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의 발암물질 배출… 기업들은 왜 측정조차 안 할까
– 대기오염물질 배출, 그리고 환경부의 무능과 기업의 거짓말
공장의 굴뚝에서는 많은 오염물질이 뿜어져 나온다. 최근 일부 기업들이 배출량을 조작한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그런데 배출량을 ‘측정’조차 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물질이 얼마나 나오는지도 모르고 아무런 관리와 규제도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다.
녹색연합과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지난달 23일 공동 보도자료 ‘발암성 대기오염물질을 측정하지 않는 기업의 사례’를 통해 오염물질 관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기업들의 ‘자가측정’과 관련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기환경보전법은 벤젠, 트라이클로로에틸렌, 염화비닐 등 유해성이 큰 35종의 물질을 ‘특정 대기 유해물질’로 지정해서 관리하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은 암을 일으키는 발암성 물질로 알려져 있다.
녹색연합은 기업이 배출하는 특정 대기 유해물질이 제대로 측정되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이 분석을 위해 2가지 자료를 확인했다.
우선 특정 대기 유해물질의 대기 배출량을 파악하기 위해 환경부의 ‘2016년 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정보시스템'(이하 PRTR) 를 분석했고 각 기업의 자가측정 항목은 환경부의 ‘2016년 대기 배출사업장 자가측정현황’ 자료를 활용했다.
이 두 가지 자료를 이용해 대기 배출량이 있는 물질을 자가측정하지 않은 39개의 기업을 확인했다.
왜 측정을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기업들은 왜 측정을 하지 않을까?
첫째, 현재 법 제도의 공백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법령상 관리하는 물질로 지정되었지만 배출량 기준이 없는 물질의 경우, 기업들은 측정의 의무를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 현재의 제도다. 또한 기업들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항상 기준 이하’라고 할 경우, 정부는 기업들의 자가측정을 면제해 주게 되어 있다. 이런 불합리한 법 제도로 인해 대기오염물질의 측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둘째로는, 법 제도의 공백과 다른 경우도 있었다. 배출량 기준도 있고, 자가측정 면제항목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자가측정을 하지 않은 기업의 사례가 확인되었다. 이 경우, 배출량이 확인되는 물질을 왜 측정하지 않는지 원인과 실태를 파악하고, 위법 여부를 자세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녹색연합의 지적에 기업들은 반발했다. 특히 SK인천석유화학은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SK 측은 “인천보건환경연구원에서 측정한 결과 해당 물질(벤젠)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의 주장과 상대편(기업)의 주장이 대립하는 경우는 흔히 발생한다. 이번 경우에는 녹색연합과 SK인천석유화학이 근거로 삼는 자료가 서로 달랐다. 녹색연합이 PRTR상 2016년 한 해 동안 벤젠의 대기 배출량이 1164kg에 달한다는 점을 지적한 반면 SK인천석유화학은 별도의 측정 결과를 들이댔다.
논란을 해결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환경단체와 기업이 제시하는 자료에 차이가 난다면, 정부는 두 단체가 주장하는 내용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특히 유해물질의 실제 배출 가능성을 우선 고려해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 기업은 분기별 1회씩 3년 동안 측정한 것에 불과하다. 혹시 인허가 단계의 문제는 없는지, 벤젠이 배출되는 다른 시설은 없는지 등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
환경부의 무능이 빚은 촌극
이번 논란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23일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PRTR상의 배출량은 저감 공정을 거치면 80~90% 줄어들기 때문에 사실상 거의 배출되지 않는다”며 “PRTR을 근거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엉뚱한 답을 내놓은 것이다. 이는 환경단체가 A라는 근거를 제시하고 상대편 기업이 B라는 근거를 제시했는데, 환경부가 “A라는 근거자료는 엉터리다”라고 말한 셈이다.
환경부 관계자의 말 한마디가 이정미 의원실과 녹색연합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런 환경부 관계자의 인터뷰를 토대로 한 언론사는 ” 정부가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런데 과연 환경부 관계자의 주장은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환경부 화학물질 안전원에서 발간한 ‘2019 화학물질 배출량 조사지침’에 따르면 “대기로의 배출량은 ①해당 공정에서 직접 대기로 배출되는 양과 ②포집되어 대기오염방지시설을 거쳐 처리된 후 대기로 배출되는 양”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다시 말해서 PRTR상의 대기 배출량 통계는 이미 저감률을 고려해서 작성된 통계라는 것이다.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환경부 관계자가 언론에 허위 정보를 제공한 것이다. 무능함이 빚은 촌극이었다. 환경부는 보도가 나간 지 이틀이 지난 뒤에야 뒤늦게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환경부는 “PRTR배출량과 굴뚝 배출량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애초 PRTR배출량은 저감 효율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설명의 오류가 있었다”고 25일 해명했다. 아울러 환경부는 “PRTR배출량 자료는 환경부의 대기오염물질 관리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사실관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무능한 환경부가 불필요한 혼란을 자초한 셈이다.
기업의 무책임한 거짓말
이뿐만이 아니다. 해당 기업의 거짓말도 문제였다. 23일 관련 보도가 나간 후, SK인천석유화학은 24일 본인들의 입장을 해명하는 것을 넘어 허위내용의 문자를 기자들에게 배포하였다. 이정미 의원실과의 면담 후 회사 측은 기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이정미 의원실은
1. 임의누락 팩트와 다른 점을 인정. SK인천석유화학과 SK종합화학에 사과한다.
2. 임의 누락 왜곡 노출 기사 리스트 의원실에 전달해 주면 언론사와 직접 통화해 바로잡겠다.
3. 당사 경영진, 이정미 의원 면담 일정 잡고 사후 환경평가, 건강 영향평가, 리스크 거버넌스 등 자가측정 인정 노력 설명 듣겠다.“
하지만 위의 문자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닌 허위였다. 이정미 의원실 측은 기업 측에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한 바가 전혀 없었다. 이 의원실은 24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SK인천석유화학의 여론몰이를 비판했으며 공식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였다. 하지만 현재까지 기업 측은 아무런 해명과 사과도 없는 상태다.
안전하게 숨 쉴 권리를 위해
대기오염에서 기업들의 배출량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환경부가 2017년 발표한 통계 결과에 따르면 전국 미세먼지 배출원 1위는 사업장(38%)이다. 공장의 굴뚝에서는 미세먼지 외에도 발암성의 해로운 각종 대기오염물질을 발생시킨다. 따라서 시민이 안전하게 숨 쉴 권리를 위해서는 각 기업의 대기오염 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의 책임과 기업을 관리·감독하는 정부(환경부와 지자체)의 책임이 큰 이유다. 그러나 이번 대기오염 자가측정을 둘러싼 논란에서 정부와 기업은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행동으로 국민의 혼란을 키웠다. 안전하고 깨끗한 공기를 위해서 기업의 대기오염 관리 정책의 전반적인 점검과 개편이 필요하다.
글:녹색연합 정책팀 황인철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