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답자의 60% 폐가전 처리에 어려움, 72% 수리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어
– 재활용의무대상 제품 외에도 수거 품목과 수거처 확대해야
– 중금속 가득한 전자폐기물의 안전한 관리와 희귀금속 자원 확보 위해서는 전자폐기물에 대한 면밀한 관리 필요
우리나라는 한 가구에 평균 63개 전기·전자제품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연합이 전국 106가구를 대상으로 전기·전자제품 사용 현황과 인식을 조사한 결과다.
10월 14일은 세계 전자폐기물 없는 날이다. 전 세계적으로 버려지는 전자폐기물이 총 5,740만 톤(2021년 기준)에 달하며, 전자폐기물이 늘어나는 속도가 전 세계 인구성장률보다 3배 빠를 정도로 급증하고 있지만 전자폐기물 재활용률은 17.4%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기·전자제품의 종류와 수가 많아지고 있지만 제대로 폐기되지 못해 자원낭비와 환경오염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평균 63개 전자·전기제품 사용, 그 중 13.8개는 방치, 2개는 고장이나 파손.
녹색연합이 전기·전자제품 사용 현황과 인식을 조사한 결과 전국 106가구가 소유하고 있는 전기·전자제품은 평균 63개로 확인되었다. 그중 13.8개가 작동은 되나 사용하지 않는 기기, 2개가 고장이나 파손된 기기로 집 안에 방치되어 있었다. 방치된 전기·전자제품은 스마트폰, 디지털카메라, 헤드폰과 같은 소형가전제품이다. 휴대전화 및 스마트폰은 1인당 1.62개의 기기를 소유하고 있으며 그중 작동은 되지만 사용하지 않는 기기가 105개로 가구당 평균 1개 이상은 사용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다.
충전기와 충전선은 총 1215개로 가구당 평균 11.46개, 1인당 4.26개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소유하고 있는 전자기기(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 등)의 충전타입이 모델별로, 제조사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에서는 지난 2022년 휴대용 전자기기의 충전 규격을 통일하도록 법률을 개정해 2024년 이후부터는 USB-C타입 충전 케이블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애플사는 지난 10월에 출시한 아이폰15부터 기존과 다르게 USB-C타입으로 충전규격을 변경했다. 이런 국제적인 흐름을 본다면 우리나라에서 생산 및 판매하는 기기에 대해서 통일된 충전기 단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법률 제ㆍ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응답자의 60% 폐가전 처리에 어려움 겪어, 수거처 확대 되어야
우리나라는 폐전기·전자제품(이하 폐가전)을 무상으로 수거하고 있다. 대형가전의 경우 제조사가 직접 수거하고 있으며, 소형가전은 주민센터, 가전제품 판매장 등에서 수거하고 있다. 폐가전 수거처는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자원순환정보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5개 이상은 e-순환거버넌스를 통해 수거를 신청해 무상으로 배출할 수 있다. 5개 미만의 경우에는 재활용품 배출함, 지자체 주민센터에 무상배출하거나 지자체에 비용(폐기물 스티커 발부)을 내고 수거 요청을 해야 한다. 수량에 따라 절차와 요청 기관이 달라 시민들이 쉽게 이용하기 어렵다.
환경부와 e-순환거버넌스는 시민들이 폐가전을 보다 편리하게 처리하게 하기 위해 전국 4,505곳에서 중소폐가전 수거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수거함의 68%가 아파트에 설치되어 있고, 나머지가 가전판매점(17%)과 지자체(15%)에 설치되어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아파트 거주 가구비율 51.9%이라는 점에서 아파트 거주자이 아니라면 폐가전 처리에 불편함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아파트 외 다른 수거처가 확대되어야 하며, 시민들의 편의성을 제고해 수거처를 지정할 필요가 있다. 독일에서는 2022년 7월부터 슈퍼마켓에서 오래된 휴대폰, 손전등, 전기면도기를 회수하도록 했다. 이는 소비자가 쉽게 반납하도록 해 수거율을 높일 수 있고, 오래된 장치를 적절하게 수거해야 자원을 확보해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통계청 보도자료.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22.7.28
사진3. 전기·전자제품 판매장의 폐가전 수거함 | 사진4. 아파트 내 설치된 소형폐가전 수거함 |
우리나라, 폐전기·전자제품 수거 의무화 확대되어야.
