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걱정 상담소 ② 산 정상에 벚꽃을 심으면 어떨까요? 관광객들 눈길 끌기 좋을 것 같은데요.

2025.08.11 | 환경일반

한국환경연구원 자연환경연구실 이후승 연구위원과 함께하는 생물다양성 이야기

두 번째 질문입니다.

집에서 키우던 거북이, 동네 하천에 방사하면 왜 안 되나요? 야생에서 사는 게 더 행복하잖아요.

식물이 생육하는 데에는 다양한 환경적 요인과 주변 생물들의 상호작용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해당 지역의 연중 최고·최저 기온은 몇 도인지, 따뜻한 계절과 추운 계절이 각각 얼마나 지속되는지, 강수는 얼마나 자주 내리고 그 양은 얼마나 되는지, 강수가 단기간에 집중되는지 아니면 장기간에 걸쳐 지속되는지 등이 모두 중요합니다. 또한, 자생지의 생태계 내에 어떤 조류나 곤충이 서식하고 있는지, 일조량은 충분한지, 지형적으로 고도가 높은 지역인지 낮은 지역인지 등의 조건들 역시 식물의 생존과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요인입니다.

예컨대, 산 정상에 벚나무를 식재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만약 해당 지역이 본래 벚나무가 자생하는 환경과 유사하다면 생육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 산 정상의 기후나 토양 조건, 풍해(風害) 등으로 인해 벚나무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쇠퇴하거나 단기간 내 고사할 가능성이 큽니다.

식물은 빛을 확보하기 위해 스스로 높이와 잎의 크기, 형태 등을 조절하며 주변 식물들과 경쟁합니다. 지하에서도 뿌리를 통해 제한된 수분과 영양분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집니다. 이러한 생태적 상호작용 속에서, 부적절한 위치에 벚나무를 이식하는 행위는 벚나무 자체뿐 아니라 기존의 토착 식물군에도 연쇄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외래 식재된 벚나무가 자원을 과도하게 점유하거나 토양의 미세한 생태적 균형을 깨뜨려 토착 식생의 종다양성 저하를 초래할 위험이 있습니다.

관광적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부 방문객들은 산 정상에 벚꽃이 피어 있는 모습을 반길 수 있지만, 많은 이들은 오히려 인위적인 조경보다 산 정상의 원시적이고 자연스러운 풍경을 더 높이 평가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보호지역이나 자연 생태계가 잘 보존된 산 정상의 경우, 외래 식재는 경관 훼손과 생태계 교란을 초래해 본래의 자연성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소수의 관점이나 특정 집단의 선호만을 반영해 벚나무를 심는 것은 생태적·사회적 측면 모두에서 적절하지 않습니다. 식생 관리와 경관 조성은 해당 지역의 생태적 특성과 생물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과학적 조사와 공론화를 통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사안입니다.

일상 속 한 번쯤 떠올렸을 생물다양성에 대한 궁금증! 한국환경연구원 자연환경연구실 이후승 연구위원이 답해드립니다. 다음 질문은 “희귀식물, 그렇게 귀하다면 식물원에 안전하게 옮겨 심으면 되지 않나요?”입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 )

글: 한국환경연구원 자연환경연구실 이후승 연구위원

그림: 홍보팀 김다정 활동가 (geengae@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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