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례식장 식사 한 상, 이정도일 줄은 몰랐을 겁니다

2024.03.17 | 폐기물/플라스틱

[22대 국회에 바란다] 1회용품 규제의 사각지대, 포장·배달-장례식장 1회용품 규제 필요

국제사회 흐름과 거꾸로 가는 환경 정책을 견인하기 위해 22대 국회에서 시급하게 제·개정해야 할 자원순환 관련 법률을 제안한다. 기후위기 대응과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의 사용 규제를 강화하고, 순환경제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세부내용을 담은 입법이 요구된다. 이와 관련한 제안을 여덟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기자말]

‘쓰레기왕국’이라는 유튜브 채널에서는 1회용기 없이 다회용기에 음식을 포장하는 많은 시도를 볼 수 있다. 김밥·떡볶이 같은 분식류뿐 아니라 아이스크림이나 케이크 같은 디저트류도 용기를 내밀면 가게에서 친절하게 담아준다. 붕어빵·호떡 등 길거리 음식도 가능했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피자는 프라이팬에, 마라탕은 냄비에 담아왔다. 프라이팬과 냄비를 가져가는 것은 신의 경지 아닌가. 그중 ‘팝콘 대소동’이 압권이다. 한 영화관에서 용기를 가져오면 팝콘을 나눠준다는 이벤트를 했는데, 사람들이 가져온 다회용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김치통 정도는 양호하고 아이스박스, 대형 담금주통까지 등장했다. 즐겁게 영상을 봤지만 환경운동을 하는 필자 입장에서는 웃기만 할 수 없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용기를 직접 가져가야 하는 것일까.

일상을 바꾼 배달음식 그리고 쓰레기

우리나라의 자원순환 정책이 바뀐 지점을 보자면 2018년 쓰레기 대란과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 세계는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을 경험했다. 특히 식당·카페 이용이 제한돼 배달로 음식을 주문하는 수요는 폭증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온라인주문서비스 거래액은 9조7000억 원가량이었지만 2022년에는 26조 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문제는 배달음식 주문만큼 늘어난 포장 쓰레기다. 음식물을 담은 용기는 오염도가 높아 재활용 선별장에서는 선별을 꺼리게 되고, 그렇게 버려진 용기는 쓰레기로 처리되었다. 2020년 9월 17일~10월 16일, 약 20일간 녹색연합이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750명 참여), 응답자 4명 중 3명은 배달 쓰레기를 버릴 때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배달을 선택했지만 늘어난 배달용기 쓰레기 문제는 해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갔다.

재활용 선별장에 가득 쌓인 일회용기들

배달음식 다회용기 서비스가 시작되다

폭증한 배달쓰레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자체가 나섰다. 2021년 경기도와 서울시는 배달앱과 협력해 시민들이 다회용기로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1회용기를 사용한 배달은 한 번에 그치지만 다회용기를 사용하게 되면 배달·수거·세척까지 더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음식점주, 소비자 모두 번거롭고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환경적 효과라는 의미만으로는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다회용기 서비스에 발생하는 비용을 예산으로 보조해 다회용기 사용을 유도했다. 그 결과 현재까지 3년 넘게 다회용기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음식점주들 또한 많은 변화를 보여줬다. 외식업주협의회가 진행한 설문결과(2022)에 따르면 외식업주 61.7%가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다회용기 사용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배달음식의 다회용기 서비스를 위해 지자체의 예산 지원, 배달앱의 시스템 개발과 지원, 음식점주의 인식 변화, 소비자의 선택, 배달쓰레기 문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한 시민단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다회용기 사용량은 저조하다. 현재 서울시 10개 지역, 경기도 7개 지역, 인천 1개 지역에서 배달앱으로 배달음식 주문시 다회용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다회용기 배달 서비스가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시민들, 이용 가능한 매장의 수 부족, 예산 부족으로 일부 지역에서만 시행하는 점들을 볼 때 자발적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는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 다회용기를 이용할 수 있다.

밥상 한 번에 15개의 1회용품이라니

단일 공간에서 1회용품을 많이 쓰는 곳으로 장례식장을 꼽을 수 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연간 전국 장례식장에서 사용되는 용기와 접시류는 2.4억 개, 식기류는 1.3억 개로 약 2000톤의 1회용품이 사용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현행 자원재활용법에서는 조리시설 및 세척시설을 갖춘 장례식장이라면 조문객에게 음식물을 제공할 때 1회용품을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조리시설 및 세척시설을 갖춘 장례식장은 전체 장례식장(1070개소)의 30%(330개소)에 불과하다. 이에 2019년부터 전국 장례식장 내 1회용품 사용을 제한하도록 법률을 개정하기 위해 준비해 왔다.

그러나 지난 21대 국회에서 환경부는 장례식장 내 1회용품 사용 규제를 전국 장례식장에 적용할 경우, 규제 시행을 3년간 유예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해당 안건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역할을 회피하고 업계의 자발적 참여에 기대어 정책을 추진하는 환경부의 일관성 있는 입장에 자원순환 정책은 한없이 후퇴하고 있다.

장례식장에서 많은 일회용기가 사용되고 있다.

