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에 점령, 현장을 가다 ①] 팬들도 고개를 저었다… 야구장의 두 얼굴

2023.06.12 | 폐기물/플라스틱

야구장 안에서 사용이 금지된 막대풍선을 노점에서 팔고 있다.

지난 5월 중순 경기 시작 1시간 30분 전, 이미 서울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은 잠실야구장으로 향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출구로 나오니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다양한 음식과 음료를 판매하는 노점. 근데 눈에 더 띄는 것은 바로 새빨간 막대풍선이었다.
분명 막대풍선은 법적으로 경기장 안에서 쓰지 못하는 일회용품인데 왜 아직도 팔고 있을까하고 생각하는 찰나, 다같이 야구 유니폼을 입은 한 가족이 막대풍선을 사갔다. 어라, 막대풍선 쓰면 과태료를 내야 하는데?

야구장에서 왜 막대풍선 쓰면 안돼?

인터넷으로 야구경기 티켓을 예매할 때부터 한 가지 당부사항이 적혀있었다. KBO와 환경부가 ‘일회용품 없는 야구장 조성을 위한 자발적 협약'(이하 자발적 협약)을 맺었으니 경기장에서 막대풍선과 같은 비닐류 응원도구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는 직관을 택한 야구팬들을 헷갈리게 하는 정확하지 않은 ‘문구’였다. 

경기장 내 전광판에 잘못된 사항이 안내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11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막대풍선과 같은 합성수지재질의 일회용 응원용품은 체육시설에서 사용할 수 없다. 심지어 경기장 안에서 막대풍선을 사용하면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그럼에도 야구장 그 어느 곳에서도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낼 수 있다는 정확히 안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저 전광판에만 ‘자발적 협약에 따라 비닐류 응원용품의 사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문구가 흐를 뿐이었다. 

“KBO와 환경부의 ‘일회용품 없는 야구장 조성을 위한 자발적 협약’에 따라
막대풍선과 같은 비닐류 응원도구 사용을 금지하오니
일회용품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팬 여러분의 동참 부탁드립니다.

마치 관람객들이 자발적으로 지켜주면 좋겠지만 굳이 사용한다면 딱히 어쩔 수 없다는 것처럼. 그러다보니 잠실야구장 밖 노점에서는 막대풍선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고, 관람객들은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관람객들은 경기장 내부에서 사용이 금지된 막대풍선을 들고 열심히 응원에 나서기도 했다.

일회용품, 없는 곳이 없다

사실 야구장은 막대풍선만이 문제가 아니다. 경기시간이 저녁식사를 해야할 시간대인 만큼 경기장에 입점한 식당마다 줄이 길게 늘어서 있고 입구로 향하는 사람들의 두 손은 치킨, 피자, 떡볶이 등 포장된 음식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관람객 손에 들린 것은 비단 맛있는 음식뿐이랴. 단 3시간만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품도 있다.

앞서 말했듯 프로야구 구단들은 지난 4월 18일 야구장에서의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그만큼 체육시설 중 야구장은 특히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환경부가 발표한 제5차 전국폐기물통계조사(2016~2017년)에 따르면 전국의 스포츠시설에서 발생한 폐기물 총 6176t 중 35.7%(2203t)는 야구장에서 발생했을 정도다.

KBO는 이 자발적 협약에 따라 경기장에 입점한 식음시설에서 점진적으로 다회용기를 사용하도록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모든 매장이 포장판매할 때 일회용컵과 용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일회용 쓰레기를 만들고 싶지 않다면 야구장에서는 아무것도 사먹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잠실야구장에서 줄이 제일 길게선 매장, 그만큼 1회용품도 많이 쓰인다.
경기장에서 관람객들이 1회용품에 담긴 음식과 음료를 먹고있다.

