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걱정 상담소 ⑧ 육식동물, 한국에 꼭 필요할까요?

2026.04.02 | 환경일반

한국환경연구원 자연환경연구실 이후승 연구위원과 함께하는 생물다양성 이야기

Q8. 한국에 늑대, 스라소니, 담비 같은 육식동물이 꼭 필요할까요? 등산하는 사람이 많은데, 육식동물이 사람을 해칠 수도 있잖아요.

육식동물과 초식동물, 그리고 잡식동물은 과연 누가 그렇게 정한 것일까요? 자연이 처음부터 이들을 구분하여 설계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자연계는 설계자가 정해놓은 것이 아니라, 긴 진화의 시간 동안 생물들이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생태적 적합도(fitness)를 극대화한 결과 오늘날의 모습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다시 말해, 수많은 생물 종은 기후, 먹이 자원, 포식 압력 등 다양한 환경 요인의 변화 속에서 생존과 번식을 위해 최적의 형태, 기능, 그리고 생태적 지위를 획득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종들은 서서히 소멸했고, 적응에 성공한 종들만이 살아남아 현재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것입니다. 육식동물 역시 이와 같은 장구한 생태적 역사 속에서 지금의 위치에 도달한 것이며, 인간 또한 이 과정에서 육식동물과 직·간접적으로 상호 영향을 주고받아왔습니다.

그렇다면 질문에서처럼 등산객과 마주친 육식동물이 사람을 공격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일반적으로 이러한 사건 이후에는 해당 육식동물을 포획하거나 사살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추가적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광범위한 제거 활동이 추진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 방식은 종종 육식동물 개체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생태계의 균형에도 장기적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결국 사람의 피해에 대한 대응으로 시작된 조치가 오히려 육식동물과 생태계 전체에 더 큰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과 육식동물 간의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전적 대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육식동물의 생태와 행동 양식을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예컨대, 번식기나 새끼를 보호하는 시기처럼 민감한 시기에는 육식동물의 경계심과 공격성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등산객이 이러한 시기에 해당 서식지에 접근하지 않도록 안내하거나 등산로를 일시적으로 폐쇄·우회시키는 등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캐나다의 사례는 이러한 예방적 접근의 좋은 예입니다. 캐나다에서는 야생곰의 활동이 빈번한 지역에서 곰의 행동 특성과 계절적 위험성을 등산객에게 적극적으로 알립니다. 특히 겨울잠에서 깨어난 봄과 겨울잠에 들기 전 먹이를 집중적으로 섭취하는 가을에 사람에 대한 공격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기임을 안내하며, 등산객들이 곰의 존재를 알릴 수 있도록 방울을 배낭에 달거나, 위급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곰퇴치용 스프레이(bear spray)를 휴대하도록 권장합니다. 이러한 사전 예방과 교육을 통해 사람과 곰이 같은 공간에서 공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육식동물의 생태를 이해하고 이와 같은 예방적 관리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사건이 발생한 후 대응하기보다는, 충돌의 원인을 사전에 차단하고 사람과 야생동물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것이 생태계의 건강을 유지하고, 인간과 야생동물이 서로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지속가능한 관계를 구축하는 핵심입니다.

일상 속 한 번쯤 떠올렸을 생물다양성에 대한 궁금증!

한국환경연구원 자연환경연구실 이후승 연구위원이 답해드립니다.

다음 질문은 “사막 같이 생물종이 별로 없는 곳도 생태계로 지정해 보호해야하나요?”입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 )

글: 한국환경연구원 자연환경연구실 이후승 연구위원

그림: 홍보팀 김다정 활동가 (geengae@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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