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쓰레기장 방불케 한 홍대입구… ‘정답’은 여의도에 있다

2024.02.18 | 생활환경, 폐기물/플라스틱

[22대 국회에 바란다_자원재활용] 1회용컵 재질 통일하고, 타 브랜드 컵 반환도 가능하게 해야

국제사회 흐름과 거꾸로 가는 환경 정책을 견인하기 위해 22대 국회에서 시급하게 제·개정해야 할 자원순환 관련 법률을 제안한다. 기후위기 대응과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의 사용 규제를 강화하고, 순환경제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세부내용을 담은 입법이 요구된다. 이와 관련한 제안을 여덟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말>

불과 1시간만에 모은 버려진 1회용컵들.

▲ 불과 1시간만에 모은 버려진 1회용컵들.

2018년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금지하면서 촉발된 쓰레기 대란은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당초 자기 눈앞에서 쓰레기가 사라지면 잘 처리됐을 것이라 생각했던 시민들이 실제로는 쓰레기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있단 걸 알게됐다. 이후 사람들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기업에 불필요한 포장재를 줄이라고 요구하고, 재활용이 되지만 버려지는 쓰레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전국 제로웨이스트숍을 통해 모인 음료 뚜껑은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한살림 등 생협과 카페에서 모인 우유갑은 제지회사로 가서 휴지로 만들어진다. 환경부는 전국 공동주택을 시작으로 투명 페트병을 별도로 수거하는 정책을 펼치고 지하철 역사 앞, 편의점 앞, 학교 등에는 투명 페트병과 캔을 수거하는 기기가 놓였다. 기업과 정부가 이렇게 대대적으로 투명 페트병을 모으는 이유는 페트(PET)를 재활용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1회용컵은 유독 그렇지 못하다.

“겨울에는 길에 버려진 컵이 많이 없을 거라 (생각)했지 그래도 많아서 놀랐습니다. 버려진 플라스틱 컵, 음료의 종류와 상관 없이 꽂혀 있는 플라스틱 빨대를 주우며 내 손에서 떠나면 내 것 아니라 여기고 버리는 건가 싶었습니다.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그것을 할 수 있고 하게 만드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도 정책을 세우고 유지하며 잘 운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습니다.” – 컵줍깅 참가자

홍대입구역 근처 거리엔 유난히 쓰레기가 많았다. 버려진 1회용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거리에 버리지 않도록 교육, 홍보하는 것은 여전히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버려진 1회용컵은 환경미화원이 수거해도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 컵마다 재질이 다르고, 컵에 직접 인쇄를 한 것들은 재활용 품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이렇게 쓰레기로 남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민들이 직접 홍대 거리에서 컵을 주우며 느낀 소감만 보더라도 지금 환경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1회용컵 보증금제가 다시 도입된 명확한 이유

▲  거리에 버려지는 1회용컵. 1회용컵 보증금제는 투기되는 1회용컵을 회수하고 재활용하기 도입된 제도다.

▲ 거리에 버려지는 1회용컵. 1회용컵 보증금제는 투기되는 1회용컵을 회수하고 재활용하기 도입된 제도다.


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한 명이 마신 커피는 400잔이 넘는데, 이는 세계 평균의 두 배 이상 수준이다. 커피 소비량이 많은 만큼 1회용컵 사용량도 크게 늘었다. 카페 밖으로 나간 1회용컵은 회수되지 못하고 거리에 방치돼 쓰레기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1회용컵 사용 저감 및 재활용을 위해 환경부와 커피브랜드가 맺은 자발적 협약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1회용컵의 회수율은 약 5%였다. 2022년 기준으로도 1회용 플라스틱 컵의 회수율은 7%, 종이컵 회수율은 13%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러한 결과는 실천과 참여로 1회용컵 회수율과 재활용률을 높이기는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

앞서 환경부는 1회용컵 회수와 재활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 15년 만에 법령을 정비했다. 2017년부터 논의하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고 2020년이 되어서야 자원재활용법이 개정되어 1회용컵 보증금제가 재도입되었다. 그러나 현재 1회용컵 보증금제는 제주와 세종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일회용컵이 제주와 세종만 발생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2022년 6월부터 전국에서 시행해야 했음에도, 환경부는 법적 근거도 없이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을 미뤄왔다. 지난해 8월 감사원이 ‘조속한 시일 내에 1회용컵 보증금제의 전국 시행을 추진’하라는 공익감사결과를 발표했음에도 환경부는 요지부동이다. 이후 환경부는 ‘지자체 자율 시행 검토 입장’을 밝혔지만, 이 또한 법을 개정해야 하는 일이라, 보증금제는 현재 사실상 ‘멈춤’ 상태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플라스틱 용기 제조 시 재생원료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는 터라, 결국엔 환경부도 더 이상 전국 시행을 회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플라스틱 재활용은 피할 수 없는 과제
사실 1회용컵 재활용을 대하는 환경부의 태도는 이해가 가지 않는 측면이 많다. 최근 환경부는 혼합 수거된 일회용 페트병도 기준에 적합하면 식품용기 재생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공동주택에서 별도 수거된 투명페트병 양이 연간 전체 출고량의 7.5%에 불과하다는 이유다. 수년 전 환경부는 2030년까지 재생원료 사용 비율을 3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재활용률을 높이고, 고품질의 재생원료로 만들기 위해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을 전국에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환경부는 왜 1회용컵에 대해서는 이렇게 관대한 것일까.

