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버려진 옷 먹는 소의 모습… 더 불편하고 충격적인 사실

2024.02.27 | 생활환경, 폐기물/플라스틱

[22대 국회에 바란다_순환경제] 의류나 식품 재고 폐기 금지하는 법률 제정 필요

국제사회 흐름과 거꾸로 가는 환경 정책을 견인하기 위해 22대 국회에서 시급하게 제·개정해야 할 자원순환 관련 법률을 제안한다. 기후위기 대응과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의 사용 규제를 강화하고, 순환경제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세부내용을 담은 입법이 요구된다. 이와 관련한 제안을 여덟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말]

▲ 헌옷수거함에서 모아진 의류들. 입을 수 있는 옷도 있고, 그렇지 않은 옷들이 섞여 있다.ⓒ 인천녹색연합

버려진 옷을 먹고 있는 소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산처럼 쌓인 옷더미 속에 언젠가 내가 버린 티셔츠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을 한 번에 끝까지 볼 수 없을 만큼 마음이 불편했다.

2021년 7월 방영된 KBS <환경스페셜> ‘지구를 위한 옷은 없다’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옷을 만들고 버리는지, 헌옷 수거함에 모여 저소득국가에 수출되지만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는 옷의 모습을 담았다. 결국 쓰레기가 된 헌옷들은 하천에, 공터에 쌓인 채 방치되어 지역사회와 주민들에게 지속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

섬유산업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6~10%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수질오염의 20%를 일으키며,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20~35%를 차지한다. 우리가 입는 대다수 옷은 합성섬유로, 플라스틱을 원료로 하고 있다. 섬유를 염색하는 과정에서 많은 물이 사용되기에 섬유 공장 주변 하천은 염색원료로 오염된다.

의류업계는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겠다며 재고 의류를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 또는 기부하는 대신 소각한다. 원료 추출부터 생산단계-소비-처리까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옷은 대표적인 ‘환경오염 산업’으로 꼽을 수 있다.

안 입는 옷이 21%… 옷 수명 늘리기 위한 의류교환캠페인

시민단체 다시입다연구소의 2020년 설문조사 결과, 사놓고 입지 않는 옷의 평균 비율은 21%였다. 옷장 속에 있는 다섯 벌 중 한 벌은 멀쩡하지만 입지 않는 옷이다. 버리자니 아까워 그냥 두고, 남 주기에도 애매해서 걸어두고, 정리를 못해 남아 있는 옷이 집안 곳곳에 쌓여있다. 그러다 어느 날, 옷 한 무더기가 헌옷 수거함으로 옮겨가지만 그렇게 수출된 중고의류는 결국 쓰레기가 되는 현실이다.

이미 만들어진 제품의 수명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 지구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 말하는 다시입다연구소는 안 입는 옷을 교환하는 캠페인과 수선 체험 워크숍을 통해 재사용 문화를 확산하고 있다.

의류교환 캠페인에 참여하면 다른 사람의 특별한 추억이 담긴 옷을 선택하는 경험을 할 수 있고, 직접 수선을 함으로써 더욱 오래 옷을 입게 되니 환경 실천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을 하다 보면 품질이 낮고 너무 저렴한 옷을 사지 않는 구매 방식의 변화도 일어날 수 있다.

이렇게 시민들이 노력하면 의류산업이 일으키는 환경오염 문제는 해결이 될까?

