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어느 날 아무 생각 없이 소셜미디어 피드를 내리다가 함께 green 사계 여름 참여자 모집 공고를 보았다. ‘푸른 바다를 만드는 행동’이라는 키워드에 피드를 내리던 손을 멈추고 내용을 확인했던 것 같다. 그 당시의 나는 ‘바다’에 꽃혀 있었다.
대기 중 탄소농도를 줄이는 것이 지구의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거론되면서 탄소포집 기술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 이때 대기에서 포집된 탄소들은 해저에 저장된다. 그렇다면 해저에 탄소를 많이 넣으면 바다 생태계는 어떻게 되는가? 포집된 탄소를 저장하는 것이 바다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고려해서 기술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가? 자세한 내용은 좀 더 공부를 해야 겠지만, 한편으로는 이것이 바다에 대한 또다른 착취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미 바다는 ‘최대한 깨끗하게 걸렀다는’ 핵발전소 오염수와 각종 산업시설이나 매립지에서 흘러 드는 폐수 등, 땅에서 처리하기 어려운 것들이 모여드는 집결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포집된 탄소를 저장하는 장소로 쉽게 바다가 거론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게 ‘바다’에 꽂혀 있던 나는 홀린 듯이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환경 습관들을 혼자서 유지하는 것이 조금 외롭기도 했고, 다른 사람들의 생활 습관을 관찰해보고 싶기도 했다. 생활습관을 인증하고 소통을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처음이라서 내향인으로서 조금 긴장하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열심히 참여하는 나를 만날 수 있었다.
몇 주 동안 했던 실천 중 인상깊었던 실천은, ‘플라스틱 쓰레기 기록하기’였다. 하루치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아서 사진으로 기록하다 보니 내가 하루에 얼마만큼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하는지 알 수 있었다. 작은 과자 비닐부터 채소가 담긴 비닐, 두부를 담은 플라스틱 용기, 종이박스를 감싸고 있던 테이프, 선크림 튜브, 유리병에 붙어있던 라벨지 등. 세상에 플라스틱으로 만들지 않은 것이 없었다. 환경 보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텀블러와 손수건을 들고 다니는 습관, 집에서는 채소로 요리해 먹는 습관 등을 겨우 만들었는데, 이제는 장을 볼 때, 생활 용품을 살 때, 일과 중 당이 떨어질 때 과자를 집어먹는 것이 쓰레기를 만든다는 사실을 마주했다. 문명 사회에서 삶을 유지한다는 것은 곧 쓰레기를 만드는 일과 같다.


문명 사회에서 멀어지는 것 혹은 삶을 포기하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나의 모든 활동들이 쓰레기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에 눈을 감고, 그 문제를 해결해줄 기술의 발전이나 다른 누군가가 발벗고 나서서 만들어줄 사회의 변화를 마냥 기다리기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도시에서의 삶이 쓰레기를 분류하고 정리하고 처리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빚을 갚기 위해서 나의 정신적, 신체적 역량이 허락하는 선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실천들을 하는 것, 그것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텀블러나 손수건을 들고 다니는 습관을 만드는 것보다 어렵다. 어느 날의 나는 마트에서 비닐 사용을 하지 않기 위해서 집에서 남는 비닐을 가져가서 토마토를 담고 비닐에 붙은 계산용 스티커를 깔끔하게 떼어낸다. 하지만 다른 날의 나는 행사에 참석해서 아무 생각 없이 테이블에 놓여있던 비닐로 소포장된 과자를 집어 먹는다. 사회화를 통해서 굳어진 행위 양식은 의지나 결심만으로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 때 온라인을 통해서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행위 양식을 바꾸기 위해서 무엇을 결심했고 어떤 노력을 했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났다. 물론 개인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사회나 제도의 변화가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사회나 제도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한 축에는 각자의 맥락에서의 공부와 고민을 통해서 다른 방식의 행위 양식을 고민하는 개인들이 자리한다고 믿는다.
글. 참가자 임수영님
문의. 녹색연합 녹색사회팀 진예원 (070-7438-8536, salromhi@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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