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걱정 상담소 ⑦ 산림 복원,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것 아닌가요?

2025.11.18 | 환경일반

한국환경연구원 자연환경연구실 이후승 연구위원과 함께하는 생물다양성 이야기


일곱 번째 질문입니다.

황폐해진 산림 복원,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것 아닌가요?

산림을 왜 복원해야 할까요? 그리고 그 복원이 반드시 ‘빨라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심각한 산림 황폐화를 경험했습니다. 이로 인해 1970년대 이후 리기다소나무(Pinus rigida)와 같이 생장이 빠르고 관리가 용이한 수종을 대규모로 식재하여 황폐한 산지의 녹화를 추진했습니다. 이는 당시 나무가 거의 사라진 산을 신속히 푸르게 만들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산림을 복원한다는 것은 본래 그곳에 자연 산림이 존재했음을 전제로 합니다. 산불, 벌목, 개발 등으로 산림이 훼손되었다면 이를 회복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복원’이 반드시 ‘신속함’을 전제로 할 필요는 없다는 점입니다. 본래 자연은 ‘빨리’라는 개념과는 거리가 멀며, 산림 생태계는 일련의 ‘천이(succession)’ 과정을 통해 서서히 구조와 종 조성이 변화하며 자가회복 능력을 발휘합니다. 즉, 인간의 개입 없이도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면 산림은 스스로 복원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는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이르는 긴 시간이 필요할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훼손되지 않고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한 가지 고려사항은 “무엇을 심을 것인가”입니다. 흔히 “가장 잘 자라는 나무”를 심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그러나 왜 빠르게 자라는 나무를 심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 필요합니다. 만약 나무가 전혀 없는 산이라면 반드시 인위적 식재가 필요할까요?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산림 토양에는 다양한 식물 종의 씨앗과 뿌리, 포자 등 유전적 정보(seed bank)가 잠재되어 있으며, 적절한 조건이 갖추어지면 이들이 자연스럽게 발아하고 성장하며 생태적 균형을 회복합니다. 이 과정에서 식물들은 서로 경쟁하고 공존하며 점진적으로 복원됩니다.

문제는, 인간이 ‘빠른 복원’을 목표로 외래 수종이나 생태적 적합성이 낮은 나무를 대량 식재할 경우, 이러한 자연스러운 균형을 교란시킬 위험이 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동일한 자생종을 심는 경우에도 생태계의 순차적 회복 과정이 단축되면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마치 자동차가 출발하자마자 1단과 2단을 건너뛰고 3단 기어로 바로 주행할 때 엔진에 과도한 부하가 걸리는 것과 유사합니다. 혹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 한 모금 없이 기름진 음식을 먹는다면 위장에 부담을 주어 탈이 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자연은 점진적이고 순차적인 과정을 통해 스스로 균형을 찾아갑니다.

따라서 산림 복원에서는 먼저 훼손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원래의 산림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합니다. 복원 과정은 최소한의 개입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인간의 역할은 자연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고 필요한 경우 제한적이고 신중한 도움을 주는 것에 그쳐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생태적 복원의 철학이며, 장기적으로 건강한 산림 생태계를 유지하는 길입니다.

일상 속 한 번쯤 떠올렸을 생물다양성에 대한 궁금증!

한국환경연구원 자연환경연구실 이후승 연구위원이 답해드립니다.

다음 질문은 “야생곰 복원했다가 사람 다치면 어떡하나요?”입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 )

글: 한국환경연구원 자연환경연구실 이후승 연구위원

그림: 홍보팀 김다정 활동가 (geengae@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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