수리·수선을 하면 보조금 지원하는 프랑스

▲ 골목 곳곳에서 헌옷 수거함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렇게 모인 헌옷은 중고의류로 판매, 수출되거나 쓰레기로 처리된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어떨까. 프랑스는 수리와 수선으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매우 적극적이다. 2020년 프랑스 정부는 물건을 덜 버리고 오래 사용하도록 지원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수리·수선 보조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의류를 오래 입을 수 있도록 옷과 신발을 수선할 때 수선 지원금을 지원하고, 더 이상 입지 않은 옷은 기부해서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휴대전화· 텔레비전·세탁기 등 30여 개 전자제품에 대한 수리비도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는 이 제도를 통해 수리·수선서비스 분야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천연자원 소비량을 줄인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세계 각국은 산업화 이후 유지되어 온 ‘대량 생산-소비-폐기형’의 선형경제 구조에서는 더 이상 산업과 환경이 유지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낭비를 줄이며 제품과 자원의 수명을 연장하는데 초점을 두는 순환경제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순환경제 체제를 실현하기 위한 유럽연합의 핵심 조치는 에코디자인 규정(ESPR, Ecodesign for Sustainable Products Regulation)이라 볼 수 있다. 에코디자인규정은 무분별한 생산과 폐기 방지에 초점을 두고 생산자가 지속가능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준수해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에코디자인규정을 적용받는 제품은 내구성이 좋고 재사용, 수리 및 재활용이 쉽도록 설계해야 한다. 또한 제품의 지속가능성 정보를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하는 것도 생산자의 책무다.

유럽연합은 제품과 관련한 환경영향의 80% 이상이 ‘설계’에서부터 결정되기 때문에 자원과 에너지가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면 생산단계부터 개입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지속가능한 제품을 소비자가 선택하고 사용한다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2022년 3월에 제안된 에코디자인규정 개정안은 2023년 12월 5일, 3자(유럽집행위원회, 유럽각료이사회, 유럽의회) 협상이 타결되어 승인이 될 예정이다.

에코디자인규정에서는 미판매 섬유제품, 신발 및 가전제품의 폐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불가피하게 폐기할 경우 폐기 상품의 수량 및 사유를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유럽연합 모든 회원국 내에서 직접적인 효력을 갖는다는 면에서 매우 의미있는 변화다.

유럽연합이 이처럼 의류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이유는 의류산업이 기후위기를 가속화 시키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에서는 연간 1260만 톤의 섬유 폐기물이 발생하는데 사용 후 섬유 폐기물 중 22%만이 재사용또는 재활용될 뿐, 나머지는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이번 결정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판매되지 않은 재고를 소각해 온 의류업계의 관행이 중단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22대 국회가 환경을 위해 해야할 일

▲ 헌옷수거함에서 수거된 의류는 선별해서 처리한다. 이 업체의 경우 들어온 전체 의류 중 약 35%는 소각된다.ⓒ 인천녹색연합

프랑스는 2016년 식품 재고 폐기 금지에 이어 2020년 판매되지 않은 의류, 신발의 재고 폐기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다. 판매되지 않은 제품을 기부 등으로 재사용해 자원 낭비를 막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줄이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재고 폐기를 금지하자는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면서 국회에서는 의류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법률 개정을 준비 중이다.

장혜영 의원실이 검토하고 있는 자료에 따르면, 사업자의 책무를 강화해 재고품을 기부하거나 재활용할 수 있도록 재고품의 폐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순환이용 촉진 대상 품목을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서 규정하고 재고품도 순환이용 촉진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2월 개정된 ‘순환경제사회전환촉진법’엔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폐기물 발생을 줄이기 위해 순환원료와 순환자원을 지정하고, 순환원료의 사용 촉진(제16조), 제품등의 순환이용 촉진(제17조), 제품등의 순환이용성 평가(제18조), 유통 과정에서의 순환이용 촉진(제19조), 지속가능한 제품의 사용(제20조), 순환자원의 사용 촉진(제24조)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식품이나 의류의 경우 판매되지 않은 재고는 현재 법률에선 순환원료로도, 순환자원으로도 적용받지 못한다. 이에 따라 판매되지 않은 재고 제품은 기부 등으로 재사용하도록 하고, 불가피하게 폐기할 경우 제품의 수량 및 사유를 보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아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식품과 의류 생산자 중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에 대해서는 재고를 폐기할 수 없도록 단계적으로 생산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도 반영해야 한다.

*문의) 녹색사회팀 허승은 팀장 (070-7438-8537, plusa213@greenkorea.org)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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