환경부는 환경성보장제도를 통해 전기·전자제품 재활용 촉진을 위하여 유해물질 사용 억제, 재활용 *용이성 제고 및 그 폐기물을 적정하게 재활용하는 등 제품의 설계·생산부터 폐기 시까지의 전 과정을 관리하고 있다. 환경성보장제도를 적용받는 재활용의무이행 대상 전기∙전자제품**에 대해 생산자가 재활용을 위한 수거, 운반, 처리과정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다. e-순환거버넌스가 수거하는 폐가전 제품은 총 49개(태양광패널제외)다.
최근 전기·전자제품의 종류가 다양해지지만 의무대상 품목에 포함되지 못해 재활용 책임의 사각지대에 놓이고 있는 전기·전자제품이 늘어나고 있다. 드론, 건조기, 전자담배의 사용량은 급증하고 있지만 재활용에 대한 어떤 책임과 절차가 없는 상황이다. 또한 전기스탠드는 재활용의무대상 품목으로 수거 대상에 포함되지만, 갓등과 같은 조명은 해당되지 않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기스탠드는 되고, 갓등이 안되는 이유를 알기는 어렵다. 수거 의무 품목이 확대되어야 하고, 이를 소비자가 쉽게 알수 있도록 홍보해야 한다.
* e-순환거버넌스는 소비자가 재활용의무대상이 아닌 폐가전을 배출해도 수거한다.
** 전기ㆍ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 3] 회수ㆍ인계ㆍ재활용의무 대상 전기ㆍ전자제품 등
전기·전자제품 수리의 어려움 느끼는 시민들. 소비자는 안전하게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원해
유럽연합은 2020년 3월 전자제품 수명을 연장하고 손쉬운 수리가 가능하게 하는 수리할 권리를 보장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제조사들은 앞으로 10년간 부품이 단종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수리 설명서도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수리권은 소유자가 제품을 고쳐서 쓸 수 있도록 하는 권리뿐 아니라 제조사의 수리 책임을 포함한다. 소비자가 사설 수리 서비스 받았다고 해서 제조사가 제품 품질보증이나 사후관리를 거부할 수 없도록 했다. 프랑스는 전기·전자제품의 수리가능지수를 도입해 소비자들이 제품의 수리 용이성을 판단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2021년 1월부터 드럼 세탁기, 스마트폰, 노트북, 텔레비전, 잔디 깎는 기계 등 이용도가 높은 5가지 전자제품에 수리가능성지수를 적용했다. 이는 제품을 수리해서 오래 사용하고 싶은 것은 관심 있는 개인의 취향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인식, 이를 반영한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 응답자의 83%가 수리 경험이 있지만, 72%에 달하는 시민들은 수리에 대해서는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는 제품의 빠른 단종으로 부품의 부족, 수리를 맡길 곳에 대한 정보 부족, 수리 전문가 부족, 시간적 여유 부족 등 다양한 이유를 꼽을 수 있다. 시민들이 전기·전자제품 구매시 가격, 디자인 보다 품질을 가장 우선한다는 점에서 제조사의 역할이 크다. 안전하게 오랜 시간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 뿐 아니라 원활하게 수리할 수 있도록 생산자에게 더 큰 책임이 부여될 것이다.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는 전자폐기물의 면밀한 관리 필요
전기·전자제품에는 많은 금속 물질과 화학 물질이 들어있기 때문에 독성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안전하게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수은, 크롬, 납 등의 중금속으로 인한 환경오염 뿐 아니라 처리과정에서 건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와같은 문제로 세계적으로 전자폐기물 처리와 관리가 더욱 엄격해지고 있다. 최근 재활용업체와 선별장에서 화재가 자주 일어나는데 손선풍기나 전기장난감, 각종 케이블 등이 일반쓰레기나 플라스틱으로 버려지기 때문이다. 전자폐기물은 희소금속을 얻을 수 있어 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높다. 스마트폰에서는 금, 은, 팔라듐, 로듐, 구리, 코발트 등의 희귀금속을 얻을 수 있어 천연자원의 사용을 줄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자폐기물에 발생량과 재활용 비율을 알 수 있는 통계가 없다. 재활용의무대상 제품인 50종에 한해서만 확인될 뿐이다. 그 외 전기·전자제품이 얼마나 폐기되는지, 재활용되는지 알 수 없다. 제품 특성상 출고량과 폐기량이 발생하는 시점이 다르기에 정확한 통계가 산출 되기 어렵지만 전자폐기물의 안전한 처리, 자원 확보를 위해서는 보다 면밀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2023년 10월 13일
녹색연합
* 문의
녹색사회팀 허승은 팀장(070-7438-8537, plusa213@greenkorea.org)
녹색사회팀 진예원 활동가 (070-7438-8536, salromhi@green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