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무책임하고 일관성 없는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 포기.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2023.11.07 | 생활환경, 폐기물/플라스틱

오늘(11/7), 환경부가 일회용품 규제를 포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일회용품 관리정책을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지원 정책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로서 환경부는 “국가는 환경오염 및 환경훼손과 그 위해를 예방하고 환경을 적정하게 관리ㆍ보전하기 위하여 환경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할 책무를 진다”라는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른 국가의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발표했다. 대한민국 국민은 오늘, 11월 7일을 환경부가 환경정책의 책임을 저버린 날로 기억할 것이다.

환경부는 1년 전,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른 규제 품목에 대해 규제를 유예하고 참여형 계도와 자율 감량을 통해 일회용품 사용을 감량, 행동 변화를 유도하겠다고 했다. 환경부가 보도자료에서 설명한 대로 계도기간 동안 약 21만 곳의 매장을 점검했다면 참여형 계도를 통한 자율 감량이라는 성과를 발표해야 한다. 그래야 환경부가 말하는 사회적 비용을 들이는 일괄 규제 대신 자율 감량이 효과가 크다는 것을 증명될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근거도, 논리도 없이 규제를 포기했다.

일관성 없는 환경정책, 종이컵의 규제 포기
환경부는 세계 어디에도 종이컵을 규제하는 곳이 없다며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종이컵이 규제 품목에서 제외된 것은 이명박 정부 때다. 종이컵 규제 완화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이명박 정부 임기가 시작된 지 4개월 만에 일회용품에서 제외하도록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종이컵은 재활용이 가능하고, 해당 규제로 인해 국민 생활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이유다. 그러나 이후 종이컵 사용은 급증했고 5년 새 일회용컵이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규제완화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환경부는 2019년 일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을 발표, 시행규칙을 개정(2021.12.31)해 종이컵의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제도를 준비했다.
그러나 2023년 11월, 환경부는 다시 종이컵을 규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2019년 환경부의 자료에 따르면 종이컵이 연간 248억개가 사용되는 것으로 확인되었음에도 규제를 안하겠다는 것은 직무 유기다. 일회용품 규제의 핵심은 종이컵이 플라스틱이 아니라서 괜찮다가 아니라, 한 번 사용하고 버려지기 때문이다. 지난 3월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 제과점 비닐봉투·쇼핑백 사용량이 3,810톤(’17년)에서 660톤(’22년)으로 크게 줄었다. 이는 2019년 1월 1일부터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 금지를 위한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이 개정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금지의 효과도 명확하다. 환경부의 자발적 협약 결과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 개인텀블러 및 다회용컵 사용 비율은 2018년 44.3%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93.9%까지 급증했다. 이는 2018년 8월부터 매장내 일회용컵 사용 규제가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개인의 실천과 카페의 선택이라는 자율 감량보다 사용규제라는 제도가 일회용품 사용 저감에 더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규제 시행의 효과는 더욱 확산해 규제 시행초기 안착될 수 있도록 시민들과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는데 활용되어야 한다. 환경부는 감출 이유가 없다.

품목별 관리방안도 틀렸다. 일회용의 대체재는 일회용이 아니다.
환경부는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와 종량제 봉투 사용을 정착하겠다며 현재 편의점등에서 생분해 비닐의 사용 비율이 높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소재가 생분해든, 종이든 한번 사용하고 폐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일회용품 규제의 핵심이다. 생분해 포장재 사용을 긍정적 변화로 판단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생분해 포장재의 경우, 종량제봉투에 버려야 한다. 현재 수도권의 경우 종량제 봉투의 70%를 소각하고, 2030년에는 전국 매립지에 종량제봉투 직매립이 금지될 예정이다. 즉, 생분해 포장재의 별도 처리시설이 없는 한 생분해라는 특성을 적용해 처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생분해 비닐봉투가 일회용품의 대체재가 될 수 없다.

플라스틱 빨대의 사용 허가. 이것도 틀렸다. 현재 국제사회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협약을 논의 중이다. 플라스틱 국제협약에서 중요하게 논의되는 부분은 플라스틱 생산 저감이며, 특히 불필요한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 불필요한 플라스틱은 대표적으로 일회용품이다. 일회용 식기, 빨대, 면봉, 접시, 젓는 막대, 비닐봉투 등인데 이미 유럽연합은 2019년 7월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지침’을 채택해 2021년 7월부터 유럽연합 회원국 내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2023년은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에 있어서 사용제한을 두는 것이 기본값인 시대라는 것을 환경부가 모르지 않다.

환경부의 역할은 명확하다. 환경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집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번 제도 유예를 발표하며 산업계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내용으로만 보더라도 매장 운영자, 소상공인연합회, 프랜차이즈협회,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등 피규제자의 입장만 확인했다. 환경부가 산업부의 2중대라는 말이 윤석열정부 이후로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11월 2일, 한화진 장관은 일회용품 사용규제 어려움 겪는 소상공인 민생현장 찾아가 의견 청취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소상공인도 활짝 웃을 수 있는 일회용품 사용제한 정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피규제자가 활짝 웃을 수 있는 정책은 명확하다. 규제를 하지 않겠다는 것. 이미 답을 정해둔 것 아닌가.

국민들은 요구해 왔다. 일회용품을 강력하게 규제해 달라고. 국민권익위 설문조사(2021년 8월)에서 응답자의 83%는 1회용품 사용규제 강화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했으며, 두잇서베이의 설문조사(2023년 3월)에서도 응답자의 70%가 플라스틱 사용 규제가 지금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답했다. 환경부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에 가장 밀접한 현장에 있는 국민, 소비자의 의견은 전혀 수렴하지 않았다. 국민들은 더 이상 무책임하고 일관성 없는 환경부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을 기대할 수 없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아무리 잘 만든 정책이라도 현장의 이해관계자가 이행할 수 있어야 정책목표도 실현될 수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규제 유예는 잘 만든 정책이라도 정부가 이행하지 않을 때 정책 목표가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윤석열 정부가 시행해 온 규제 완화,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한화진 환경부 장관의 자원순환 정책을 시민들은 기억할 것이다. 임기 5년의 행정부, 윤석열정부에 더 이상 국민의 환경권을 맡길 수 없다.

*문의) 녹색사회팀 허승은팀장(070-7438-8537, plusa213@greenkorea.org)
녹색사회팀 진예원 활동가 (070-7438-8536, salromhi@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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