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부터 정당 홍보 현수막의 무분별한 게시로 안전과 환경문제가 불거졌다. 거리를 뒤덮은 정당 현수막으로 관련 민원은 2배 이상 증가했고 8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옥외광고물법으로 내용, 게시 기한 등을 엄격히 제한해 오던 것을 정당 홍보물을 예외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자원 낭비와 플라스틱 오염 문제로 선거 현수막 사용 제한 요구가 커지는 것과 다르게 정치권의 이해만 반영해서 개정한 악법 중의 악법이다. 국회는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 사용을 제한하도록 옥외광고물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
옥외광고물은 지자체에 허가ㆍ신고를 해야 하고, 지역ㆍ장소ㆍ물건에 따라 금지 또는 제한하고 있다. 이 중 비영리 광고물을 예외로 하고, 그 내용과 게시 기간을 별도로 명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시설물 보호, 안전사고 예방, 미아 찾기, 교통사고 목격자 찾기 등의 내용의 광고물은 신고,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비영리 광고물에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내용을 포함해 제한 없이 게시하도록 했다. 수량이나 규격의 제한도 없다. 게시기간(15일)과 정당과 연락처 등만 현수막에 표시만 하면 된다.
그 결과 옥외광고물법 개정 이후 3개월간의 ‘정당 불법 현수막’이 여의도 3배를 덮을 양이 발생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중앙일보에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철거했다고 보고한 정당 현수막 무게는 1300t(톤)으로 약 197만 장으로 추산된다. 또한 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옥외광고물법 시행 전 6,415건에 불과하던 정당 현수막 민원이 시행 후 3개월 사이 14,197건으로 2배 이상 대폭 증가했다.
해당 법안이 2020년 발의 당시에도 현수막 난립에 대한 우려는 이미 제기된 바 있다. 정당에 대하여만 옥외광고물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국민 법 감정상 이해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행안위에서는 현수막의 개수, 규격조차 제한하지 않고, 현수막의 방법과 기간만 표시하는 것으로 제안해 법령을 개정했다.
정당 현수막 난립으로 문제가 불거지자 행정안전부는 정당현수막 가이드라인을 시행(2023.5.8)했다. 그러나 현수막 게시 위치 등을 제안한 정도다. 옥외광고물법에서 정당 현수막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하위법령이나 조례로는 규제를 할 수 없다.
현재 국회에는 정당 현수막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6건의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그리고 이 개정안은 대통령령을 통해 현수막의 개수, 규격, 이격거리 등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는 사항은 현수막의 표시 방법과 기간이다. 즉, 지금 발의되어있는 개정안들은 현행법을 바꾸지 않는 이상 반영될 수 없는 내용들이다.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게시할 수 있는 현수막의 수량은 공직선거법 제67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정당 현수막의 난립을 막기 위해서는 현수막의 게시 수량을 옥외광고물법에서 규제할 수 있어야한다.
무엇보다 현시대에 맞춘 정당과 정책 홍보에 있어서 현수막의 사용은 중단되어야 한다. 현수막은 플라스틱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테르가 주성분이라 매립해도 썩지 않는다. 소각 시 다이옥신 같은 유해물질이 배출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재활용을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재활용률은 현저히 낮을 뿐 아니라 현수막 재활용품에 대한 수요도 없어 결국 다른 형태의 쓰레기로 남는 현실이다.
결국 정당과 정책 홍보는 자원의 낭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선거 공보물도 온라인으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대다. 무분별한 정당 홍보 현수막이 난립하는 문제를 개선하려면 옥외광고물법 표시적용 배제 대상인 정당과 정책 홍보 내용을 삭제해야 한다.
*문의) 녹색연합 녹색사회팀 허승은팀장(070-7438-8537, plusa213@green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