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편의점 ‘#여행필수템’이라는데… 당혹스러웠다

2024.03.04 | 생활환경, 폐기물/플라스틱

[22대 국회에 바란다_전자제품등자원순환법] 배터리 교체 가능 제품 만들고, 생산자 책임 강조해야

국제사회 흐름과 거꾸로 가는 환경 정책을 견인하기 위해 22대 국회에서 시급하게 제·개정해야 할 자원순환 관련 법률을 제안한다. 기후위기 대응과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의 사용 규제를 강화하고, 순환경제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세부내용을 담은 입법이 요구된다. 이와 관련한 제안을 여덟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기자말]

▲ 2024년 이후 유럽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충전단자는 USB-C 타입만 사용해야 한다. ⓒ 녹색연합

긴급 간편 안심 여행필수품이라고 광고를 한 편의점 스마트폰 ‘일회용 충전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정말 딱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다). 누군가는 스마트폰 배터리가 방전되는 것을 막고자 일회용 충전기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환경운동을 하는 필자 입장에서는 이 물건의 등장이 당혹스럽기만 하다. 이제는 전자제품도 일회용으로 판매하는 시대가 된 것일까.

TV와 에어컨은 방마다 설치되고 냉장고는 화장품, 와인, 김치 등 용도별로 사용하니 한 집에도 여러 대다. 공기청정기, 건조기, 로봇 청소기, 의류 청정기는 새로운 가전제품으로 등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중에는 온라인 교육과 재택근무가 많아져 컴퓨터와 관련된 전자 기기 판매가 늘었고, 실내 운동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러닝머신, 인바디 체중계 같은 운동 보조 기기 판매가 증가했다는 보도도 눈에 띈다.

인구성장률보다 3배 빠른 전자폐기물 발생량

디지털 사회가 도래하고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전기·전자제품의 종류가 늘어나고, 개인이 사용하는 기기도 많아지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전기·전자제품의 출시 주기는 더 빨라지고 수명은 짧아지면서 전자폐기물은 빠르게 늘고 있다. 국제비영리단체 ‘전자전기폐기물(WEEE)포럼’은 2021년 당시 그 해에 버려지는 전 세계 전자폐기물이 총 5740만 톤(2021년 기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자폐기물이 늘어나는 속도는 전 세계 인구성장률보다 3배 빠를 정도다. 그러나 전자폐기물 재활용률은 17.4%에 불과해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 문제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녹색연합은 각 가구에서 사용하는 전기·전자제품과 사용하지 않고 방치된 전기전자제품의 현황을 조사했다. 전국 106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유하고 있는 전기·전자제품은 평균 63개, 그중 작동은 되나 사용하지 않는 기기는 13.8개, 고장이나 파손된 기기는 2개로 확인되었다.

휴대전화 및 스마트폰은 1인당 1.62개의 기기를 소유하고 있었다. 학습이나 게임 등의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공기계로 방치해둔 기기가 적지 않았다. 충전기와 충전용 선은 1인당 4.26개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는데 이는 사용하는 전자기기의 충전 규격이 제조사별로, 모델별로 다르기 때문으로 확인된다.

▲ 1인가구가 늘면서 소형가전의 사용량이 증가했다. 그러나 수리보다 구매하는 것이 더 용이해 쉽게 버려진다. ⓒ 녹색연합

유럽연합의 규제로 애플사도 바꾼 충전 규격
전자기기 모델별로 다른 충전용 선을 사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인식한 유럽연합은 이를 법률로 규제하기로 했다. 전자폐기물을 줄이면서 소비자의 지속 가능한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유럽연합은 휴대용 전자기기의 충전 규격 통일하는 법률을 개정해 2024년 이후 유럽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충전단자는 USB-C 타입만 사용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연간 불필요한 충전기 구매(최대 2억 5천만 유로)를 줄이고, 1만 1000t의 폐기물을 줄이는 기대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이 법률을 개정한 이후 라이트닝 커넥터를 충전 단자로 사용해 왔던 애플사도 아이폰15부터 USB-C 타입으로 충전 단자 규격을 변경했다.

