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용 다한 SOC투자의 자금줄을 끊어야 한다.
경제성뿐 아니라 정책적 타당성도 없는 SOC 사업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곳간처럼 운영되던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가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더이상 SOC사업을 벌이는 것 자체가 여의치 않아 2017년 6000여억원에 이어 2018년 6조이상의 잉여자금이 발생했다.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의 80%를 교통분야에만 써야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곳이 있어도 다른 곳에 예산을 반영 할 수 없어 공공자금으로 예탁하고 있다. 감사원과 국회 지적으로 현재 교통분야 80% 비율을 73%로 조정하는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의 비율 배분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어 있다. 곳간을 정비할 것이 아니라 쓸모가 다한 곳간은 없애야 한다.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법은 좀비세법인가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는 휘발유와 경유에 세금을 부과하여 도로, 철도등 SOC 건설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할 목적으로 10년 한시적 운영을 전제로 1994년 만들어졌다. 1994년 교통세로 시작되었으나 2006년 교통시설의 투자재원뿐만 아니라 에너지 및 환경 관련 투자재원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배분 비율이 조정되어 교통세법에서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법으로 변경되었다. 세수의 80%는 교통분야에 투입되고 나머지 15%는 환경 분야에, 5%는 지역발전 등의 재원으로 쓰인다.
교통세는 당초 10년만 운영하고 없앨 계획이었다. 1990년대 SOC의 건설에 따른 재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런 목적세는 국가재정 운영의 경직성을 가중시키므로 목적을 다하면 폐지하고 더 필요한 곳에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 법은 2003년 이후로 법의 유효기간이 3년씩 지속적으로 연장되었고, 2018년 일몰 예정이었던 것이 2021년까지 3년 연장되어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SOC 예산 과다, 감사원ㆍ국회 심사보고서에서도 지적
2018년 4월 감사원은 <재정지출 효율화 및 주요 재정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 세입의 특별회계별 배분기준 불합리 하다고 발표했다.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를 주요 세입으로 하는 교통시설특별회계는 여유 재원의 발생으로
그 여유재원을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예탁하고 있는 반면, 환경개선특별회계 및 지역발전특별회계의 경우 세입재원의 부족으로 일반회계에서 추가 전입금을 받게 되어 일반회계의 부담이 늘어나는 등 국가재정을 비효율적으로 운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위원회 심사보고서(2018.12)에 따르면 국가재정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의 유효 기한을 종료하고 개별소비세로 통합시킬 것을 제안했다. 목적세로 해당 분야만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의 특성상 일반회계와 칸막이식으로 운영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아도는 6조원, SOC보다 시급한 예산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교통시설특별회계 세출 내역 중 2017년 6007억원, 2018년 6조 3783억이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 예탁하는 예산안을 수립했다. 2019년도 또한 3조 7465억원이 공공자금관리기금 예탁분으로 수립되어 있다.
(출처: 교통시설특별회계개정안 검토보고서)
전체 세입이 세출을 초과하여 발생한 잉여금을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 예탁한 것인데 즉 교통분야 예산으로 80% 비율의 예산이 배정되었으나 다 쓰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 이상 새로운 고속도로, 새로운 고속철도를 만들 수 있는 국토가 없다. 이제는 신규 건설이 아닌 유지관리를 위한 예산이 필요할 때이다. 남북 경제 협력을 이유로 SOC 건설 예산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보다 우선 필요한 것은 난개발이 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과 예산 방향을 수립하는것이다.
더욱이 지난 1월 29일, 문재인정부는 국가균형발전, 지역경제 활성화이라는 명목으로 예비타당성면제사업을 발표했다. 23개 사업, 24조 1천억원의 사업 중 SOC사업은 18.7조(78%), 15개(65%)이다. 경제성도 없는 SOC 사업들을 무슨 근거로 할수 있겠는가. 이와 같이 남아도는 예산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렇게 남는 예산을 쓰기 위해서는 경제성 없이도 건설되는 도로, 이용자 없이 유령처럼 남아있는 공항등이 있음에도 꾸준히 SOC 사업을 개발해야 한다.
비율 배분이 아닌 폐지가 답이다.
현재 환경정책기본법과 교통시설특별회계법 개정안이 예산부수법안으로 본회의에 부의되어 있다. 예산안이 통과되면 법안도 통과된다.
개정법안은 교통에너지환경세의 비율 배분을 조정하여 교통분야는 80%->73%로, 환경분야는 15%->25%로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발의된 법안대로 배분 비율이 변경된다면, 교통분야와 환경분야의 예산이 일부 조정된다. 교통분야 비율이 7% 감소했다는 것은 고작 1조 2천억원 정도 줄어들 뿐 여전히 십수조의 예산이 SOC에 과다하게 사용된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더 이상 도로,철도등의 SOC를 위한 자금줄이 아니다.
국토교통부 및 해양수산부의 “2018~2022년 중기사업계획” 에서도 교통시설특별회계의 세출규모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최소 12조 9,844억 원에서 최대 13조 9,030억 원으로 전망하고 있어 이후에도 큰 증가가 예상되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온실가스나 미세먼지등의 환경문제가 심각하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고 있다.
교통․에너지․환경세로 확보된 재원이 도로, 철도등 SOC에 중점적으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면 이는 결국 석유 등 화석연료의 사용을 활성화 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감사원과 국회에 떠밀려 이제서야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 비율 배분이 조정되었지만 재정 사용의 효율성이나 환경 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토목 마피아들이 남아 있는 한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가 교통 분야에 과다하게 배분되는 것이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무분별한 SOC 사업으로 재정이 악화되고, 화석연료 사용으로 기후위기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 무분별한 토건사업의 자금줄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문의: 녹색연합 정책팀 허승은(070-7438-8537)
2019년 12월 05일
녹색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