일변도의 정부 정책 기조도 바뀌어야 한다. 환경부는 국가 기후위기 대응의 컨트롤타워가 되어야 한다. 역할에 걸맞은 힘과 권한을 가져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지금 환경부가, 김성환 신임 장관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는 전국의 신공항·케이블카 건설 욕망에 불을 지피고, 강의 자연성 회복과 4대강 보 철거 약속을 백지화했고, 일회용품 규제를 비롯한 자원순환 정책을 후퇴시켰으며, 기후위기를 핑계로 대형 댐을 전국 곳곳에 건설하겠다고 나섰다. 이 과오를 제대로 반성하고 청산하지 않는다면, 기후위기라는 전지구적 위기를 어떻게 환경부에 맡길 수 있겠는가.

21대 대선 때 이재명 후보의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성환 장관은 특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에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다. 그래서일까. 지난 15일 열린 환경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질의도 에너지 정책에 쏠렸다. 환경부가 아니라 마치 ‘에너지부’ 장관 청문회 같았다. 기후도 환경도 없었다. 임기가 시작된 지금까지도 에너지 정책을 제외한 김성환 장관의 환경 정책 방향성과 비전은 찾아볼 수 없다. 청문회 당시 민감한 환경 현안에 대해 안일하고 무성의했던 답변에서 앞으로 김성환 장관의 행보를 엿볼 뿐이다.

부처의 핵심 권한인 규제 권한을 벗어던지겠다는 환경부 장관, ‘국가생물다양성위원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 없다는 환경부 장관, 탈탄소 산업 수출 역군을 키우는 게 환경부 역할이라는 환경부 장관, 에너지 전환을 하겠다면서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핵발전을 긍정하는 환경부 장관, 환경단체가 김성환 환경부 장관 임명을 우려하는 이유다.


2025년 7월 29일
녹색연합 그린프로젝트팀 활동가 박은정

*한겨레 사설, 칼럼 <왜나면>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2103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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