우리나라도 2025년 2월부터는 모바일, 스마트기기 등의 충전 및 데이터 전송 방식이 표준화된다. 지난 2월 방송통신기자재의 충전단자 규격을 통일하는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이 공포되었기 때문이다.

해당 법률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충전 및 데이터 전송 방식에 관한 기술기준이 적용될 방송통신기자재를 고시해야 하는데 유럽연합에서 적용한 16개 휴대전자기기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충전 규격을 통일하면 기기 교체 시 호환되는 충전기 또는 케이블을 구매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전자폐기물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

배터리 교체 가능한 전자제품으로 전자폐기물 저감 기대

충전단자의 규격을 표준화하는 것만으로도 충전기와 충전용 선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려면 생산단계의 설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동안 우리나라에서도 배터리 교체형 휴대전화를 사용했지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수년 전부터 내구성을 높인다며 기기와 배터리를 분리할 수 없는 내장형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는 소모품으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성능이 떨어진다. 배터리를 교체하고 싶어도 전문가를 통해야만 가능하고,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했기에 배터리 교체나 수리보다 새 기기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았다.

2027년부터 유럽연합 생산자들은 사용자가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유럽내에서 사용되는 배터리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배터리 원재료에 대한 재활용 기준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EU 배터리 규정에 따르면 배터리 전 주기에 걸쳐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재생 원료 사용하도록 했다. 또한 배터리 생산⋅사용 정보를 기록하고, 폐배터리 수거를 강화하도록 했다. 이는 전기차뿐 아니라 스쿠터, 스마트폰, 산업용 배터리 등이 해당된다.
유럽연합 내 제조사는 배터리 규정에 따라 소비자가 기술적 전문지식이나 특수 도구, 접착제 없이도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설계 방식을 바꿔야 한다. 이처럼 배터리를 쉽게 교체할 수 있게 설계하는 것만으로도 전자기기를 오래 사용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전자폐기물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전자제품등자원순환법 전면 개정되어야

▲ 사용자가 배터리를 쉽게 교체할 수 있으면 스마트폰 폐기량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 녹색연합

우리나라는 전자제품등자원순환법에서 전자제품, 자동차 폐기물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 법은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하여 유해 물질의 사용을 억제하고 재활용이 쉽도록 제조하며 그 폐기물을 적정하게 재활용하도록 하여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자원순환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제정되었고, 2008년 1월 이후 시행되고 있다.

전자제품외 ‘일반적인 폐기물’과 관련된 법률은 자원순환법에서 다루고 있는데, 지난 2022년 12월, 자원순환법이 ‘순환경제사회전환촉진법’으로 개정되었다. 2016년에 제정된 자원순환기본법이 기존 폐기물의 발생 억제와 순환이용 및 처분에 초점을 두고 있어 순환경제에 대한 내용을 담는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였다.

기존 자원순환기본법이 생산·소비·유통 등 전 과정에서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폐기물 발생 억제, 순환이용 촉진을 도모하는 내용을 담아 ‘순환경제사회전환촉진법’으로 개정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행 ‘전자제품등자원순환법’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불필요한 충전기 발생을 줄이려면 충전기 단자 규격 변경 외에도 ①충전장치 없이 판매하도록 하거나 ②충전기가 포함되어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생산자의 책임과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으로 개정될 필요가 있다.

또한 배터리의 지속가능한 사용과 처리에 대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생애주기 정보(탄소발자국, 원재료 중량, 보증기간 등)와 지속가능성 정보(해체-재사용- 재활용 폐기 등)가 제공되어야 하고, 배터리 교체가 용이한 전자제품으로 생산하도록 해야 하는데, 현행 전자제품등자원순환법으론 한계가 있다.

22대 국회에서는 순환경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전자제품과 자동차의 효율적 이용과 폐기물 발생 억제를 위한 내용으로 전자제품등자원순환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

* 문의) 녹색사회팀 허승은 팀장 (070-7438-8537, plusa213@greenkorea.org)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실렸습니다. https://omn.kr/27la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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