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함] 푸른바다거북을 살리는 ‘진짜’ 플라스틱 국제협약!

2024.03.20 | 폐기물/플라스틱

©Jesse Schoff on Unsplash

푸른바다거북의 유일한 고민

한국 친구들 안녕? 나는 푸른바다거북이야. 고향은 베트남이지만 안 다녀 본 곳이 없고 여름마다 부산 해운대 앞바다에 놀러 오다 보니 내게 한국은 제2의 고향이 되었어. 내가 이래봬도 올해 80살인데, 오래 살다보니 웬만한 일엔 심드렁한 편인데도 요즘 바다거북 세계에 이상한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어서 한국 친구들에게 긴급 도움 요청을 하려고 해. 2분만 내 얘기를 들어줄래?

우리 바다거북들은 얕은 바다에서 주로 해조류를 먹으면서 살아. 그런데 사람들이 모래사장을 개발하고 여러 활동을 하면서 우리가 살 수 있는 곳이 엄청나게 줄어들었고 사람들은 우리에게 ‘국제 멸종위기종’이라는 이름표를 붙여주었어. 말 그대로 우리가 지구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지켜주기로 약속한 거지.

방류된 지 11일 뒤에 부산 기장군 해안에서 폐사체로 발견된 붉은바다거북. 뱃속에는 쓰레기가 가득 차 있었다. ©국립생태원
새끼 붉은바다거북 뱃속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쓰레기들 ©국립생태원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진다고?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어. 이름도 요상한 ‘플라스틱’이란 걸 바다에 자꾸 버려대는데, 언뜻 보면 우리가 자주 먹는 해파리랑 진짜 닮아서 친구들이 그걸 먹고 질식하거나 장기가 파열 돼서 죽고 있어. 너무 끔찍하지? 전 세계 바다거북의 절반 이상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하고 먹은 적이 있을 정도고 특히 한국에선 10마리 중 8마리가 플라스틱을 먹었다고 해. 심지어 수족관에 평생 갇혀 살다가 제주 바다에 방류된 내 친구는 11일 만에 플라스틱을 잔뜩 먹고 죽기도 했지. 암울한 건, 이대로 2050년이 되면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거라는 사실이야.

유엔환경총회 회의장 앞에 설치된 대형 플라스틱 수도꼭지 조형물 #TurnOffThePlasticTap ©Von Wong Productions

플라스틱과 헤어질 결심, 국제협약 만들자!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어. 사람들이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고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국제협약을 만들고 있거든. 국경은 사람이 만들어 낸 가상의 선일 뿐 지구는 둥글고 바다는 이어져 있기 때문에 플라스틱 문제는 결국 전 세계가 함께 해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지. 2022년 3월, 유엔환경총회(UNEA)는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해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어.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국제 협약 토대를 마련한 역사적인 순간이었지. 일상 생활과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이번 협약을 두고 ‘파리 협정’ 이후 최대 규모 국제 합의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야. 아무튼 유엔환경총회는 회의 5번을 거쳐 올해 말에 최종 협약을 체결하겠다는 계획인데, 작년까지 진행된 3차 회의에서는 구체적인 합의안을 만들지 못했어. 그래서 올해 남은 2차례 회의가 정말 중요해. 플라스틱 협약이 체결되느냐도 중요하지만, ‘진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길 지가 관건이야. 모두가 강력한 플라스틱 협약을 원하는 건 아니거든. 플라스틱 원료인 석유를 수출하는 미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나라들은 협약이 좀 더 느슨하게 만들어지길 원하고, 특히 플라스틱 협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석유화학기업들은 엄청난 로비를 하고 있어. 

제5차 회의가 열릴 예정인 부산 ©Seongjin Park on Splash

부산에서 체결될 플라스틱 국제협약, 한국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해요!

그런데 이 중요한 협약이 체결될 5차 회의가 어디서 열리는지 알아? 바로 부산이야. 내가 오늘 특별히 한국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이유이기도 하지. 한국은 강력한 협약에 찬성하는 ‘플라스틱 협약 우호국 연합(HAC; High Ambition Coalition to End Plastic Pollution)에 가입한 데다가 마지막 협상 회의를 개최하는 나라로서 협약 체결에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어. 그런데 한국이 겉으로는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척 하지만 사실 내가 보기엔 전반적으로 소극적인 입장이라 걱정이야.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가까워지려면 플라스틱을 만들어내는 양부터 확 줄이자고 합의하고 모든 나라가 같은 수준의 책임감으로 약속을 지켜야 할 텐데, 한국은 각 나라 사정에 따라 계획을 따로 만들자고 주장하는 데다가 플라스틱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을 규제하기보다는 오염·폐기물 관리 쪽에 집중하자는 입장이거든. 게다가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의무화를 철회하고,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도 미루고, 최근엔 택배 과대포장 규제마저 유예한다고 밝히는 등 국내 정책도 계속 후퇴하고 있으니 내가 불안할 수밖에 없지.

녹색연합이 1회용 배달 쓰레기 없는 배달을 선택할 권리를 요구하며 진행한 #배달어택 ©녹색연합
거제도 갈곶리에 버려진 해양쓰레기 ©녹색연합

바다거북이 바다에서 걱정 없이 유영할 수 있게,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함께 만들어 주세요!

우리 바다거북들은 모든 국가가 법적 구속력있는 책임 하에 함께할 수 있는 협약, 그리고 플라스틱 생산량 자체를 줄일 수 있는 협약을 원해. 물론 플라스틱 유해성이 저개발국 등 환경 취약 계층에 전가되지 않게 환경 정의의 원칙 또한 지켜야겠지. 내가 직접 협약 협상단에 이런 의견을 전달하고 싶지만 그럴 순 없으니 한국 친구들이 나를 도와주면 좋겠어. 다행히도 한국에서 30년 넘게 자연을 지키는 활동을 하고 있는 ‘녹색연합’이 날 대변해 주기로 했어. 각국 정부가 협상 준비를 하는 기간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협상단을 설득한대. 실제 회의가 열릴 때에는 공식 참관인으로 등록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강력한 협약이 체결되도록 목소리 낼 계획이래. 국내외 시민사회와 연대해서 회의장 안팎에서 워크샵이나 퍼포먼스도 할 예정이고. 그리고 협약 내용을 정리해서 시민들에게 알리는 활동도 할 거래. 더 많은 사람이 협약에 관심 갖고 요구할 수록 협상단이 막중한 책임감을 갖게 될 테니 말이야. 그런데 녹색연합은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시민들의 후원금으로만 운영되는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이런 활동을 하려면 이 편지를 읽고 있는 카카오 친구들의 도움이 꼭 필요해. 우리 바다거북들이 플라스틱에 대한 걱정 없이 바다에서 천천히 먹고 오래오래 헤엄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거지? #플라스틱국제협약 #녹색연합 #푸른바다거북 #좋아요 #댓글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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