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워질수록 길거리에서 일회용 컵을 손에 든 사람들의 모습이 점점 더 많이 눈에 띈다. 그만큼 쓰레기로 버려지는 일회용컵도 많다는 의미여서 사뭇 씁쓸해진다. 이렇게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품 때문에 쓰레기 문제와 환경오염이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TV나 스마트폰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법을 바꾸고, 제도를 강화했다.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카페나 식당 같은 곳은 매장 내에서 종이컵을 포함한 모든 일회용컵, 일회용 접시와 용기,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플라스틱 수저포크·나이프, 나무젓가락 등을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녹색연합이 직접 확인한 현장은 자원재활용법이 무색한, 흡사 ‘무법지대’와도 같았다. 더욱이 심각한 것은 직접 눈으로 확인한 현장이 모두 공공기관에서 운영하거나 공공기관 내에 자리를 잡고 있는 매장이었단 점이다.
계도라는 미명 아래 남용되는 일회용품
지난 6월 30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덕수궁 내부 카페에 도착했다. 이 카페는 문화재청 산하의 한국문화재재단에서 운영하는 편의시설이다. 매장 안에서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을 보니 모두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고 있었다.
카페 직원은 포장여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주문 받는 족족 음료를 일회용 종이컵에 담아 제공했다. 매장 한쪽에는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가 비치되어 있었다. 모두 매장 내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일회용품이다.
7월 4일에는 여의도에 있는 국회로 가보았다. 점심시간이면 사람들로 더욱 북적이는 국회소통관 안 카페를 방문해 커피를 주문했다. 직원이 매장에서 먹을 건지 밖으로 가지고 나갈 건지 물어 매장에서 먹을 거라고 답했다. 그러나 직원이 나에게 건넨 것은 일회용 종이컵에, 플라스틱 빨대까지 꽂힌 아이스 아메리카노였다.
둘러보니 여기 또한 매장을 이용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일회용 종이컵으로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빨대와 음료를 젓는 막대도 매장 안에 비치되어 있었다.
국회의원회관 1층에 있는 카페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매장 주문대에 큼지막하게 “1회용품, NO!”라고 안내되고 있었고, 벽과 모든 테이블에는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매장내 1회용 컵 사용이 금지되어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포스터가 부착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매장을 이용하는 손님들은 모두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고 있었다.
어떻게 덕수궁과 국회 내 카페는 매장을 이용하는 손님들에게도 보란듯이 일회용 종이컵으로 음료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일까?
앞서 말했듯이 2022년 11월 24일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매장 내 사용 금지 품목에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젓는 막대가 새로 포함되었다. 문제는 환경부가 제도를 안착시키겠다는 목적으로 해당 품목들에 한해 1년간의 ‘계도’기간을 갖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즉 매장 안에서 사용을 금지하긴 하지만 사용한다해도 1년 동안은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강력하게 규제를 해도 일회용품을 줄이기 쉽지 않은 마당에 이런 허울 뿐인 계도 탓에 공공기관 내에서 운영되는 매장에서조차 일회용품이 남용되는 것이다. 국회 내 매장 운영 주체가 국회는 아니지만, 적어도 법을 만드는 곳에 위치해 있는 매장들은 법을 지키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심지어 과태료 부과 대상인 플라스틱 컵도 만연
일회용 종이컵은 계도 기간이라 차치하더라도 일회용 플라스틱컵의 경우 2022년 4월부터 매장 내에서 사용하면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규제 대상이다. 그러나 1년 3개월이 지난 아직까지도 매장 안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컵이 버젓이 사용되고 있었다.
6월 29일, 미래한강본부(전 한강사업본부)가 핵심사업으로 운영하는 시설 중 하나인 한강전망카페를 방문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주문하자 직원은 매장 이용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일회용 플라스틱컵에 음료를 담아 제공했다. 플라스틱 빨대까지 꽂아주려는 직원을 향해 빨대는 필요없다고 만류했다.
음료를 받으면서 진열해놓은 머그컵이 눈에 보이길래 차가운 음료를 담는 매장용 컵은 없냐고 물어보았다. 직원은 손님이 몰릴 때 설거지 처리에 부담이 있어 유리컵 같은 매장용 컵은 없다는 기이한 답변(?)을 했다.
여기뿐만이 아니다. 6월 30일 찾아간 공공의료기관인 서울대학교병원 외래동 지하 1층에는 커피전문점과 제과점 등 5개의 매장이 한 곳에 모여있어 오전부터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매장을 이용하는 사람들 중 매장용 컵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겨우 2~3명 남짓했고 퇴식대에는 매장에서 사용하고간 일회용컵이 즐비했다.
그럼에도 매장 내부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안내하는 직원은 단 한명도 없었고, 그 흔한 포스터 한 장 볼 수 없었다. 가장 지키기 쉬운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금지도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다보니 일회용 포크나 젓는 막대 등을 사용하는 것이 아무렇지 않아 보일 정도였다.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 적극적인 규제만이 답이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일회용컵을 포함한 일회용품 사용량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로 인해 자원의 낭비와 환경오염, 폐기물 처리와 비용 문제로 전세계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에 따른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불필요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 매장에서만큼이라도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도록 강하게 규제하는 것이다.
환경부는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의 개정 내용과 그에 따른 조치를 추진할 당시 1년 동안의 참여형 계도를 운영하며 사업자의 참여를 독려 및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를 보면 매장 안에서는 일회용품을 보이지 않도록 하며, 빨대류 등을 비치하지 않고 소비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제공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한다. 하지만 이렇게 참여형 계도기간이라 하더라도 소비자의 요구나 사업장 상황으로 인한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에서 규정하는 금지사항을 반드시 준수해야한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이라면 이러한 규제에 선도적으로 따라야하는 게 지당하다. 민간에게 사용허가를 내주었다 하더라도 그 관리의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고 본다. 국가에서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규제를 기업과 점주, 국민에게 지키라고 하면 제대로 지켜질 리 만무하지 않겠는가? 환경부를 포함한 공공기관들은 이 당연한 답을 왜 모르는 것일까 아님 그냥 모르쇠하는 것일까? 그 속내가 궁금해 따져 묻고싶을 지경이다.
“함께해요 ! 녹색생활실천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대한민국 국회”
국회의원회관을 나오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출입구에는 우산빗물제거기가 여러대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빗물제거기에 적힌 문구가 눈에 띄었다. 분명 방금 일회용컵이 남발하는 국회를 보고 왔는데… 자가당착에 빠진 우리나라 현실에 실소만 나온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s://omn.kr/24rmc
* 문의: 녹색연합 녹색사회팀 진예원 (070-7438-8536, salromhi@green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