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1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유예 1년, 자원순환 정책의 명백한 퇴행.

2023.06.09 | 폐기물/플라스틱

1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이 유예된 지 1년이 지났다. 환경부는 법에서 규정한 시행일을 유예하고, 시행 지역을 축소했다. 행정부가 현행법을 위반했다는 점에서 큰 논란이 일었다. 쓰레기 대란을 겪고 플라스틱 오염 협약을 논의하는 이 시기, 정부의 자원순환 정책은 1년 내내 뒷걸음질을 쳤다. 국정과제로 선언한 1회용컵 보증금제마저 시행을 유예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규제완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시행 1년이 지났지만 제도는 안착되지 못한 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환경부는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1회용컵 보증금제를 전국 시행해야 한다.

일회용 플라스틱컵 회수율, 여전히 7%에 불과해
1회용컵 보증금제의 대상 사업자는 가맹점이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 카페다. 이 중 일부 프랜차이즈는 일회용컵 사용 저감 및 재활용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며 지난 2018년 환경부와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해당 브랜드는 매장 내 회수된 1회용컵을 회수 재활용하고 이행실적을 환경부에 보고해야 한다. 환경부의 자발적 협약 이행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플라스틱 컵의 회수율은 7%, 종이컵 회수율은 13%(2022년 기준)에 불과했다. 매장 밖에서 수거된 컵이 선별장에서 선별,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1회용컵의 환경오염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다.

무책임한 환경부, 지자체에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된다.
1회용컵 보증금제의 선도지역인 제주는 특성상 프랜차이즈 카페보다는 관광지 주변에 카페가 많다. 제주지역에 인구가 적은 읍면 지역의 커피전문점 수를 보면 우도면이 인구 1만 명 기준 132.1개소(실거주 인구 1892명), 한경면이 37.2개소(실거주 인구 9,405명), 안덕면이 61.4개소(실거주 인구 12,711명)으로 나타났다. 실거주 인구가 5만 명이 넘는 이도2동과 노형동은 약 22개소라는 점을 보더라도 관광지의 특성을 지니는 읍면지역에 지나치게 많은 커피전문점이 위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김정도. 순환경제 사회를 위한 자원순환 정책 과제 모색을 위한 토론회.2023.5.31) 이런 상황에 제주도 내에서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고, 결국 지자체 건의 반영이라는 이유로 환경부는 시‧도 조례로 보증금대상사업자 지정 근거를 마련하는 시행령을 개정 중이다.
1회용컵을 다량으로 배출하는 사업자는 자원재활용법 15조의 2에 따라 자원순환보증금을 포함한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1회용컵의 재활용 촉진의 책임을 부여받는다. 그 대상은 100개 이상 매장이 있는 커피전문점과 제과점업과 100개 미만인 사업자 중 환경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자다. 1회용컵 다량 배출 사업자 중 현 시행령에서 포함하지 못하는 일부 사업자를 시도지사 조례를 통해 지정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환경부는 환경부 장관이 지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삭제하고 지자체장이 조례로 정하는 자로 대체했다.
지자체에 자율권을 부여하면서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환경부 장관이 필요할 경우 사업자를 추가해야 함에도 환경부는 명문화된 책임까지 저버리는 결과를 택했다. 제도를 변형해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환경부를 국민들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

1회용컵 보증금제, 생산자 책임 강화되어야 한다.
1회용컵 보증금제의 강력한 시행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환경부는 제도 시행을 앞두고 사업자 설득을 위한 지원에 힘을 쏟았다. 시행 초기 라벨비, 보증금 카드 수수료, 표준용기 처리 비용 뿐 아니라 컵 반납기, 라벨 부착기 등 지원을 쏟아냈다. 시행 초기 지원은 일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제도 시행 1년이 다 되도록 참여하지 않는 사업자를 위해 환경부는 올해 사업자 지원을 강화했다. 일회용컵 반환에 따른 회수지원금 지원(10원/개), 보증금제 홍보문구 물품 제작 (컵홀더, 종이컵) 지원을 결정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생산자의 책임을 강화하기는커녕 일회용컵 판매자에게 각종 지원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사용을 줄여야 할 컵홀더에 미반환보증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소비자는 동의하기 어렵다.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을 촉구한다.
1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유예 발표 이후 전국시행에 대한 질문에 환경부장관은 “선도지역 모니터링으로 향후 확대 방안을 강구하겠다. 일회용컵이 사용되는 업종과 사용량을 확인해 대상업종을 검토하겠다” 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후 환경부는 일회용컵 사용현황 조사 연구와 1회용컵 보증금제 선도지역 모니터링 연구 조사를 하고 있다.
선도지역 모니터링은 어떤 자료로 평가할 것인가. 대상 매장 절반이상이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회수율과 감량효과 등 보증금제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1회용컵 보증금제가 커피전문점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하는 유사업종을 어떻게 적용할지 역시 의문이다. 명백하게 일회용컵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카페에서 적용되지 못한다면 어떤 업종도 참여가 어렵다.
결국 답은 나와있다. 녹색연합, 여성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은 환경부가 조속하게 1회용컵 보증금제를 전국에서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

2023년 6월 9일
녹색연합· 여성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

*문의) 녹색연합 녹색사회팀 허승은팀장(070-7438-8537, plusa213@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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