더구나 지난해 전국 컵줍깅 캠페인에서 수거된 1회용컵의 40%가 투명 페트 재질이었다. 이와 같은 컵들은 고품질 재생원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1회용컵은 수거, 재활용되지 못해 여전히 쓰레기로 처리되고 있다. 재생원료를 확보하기 위한 재활용 정책이 강화되는 가운데, 소비량이 많은 1회용컵에 대한 개선 대책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물론 재활용 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춘 재활용 만능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이제는 경제 성장 과정에서 더 많은 자원과 에너지가 낭비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재활용을 하더라도 기존에 투입되던 원료를 저감한다는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자원을 한번 사용하고 폐기하는 체계가 아닌 반복 재활용할 수 있는 체계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1회용컵 보증금제는 사용 저감과 재활용률 향상을 위한 좋은 제도다. 보증금제가 시행된 지 1년이 되던 지난해 11월, 이에 대한 제주도민 인식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 도민 10명 중 8명이 제도의 필요성에 공감했고, 이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지난해 10월 제주도 내 1회용컵 반환율이 70%에 이르렀단 것과 80% 이상의 도민이 제도 취지에 공감하고 확대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제주도에서의 정책 효과는 확인되었다. 제주 시민사회는 1회용컵 보증금제를 통해 1회용컵의 투기를 막아 환경오염을 줄이고, 1회용 플라스틱 컵이 바다로 유입되는 것을 상당 부분 방지할 수 있으며 자원순환 체계에 빠져있는 생분해성 1회용컵의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제도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1회용컵 사용량이 많은 곳에 더 큰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그동안 환경 정책을 시행할 땐 규제의 대상이 받는 영향과 부담을 고려하여 그 대상과 기간을 단계적으로 적용해왔다. 이러한 점에서 환경부는 1회용컵 사용량이 많은 프랜차이즈 업계에 우선 적용하고, 개인카페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의 입맛에 맞게 정책을 펼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환경부는 명심해야 한다.

일순위는 1회용컵 판매자의 재활용 책임 강화

▲  전국 공동주택에서는 투명 페트병을 별도 수거하고 있다.

▲ 전국 공동주택에서는 투명 페트병을 별도 수거하고 있다.

1회용컵 보증금제의 성공적인 전국시행을 위해 법률에서 명확하게 다뤄야 할 부분은 ‘1회용컵 판매자에 대한 재활용 책임 강화’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1회용컵 보증금제를 이행해야 하는 사업자는 “1회용 컵을 다량으로 배출하는 사업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종·규모에 해당하는 사업자가 1회용 컵을 사용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로 규정되어 있다.
자원재활용법 시행령에서 정하는 업종·규모에 해당하는 사업자는 ①가맹사업법에 따른 가맹본부(커피·음료·제과제빵·패스트푸드 업종)가 운영하는 매장수가 전전년도 말 기준 100개 이상 사업자 ②휴게음식점영업, 제과점영업을 하는 사업자로 운영하는 매장 수가 전전년도 말 기준으로 100개 이상인 사업자 ③환경부장관이 자원순환보증금을 제품 가격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사업자이다.

먼저 100개 이상의 가맹점을 운영하는 가맹본부에 대한 책임을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 1회용컵을 사용하여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자를 가맹점으로만 해석하여 가맹 본부가 제도 이행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1회용컵을 공급하여 판매할 경우에는 가맹본부를 대상사업자로 법률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대상사업자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보증금 미적용 카페의 1회용컵에 대해서는 높은 수준의 부담금을 부과하거나 1회용컵 무상제공을 금지해야 한다.

또한 사용된 1회용컵의 재활용 용이성을 위해서는 통일된 재질(표준용기)을 사용하도록 법률에 명시하고, 브랜드와 무관하게 소비자가 보증금을 반환(교차반납 의무화)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시행령에서 표준용기를 선택하도록 해 재활용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완하고, 판매자가 교차반납을 거부하도록 한 부분을 개정해 수거와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

해당 내용들은 이미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일부 내용은 21대 국회에서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22대 국회에서는 1회용컵 보증금제 도입 취지에 맞게, 1회용컵 판매자에 대한 재활용 책임 강화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 시민들은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1회용컵 보증금제를 전국에서 시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의) 녹색사회팀 허승은 팀장 (070-7438-8537, plusa213@greenkorea.org)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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