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환경단체ㆍ시민들이 모인 1123 부산 플라스틱 행진… “플라스틱 생산감축” 외쳐
[기자말] 2024년 11월, 플라스틱 오염을 끝낼 수 있을지 전 세계의 관심이 부산에 집중된다. 지난 2022년 3월,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올해 말까지 성안하기로 결의(UNEA/RES/5/14)하고 4차례의 회의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협상과정에서 플라스틱 생산 규제 등에 대한 각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의미있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과연 5차 회의에서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제플라스틱협약 성안을 위해 세계 각국은 어떤 입장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는지 INC-5 회의 과정을 기사로 발행한다. |
플라스틱 이제 그만! No more plastic!
1000여 명이 외치는 소리는 간절했다. 지난 23일,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해야 한다는 외침은 부산 벡스코 거리 곳곳에 퍼졌다. 1123 부산 플라스틱 행진(아래, 부산행진)에 전국 환경단체와 시민, 국제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부산으로 달려왔다.
16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가 추진한 이번 부산 행진은 오는 25일부터 열릴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협상회의(INC5)를 앞두고 전 세계 지도자에게 강력한 생산감축을 포함하는 협약 성안을 촉구했다. 이번 5차 협상회의는 국제플라스틱협약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 세계적으로도 관심이 높다.
국제플라스틱협약, 쟁점은?
국경 없이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특정 지역과 국가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해서는 생산- 소비- 처리 과정 단계에서 플라스틱이 관리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2022년 3월, 5차 유엔환경총회(UNEA-5.2)에서 플라스틱 전주기를 다루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협약을 만들자는 결의안이 통과되었다.
우리는 이미 플라스틱 재활용과 해양 오염 대책의 한계를 확인했고, 개별 국가의 노력을 넘어서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 아닐까. 그러나 그간 4차례의 회의에서 협상은 많은 진전을 이루지 못 했다. 플라스틱 생산 감축 등 의무사항에 대해 공동의 목표를 모든 국가가 이행하도록 하는 의견과 국가별 상황에 맞게 차등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매번 갈렸다. 이번 5차 회의에서의 주요한 쟁점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포함할 것인지, 협약이 법적 구속력을 갖도록 할 것인지를 꼽을 수 있다.
“이제 그만 좀 만듭시다”
이번 플라스틱 행진에 참가한 어린이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정원영 어린이(8세)가 현장에서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공원 한 쪽에 장난감이 가득 쌓인 곳이었다. 그 곳에서 어제까지도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집어 들며 엄마에게 물었다. “왜 여기에 장난감이 있어? 그리고 왜 파란색만 있어?” 망가지고 부서진 장난감으로 바다를 형상화한 전시물이라는 것을, 그 장난감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간다는 것이라고 설명을 들은 정원영 어린이는 장난감을 오래오래 써야겠다고, 오래 오래 쓰도록 어른들이 새 장난감을 안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행진에 참여한 ‘아기기후소송’ 당사자 중 한 명인 김한나 어린이(9세)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돌고래, 바다거북 등 소중한 해양생물이 죽고 있으며, 우리 몸에는 미세플라스틱이 쌓인다. 이런 상황에서 플라스틱을 새로, 더 생산한다면 지구 생명을 플라스틱과 맞바꾸겠다는 것이다. 생명과 플라스틱 생산을 맞바꾸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지난 11월 19일, 그린피스는 우리나라가 연간 1992만 메트릭톤의 1차 플라스틱 폴리머를 생산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탄소 배출량은 4955만 메트릭톤(CO₂e)으로 일본과 대만의 배출량을 합한 수치와 맞먹는다고 발표했다. 석유화학 업계가 플라스틱 오염과 탄소 배출을 심화시키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지 않고는 온실가스 배출도 줄일 수 없다.
플라스틱을 줄이지 않고는 우리도, 지구도 건강해질 수 없다
대형 일회용 생리대 피켓도 등장했다. 이 피켓을 만든 여성환경연대는 “일회용 생리대의 최대 90%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플라스틱 문제와 여성의 건강은 매우 밀접하다”라고 주장했다. 여성의 경우 화장품, 1회용 월경용품이나, 주방세제 등 화학물질과 플라스틱에 더 많이 노출되고, 독성이 더욱 쉽게 흡수되어 이로 인해 월경, 난임, 조기완경 등 호르몬 질환이 일어나고 있기에 플라스틱 노출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세미 플라스틱 추방연대(BFFP) 글로벌 정책고문은 “플라스틱에는 1만 6000개가 넘는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중 4200가지가 사람과 환경에 유해한 것으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현재 플라스틱의 원재료부터 화학물질 유해성 등에 대한 투명한 데이터가 매우 불충분한 상태다. 따라서 플라스틱 전 주기에 대한 관리와 보고의무, 투명성 등이 보장돼야 한다”며 플라스틱 전 생애 주기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플라스틱 오염 피해는 저개발국가에서 더 크게 나타나기도 한다. 무역이라는 이름으로 폐플라스틱이 수출되고, 처리에 대한 사회적, 환경적 비용을 떠안기 때문이다. 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곳이지만 피해지역이기도 하다.
아르피타 바갓 세계소각대안연맹(GAIA) 아태 사무국 플라스틱 정책사무관은 아시아 국가는 타국에서 쓰레기를 수입하고 있으며, 그 수입량이 전체의 74%에 달하기 때문에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가 위해서는 플라스틱 전 주기를 포괄하는 구속력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요구한다
모여라 모여라 모여라 모여라
플라스틱 싫은 사람 일회용품 싫은 사람 모여라
화석연료 싫은 사람 기후위기 싫은 사람 모여라
플라스틱 오염종식 지금부터 생산감축
플라스틱의 90% 이상이 화석연료로 만들어진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직면한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면 플라스틱이 빠질 수 없다. 11월 4일, 김완섭 환경부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플라스틱 문제는 생산을 감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마지막 정부간협상위원회 개최국이다. 국제시민사회에서는 한국정부의 역할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플라스틱 생산국 4위인 우리나라,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야 할 때다.
* 이글은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https://omn.kr/2b3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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