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환경연구원 자연환경연구실 이후승 연구위원과 함께하는 생물다양성 이야기
세 번째 질문입니다.
케이블카 공사가 서식지를 파괴한다면, 희귀식물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 심으면 되지 않을까요?
희귀식물과 멸종위기종은 개체수가 현저히 감소하여 적극적인 보호와 관리가 필요한 생물들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감소는 단순한 수적 변화가 아니라, 해당 종의 서식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되었음을 반영합니다. 이에 대한 보전 전략의 핵심은 무엇보다 서식지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이미 열악해진 경우에는 서식환경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만약 환경 개선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면 불가피하게 가장 유사한 환경으로의 이주(translocation)를 고려해야 하며, 이마저도 불가능할 경우 온실이나 식물원 등에서 개체의 생존과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관리(ex-situ conservation)가 필요합니다.
국외의 많은 동물원과 식물원은 이처럼 위기종의 치료와 재활, 그리고 궁극적으로 자연 복귀(reintroduction)를 목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관들은 교육과 연구를 병행하고,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일반 관람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식물원과 동물원은 마지막 수단(last resort)으로서, 자연 상태에서의 생존을 대신할 수 없는 ‘임시 보호소’의 역할을 할 뿐입니다. 마치 병원이나 요양원이 환자의 회복을 돕는 공간이지만, 궁극적으로 건강한 삶을 도모하는 공간이 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질문하신 케이블카 공사가 희귀식물의 자생지를 훼손할 계획이라면, 원칙적으로는 해당 자생지를 원형 보존할 수 있도록 노선을 변경하거나 사업계획 자체를 재검토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더 나아가, 최초 계획 단계에서부터 희귀식물 자생지에 대한 충분한 생태조사를 실시하고, 민감하지 않은 지역을 대상으로 계획을 수립하는 사전예방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경제적 고려를 넘어, 인간의 행위가 자연의 생명보다 우위에 있을 수 없다는 생태윤리의 원칙을 반영한 것입니다.
또한, 식물원과 같은 인위적 관리가 아무리 세심하다 해도 자연 스스로의 생존 메커니즘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나무와 꽃의 입장에서 ‘안전’이란 무엇일까요? 식물들이 인간의 보호시설을 안전하다고 인정한 적이 있을까요? 만약 누군가 우리를 ‘더 나은 환경’으로 옮겨주겠다며 가족과 친구, 익숙한 삶의 공간과 단절시킨다면 그것은 진정한 행복이 아닐 것입니다.
모든 생물은 자신이 속한 환경에서 생존과 번식을 위해 끊임없이 적응하며 살아갑니다. 물론,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은 존재하지만, 그 한계를 초과하는 급격하고 과도한 변화는 개체와 집단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불행히도 이러한 변화의 상당 부분은 인간의 편의를 위한 개발행위에서 비롯됩니다.
마지막 벼랑 끝에 매달린 듯한 희귀식물과 멸종위기종과 같은 생명체들에는 보다 세심한 배려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들의 존재는 단순한 ‘보존 대상’이 아니라, 생태계 전체의 건강성을 가늠하는 지표이자 우리 삶의 질과 직결된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일상 속 한 번쯤 떠올렸을 생물다양성에 대한 궁금증! 한국환경연구원 자연환경연구실 이후승 연구위원이 답해드립니다. 다음 질문은 “멸종위기 동물, 동물원에서 보호할까요?”입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 )
글: 한국환경연구원 자연환경연구실 이후승 연구위원
그림: 홍보팀 김다정 활동가 (geengae@green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