야구팬들조차 보기 싫어하는 그것

야구장 곳곳에서 보이는 이 수많은 쓰레기들, 제대로 버려지고 있기는 할까?
잠실야구장 내부에는 예상보다 쓰레기통이 많았다. 그러나 어디에 일반쓰레기를 버리고 페트병을 버려야하는지 한눈에 알아보기 어려웠다. 분리배출항목이 쓰레기통 중간이나 하단에 표시되어 있어 고개를 내려서 쓰레기통의 몸통을 제대로 보지 않으면 잘못 버리기 십상이었다. 그나마 배출항목이 위에 표시된 곳은 플라스틱, 캔 등을 버릴 수 있는 쓰레기통이 하나씩 빠져있어 제대로 분리배출할 수 없었다.

분리배출항목이 쓰레기통 하단에 표시되어 있어 확인하기 어렵다.
 당연히 분리배출은 어려운 환경이다.
플라스틱 배출함이 없는 곳에도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이 버려져있다.
분리배출조차 되지 않은 상태로 버려지는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

경기가 끝나면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한꺼번에 많은 관람객들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분리배출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음식물, 일반쓰레기, 캔, 플라스틱 등 모두 섞인 채로 버려졌다. 특히나 출입구와 가까운 쓰레기통은 포화상태를 넘어 쓰레기로 넘쳐났다. 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리려던 일부 관람객들도 엄청난 양의 쓰레기에 분리배출은 고사하고 쓰레기통 안에 넣지도 못했다. 이들도 현장을 보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고개를 내저었다.

응답 없는 구단, 결국 이 자리에서 물어본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역사 40년, 경기장 내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는 최근에 나온 것이 아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게 최선이 아니다.

경기 수원에 위치한 야구장인 kt위즈파크는 최근 다회용기 공급 및 회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잇그린과 협업해 관람객이 음식이나 음료 주문할 때 일회용기 대신 다회용기를 선택할 수 있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관련 언론 보도에 따르면 kt위즈파크에서 하루 평균 사용되는 다회용기는 4500개이며, 회수율은 약 94~95%이다.

다시 말해 하루에 최소 4230개의 일회용 쓰레기를 줄인 것이다. 잠실야구장도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해당 시범사업을 직접 실시한 적이 있었고 2개월 간 약 5.5t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는 효과를 보았다. 야구장에서 버려지는 쓰레기의 양을 분명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이미 제시되어 있는 셈이다.

공식 응원용품 판매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응원용품

응원할 때에도 일회용품이 아닌 다회용품을 사용할 수 있다. 공식 응원용품 판매점에서는 다회용 응원봉과 머플러를 판매하고 있고 실제 경기장 안에서도 많은 야구팬들이 구단의 굿즈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이제 구단이 제 역할을 다하면 된다. 현재 잠실야구장의 환경미화 및 청소 등의 시설관리는 잠실을 홈구장으로 운영하고있는 두산베어스와 LG트윈스가 공동으로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녹색연합은 두산베어스와 LG트윈스에 비닐류 응원용품 사용 실태를 알리고 일회용품 사용 저감 방안과 쓰레기 배출 문제 개선 등에 대해 물어보는 질의서를 보냈다.
질의서를 보낸 지 2주일이 지났지만 두 구단 모두 8일 현재까지 응답이 없다. 이미 자발적 협약을 맺을 만큼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구단들도 알고 있다면, 그저 다같이 모여서 기념촬영만 하는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니라 시민단체가 질의하는 개선방안에 대해 답해야 한다.

예의를 갖춰 공식적인 절차로 질의해보았으나 묵묵부답인 구단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물어본다.
비닐류 응원용품 사용을 막을 방안은 무엇인가? 다회용기 제공 서비스는 언제 확대할 것인가? 쓰레기 배출 시스템은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아니, 질문을 바꿔서 물어보는게 맞겠다. 쓰레기에 대한 책임을 언제까지 관람객들과 청소관리자에게 떠넘길 것인가? 과연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는 있는가? 프로야구 800만 관중들과 함께 응답을 기다리고 있겠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s://omn.kr/249wt
* 문의: 녹색연합 녹색사회팀 진예원 (070-7438-8536, salromhi@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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