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환경연구원 자연환경연구실 이후승 연구위원과 함께하는 생물다양성 이야기
다섯 번째 질문입니다.
도심 공원에서 마주친 너구리, 배고파 보이는데 밥 줘도 되죠?
도심 공원에서 너구리가 관찰되었다는 사실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도심과 자연이 여전히 일정 수준의 연결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이며, 다른 하나는 자연 서식지에서의 먹이활동이나 생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너구리가 불가피하게 도심으로 들어왔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심 공원에 출현한 너구리에 대해 보다 면밀한 조사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개체가 도심 공원에 출현하는지, 이들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지 아니면 상주하고 있는지, 주요 서식지가 어디인지, 그리고 도심 공원을 이용하는 주된 목적은 무엇인지를 체계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이는 도심 공원이 너구리에게 본래 선호되는 서식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도심은 소음, 빛 공해, 사람과의 접촉 등 야생동물이 감내하기 힘든 환경적 스트레스가 높은 곳입니다. 상식적으로도, 불편하고 위협적인 지역을 특별한 이유 없이 찾아가지는 않듯, 너구리가 도심에 나타났다면 그만한 생태적·환경적 요인이 존재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그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개선해 너구리가 본래의 서식지에서 안정적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한편, 너구리에게 먹이를 주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굶을까봐 걱정되어 한두 번 주는 것은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전에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왜 너구리가 굶주린 듯 보이는지, 왜 위험을 무릅쓰고 도심 공원까지 내려와 먹이를 찾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만약 도심 공원이 원래 너구리의 서식지를 훼손하여 조성된 것이라면, 너구리를 위한 서식지 복원이 시급합니다. 반대로 갑작스러운 출현이라면 기존 서식지에서 생태적 문제가 발생했음을 의미하며, 이 문제 해결이 최우선이어야 합니다.
또한 중요한 점은 공공보건 측면에서의 고려입니다. 너구리는 광견병을 포함한 여러 인수공통전염병의 잠재적 매개체로 알려져 있습니다. 먹이를 주는 과정에서 사람이 물리거나 접촉 사고가 발생할 경우, 광견병 등 질병 확산 우려로 인해 방역 당국이 너구리를 퇴치 대상으로 지정하는 등 더 큰 위협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나아가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는 의도치 않은 생태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손쉬운 먹이에 길들여진 너구리는 점차 스스로 먹이를 찾는 능력을 상실하고, 야생동물로서의 본능과 생태적 역할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이는 개체의 생존뿐 아니라 도심 공원 및 인근 자연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선의로 행한 ‘먹이 주기’가 오히려 너구리 개체와 생태계 전체에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장 바람직한 접근은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적절한 관리 및 대처 방안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너구리가 본래의 서식지로 돌아가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너구리와 사람, 그리고 도시 생태계 모두를 위한 최선의 선택입니다.
일상 속 한 번쯤 떠올렸을 생물다양성에 대한 궁금증!
한국환경연구원 자연환경연구실 이후승 연구위원이 답해드립니다.
다음 질문은 “왜 이 숲은 아니고, 저 숲은 보호지역이에요?”입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 )
글: 한국환경연구원 자연환경연구실 이후승 연구위원
그림: 홍보팀 김다정 활동가 (geengae@green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