1회용품 규제의 사각지대

우리는 식당에서 1회용기에 밥을 먹지 않는다. 카페 매장 안에서는 1회용 플라스틱컵을 사용할 수 없다. 대형 마트에서는 1회용 비닐봉투 대신 재사용 봉투나 종량제 봉투를 구매해야 한다.

올해 3월 29일부터는 50인 이상 숙박업에서는 1회용 면도기·샴푸·린스 등을 비용을 내고 구매해야 한다. 이렇게 한 번 쓰고 버리는 1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업종과 품목을 정해 사용을 금지하거나 유상으로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예외도 있다. 대표적으로 포장·배달시 제공되는 1회용품과 장례식장에서의 1회용품이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0조(1회용품의 사용 억제 등)
①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시설 또는 업종을 경영하는 사업자는 1회용품의 사용을 억제하고 무상으로 제공하지 아니하여야 한다. 다만, 1회용품이 생분해성수지제품인 경우에는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다.
② 제1항 본문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1회용품을 사용하거나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다.
1.집단급식소나 식품접객업소 외의 장소에서 소비할 목적으로 고객에게 음식물을 제공ㆍ판매ㆍ배달하는 경우
2.자동판매기를 통하여 음식물을 판매하는 경우
3.상례에 참석한 조문객에게 음식물을 제공하는 경우(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조리시설 및 세척시설이 갖추어져 있는 곳에서 음식물을 제공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4.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여전히 30년 전에 머물러 있는 제도의 한계

1회용품 사용 규제는 1992년 자원재활용법이 제정되면서 시작됐다. 해당 법률에서는 시장·군수·구청장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음식점·목욕장·백화점 등에서 1회용품의 사용자제 실천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다 1994년 12월에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1회용품 사용자제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들이 시행규칙(실천사항의 세부적인 내용 및 적용대상 1회용품의 종류. 1995.2.6.)에 반영됐다. 그때부터 ‘혼례·회갑연·상례에 참석한 조·하객등에게 음식물을 제공하는 경우, 음식물을 배달하거나 고객이 음식물을 가져가는 경우’에 대해서는 1회용품 사용을 허용했다.

1990년 대표적인 배달음식은 피자·치킨·짜장면 정도 아니겠는가. 당시만 해도 중국집에는 배달원을 별도로 고용해 그릇을 수거했고, 피자나 치킨을 포장할 때 종이를 사용하던 터라 배달로 인한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지 않았다. 2010년 6월 ‘배달의 민족’이 등장하면서 배달 산업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배달음식의 종류가 다양해졌고,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군이 생겼다. 배달을 하면 할수록, 쓰레기가 많아지는 구조가 되니 배달쓰레기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결혼식장에서는 1회용품을 사용할 수 없는데 왜 장례식장에서는 가능할까. 1995년 1회용품 사용자제 정책이 시행될 당시에는 혼례·회갑연·상례에 참석한 조·하객등에게 음식물을 제공하는 경우 모두 1회용품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2014년 자원재활용법 하위법령에서 규정하던 1회용품 사용 자제 대상 일부가 법률에서 규정되면서 개정되면서 혼례, 회갑연에서의 1회용품은 사용을 금지하고, 상례에 대해서만 유지하게 되었다. 하자만 최근 들어 1회용품 사용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례에서도 1회용품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정부·지자체 예산 지원은 마중물… 그러나 한계는 명확

올해 3월 29일부터는 무인정보단말기를 통해 음식물을 제공·판매·배달할 때 고객이 1회용품 사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미 배달플랫폼에서는 1회용 수저 선택 기능을 운영하고 있기에 1회용품 사용 저감 효과를 높이려면 1회용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환경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음식물 포장을 위한 컵, 접시, 용기, 봉투‧쇼핑백에 대해서는 다회용품 제공이 가능한 매장에서만 고객이 사용여부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즉, 다회용품 사용을 의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1회용품 선택 항목 기능조차 도입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1회용품의 사용 제한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포장·배달 시의 용기를 1회용품으로 적용해 무상제공을 금지해야 한다. 또한 배달 플랫폼 사업자에게 1회용품 부담금을 부과한다면 포장 배달 용기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는 생산단계뿐 아니라 유통단계에서도 플라스틱 사용 책임을 부과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각에선 매장 내 세척시설 미비로 인한 다회용기 사용의 어려움을 호소하지만, 이건 다회용기 서비스 이용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다회용기 업체가 용기 대여는 물론 사용 뒤 수거·세척까지 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올해 다회용기 전환지원 사업으로 60개 지자체에 88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1회용기를 다량 사용하는 카페·배달음식·장례식장·축제·공공기관 등을 다회용기로 전환하기 위한 다회용기 대여·세척비 등을 지원한다.

물론 다회용품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재정을 지원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다회용기 사용에 따른 비용이 더 발생하는 구조에서는 중앙 및 지방정부의 예산 지원이 중단되면 지속하기 어렵다. 이미 우리는 법과 제도의 기반 없이 지자체의 시범사업으로 끝난 사업을 수없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다회용품 사용을 확대하려면 실질적으로 사용을 줄일 수 있는 ‘규제’가 적용돼야 다회용품 시장이 안정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22대 국회는 흔들림 없이 1회용품 규제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 문의) 녹색사회팀 허승은 팀장 (070-7438-8537, plusa213@greenkorea.org)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실렸습니다. https://omn.kr/27tj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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