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에 점령, 현장을 가다 ②] 이틀간 나온 7.5톤 쓰레기 차량에 깜짝… ‘제로서울’의 민낯

2023.06.28 | 폐기물/플라스틱

지난 몇 년간 푸드트럭 등이 활성화되면서 축제에서 음식을 즐기는 것이 일상과 더욱 밀접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축제에서 발생하는 일회용품 쓰레기 문제가 불거졌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축제는 주춤해졌고, 축제 쓰레기 문제도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그러나 최근 사실상의 코로나 엔데믹 선언으로 시민들의 야외활동이 많아지면서 축제도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축제 쓰레기 문제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계획된 지역축제의 수는 총 1129건이다. 하지만 이는 2일 이상 개최되는 축제만 취합한 수치다. 성북세계음식축제처럼 단 하루만 열리거나 개최 단위가 지자체가 아닌 대학일 경우 등은 이 자료에 포함되지 않았다. 통계로 잡힌 축제만 하더라도 하루에 3개의 축제가 열리는 셈인데, 실제로는 그 이상인 것이다.

축제 쓰레기, 얼마나 버려지고 있나

지난해 전북지역 내 시민단체들이 축제 기간 사용되는 일회용품을 모니터링한 결과, 이틀간(2022년 8월 12일~13일) 열린 전국가맥축제에 총 4만 명이 방문해 최대 14만 개의 일회용품 쓰레기를 배출했다고 밝혔다. 방문객 1인당 2.5∼3.5개의 일회용품을 사용한 결과다. 

코로나 이전에도 다르지 않았다. 녹색연합은 2019년 8월 서울시 대표 축제 4곳에서 발생하는 일회용품 사용 실태를 모니터링했다. 방문객 1인당 평균 2.3개의 일회용품을 사용, 하루 행사에서 일회용 쓰레기 3만6800개를 배출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회용품 종류는 종이컵/용기, 플라스틱 컵/용기, 나무젓가락, 플라스틱 수저, 플라스틱 빨대, 종이 슬리브 등으로 다양했다.

성북세계음식축제는 달랐다

인산인해. 지난 5월 말 찾은 서울지역 한 축제 현장은 말 그대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차도까지 펼쳐진 거리에 사람들이 넘쳐났다. 이렇게 입소문이  제대로 난  축제는 어디일까. 세계음식을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축제인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2023년 5월 21일)이다.

성북구는 40여 개국의 대사관저가 밀집한 지역 특성을 활용해 음식이나 음악 등을 매개로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이 성북누리마실축제는 지역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잡아 벌써 15년이나 이어져 오고 있다.

축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음식. 어떤 축제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축제를 즐기는 대표적 행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이 성북누리마실 축제의 주제가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세계음식’이라는 점은 사람들을 이곳으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성북세계음식축제에 방문한 시민들. 행사장에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시민들이 많았다.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성북세계음식축제는 달라도 많이 달랐다. ‘쓰레기 없는 축제’를 지향한 탓에 다회용기 서비스를 운영했기 때문이다. 행사 현수막에는 ‘다회용기를 지참해 달라’는 안내가 표시되어 있었고, 수년간 다회용기를 사용해왔기 때문인지 이번 축제를 찾은 이들 중엔 개인 용기를 챙겨 온 시민들이 제법 많았다. 음식 부스에서는 대부분 다회용기에 담은 음식이 소비자에게 전달되었고, 음료 부스 앞에는 다회용컵이 가득 쌓여 있었다.

음료 판매자는 다회용컵을 사용해 음료를 제공했다.
음식은 다회용기에 담겨서 소비자에게 제공되었다.

시민들이 앉은 곳곳에서 다회용기와 다회용컵이 쉽게 눈에 띄었다. 별도의 용기와 텀블러까지 챙겨서 축제에 온 시민들도 있었다. 

시민들이 앉은 곳곳에서는 다회용기와 다회용컵이 쉽게 눈에 띄었다.
별도의 용기와 텀블러까지 챙겨서 축제에 온 시민들도 있었다.

과연, 다회용기 반납은 잘 이뤄지고 있나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 받는 사람, 요리하는 사람 등이 뒤섞여 음식 부스 앞은 어디나 혼잡했다. 그러다 보니 음식 주문 시 다회용기에 대한 안내나 반납에 대한 안내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어수선한 상황에 다회용기의 사용과 반납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우려되었다.

그러나 이런 우려도 잠시, 다회용기 이용과 반납에 대해 알고 있는지 직접 물어보니 5명 중 4명은 알고 있었다. 이는 행사를 지원하는 안내요원들이 설명했기 때문이었다. 주최측은 용기나 컵을 미처 반납하지 못한 시민들을 위해 안내요원을 행사장 끝에 배치해 용기 회수율을 높이고 있었다. 

다회용기와 다회용컵 반납 부스
반납 부스에 모인 용기와 컵, 일회용포크 등

물론 다회용기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해서 쓰레기가 하나도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축제 참가자들이 이미 들고 온 일회용컵이나 음료병, 축제 전단지 등이 주로 배출된 쓰레기였다. 

다회용기를 사용했음에도 행사장에서 배출된 쓰레기.

왜 서울시는 세계도시문화축제에 다회용기를 도입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모든 축제가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 건 아니다. 아직 갈길이 멀다. 특히 지난 6월 17~18일 광화문광장, 청계광장, 청계천로 일원에서 열린 ‘세계도시문화축제’에서는 이틀간 2.5톤 트럭에 가득 실린 쓰레기가 3대 분량이나 배출되었다. 종이 박스나 캔 등의 재활용품도 1톤 트럭에 실릴 만큼 많이 나왔다.

세계도시문화축제의 주최, 주관 단위는 서울시다. ‘서울특별시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조례에는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실내외 행사 및 회의에서 1회용품을 구매·사용하지 않아야 하고, 다회용품의 사용을 촉진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래서였을까. 이 축제에서는 다회용기 사용 증진을 위해 ‘용기내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하루 선착순 300명에게 1천 원의 할인 쿠폰을 지급하는 정도였다. 1천 원의 쿠폰을 받기 위해서 집에서 용기를 챙겨 와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당하는 시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서울시는 음식의 종류나 공간특성상 다회용기 사용과 반납에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국의 수많은 축제 현장에서 이러한 이유로 일회용기를 허용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제로웨이스트 사회를 기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서울도시문화축제 현장에 남겨진 일회용품들.
세계도시문화축제가 끝날 무렵 수거된 쓰레기의 양. 단 하루 축제에 2.5톤 트럭에 2배로 쌓인 양이 발생했다. 아직 다 싣지 못해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캔, 플라스틱, 종이 모두 한 봉투에 담겨진 채 처리되었다. 이 쓰레기는 폐기처리 된다고 한다.

지난해 열린 수원연극축제는 다회용기에 음식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채식메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참가자들의 호응이 높았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열렸던 강릉커피축제 또한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해 전년 대비해 쓰레기가 10분의 1로 줄었다고 한다. 

이처럼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도 축제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음에도 서울시는 직접 주최 및 주관한 축제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허용했고, 그 때문에 일회용품 쓰레기가 다량으로 배출되었다. 과연 ‘제로서울’을 역점사업이라고 외칠 자격이 되는지, 서울시는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s://omn.kr/24fny
* 문의: 녹색연합 녹색사회팀 허승은 (070-7438-8537,plusa213@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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