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국제 플라스틱 협약, 회의 첫날부터 최악의 INC로 전락 우려

2024.11.26 | 폐기물/플라스틱

  • 한국 정부의 회의장 준비 미흡으로 각 국 정부 대표단 협상 회의장 입장 제한, 옵저버 중 3%만 참여 가능

국내외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뽑는 연대)가 이틀째를 맞이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이하 INC-5)의 회의 준비 미흡을 지적했다. 옵저버의 참여가 제한되는 상황으로 불거진 회의장 공간 협소, IT 강국이지만 인터넷 서비스가 원활하지 못한 회의장 운영, 국제 플라스틱 협약 논의임에도 일회용품이 즐비한 현장에서 한국의 회의 준비 부족은 여실히 드러났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2022년부터 2024년 말까지 다섯차례의 회의를 통해 성안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지난 네차례 회의에서 뚜렷한 진전이 없어 이번 INC-5는 협약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회의다. 실질적인 협의를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할 것으로 예견된 상황에서 협약문이 아닌 다른 문제로 첫날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종 협상회의로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면서 사전에 4,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할 것으로 예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참석자 수에 적합한 회의장 확보부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발생 중인 회의장 관련 문제는 이미 예견되었으며 이에 한국 정부는 대비하겠다는 답변을 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그간의 모든 INC 회의를 참여해왔으며 개최국 연합의 소속국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5일, 협상이 시작되었으나 회의 공간이 매우 협소하여 일부 정부 대표단이 출입문 앞에 선 채로 회의에 참여하였고, 의자 없이 바닥에 앉은 옵저버들이 가득했다. 이튿날인 오늘, 이른 아침 회의장 입구마다 오픈런이 목격되었다. 컨택그룹 2의 경우 약5-60명의 옵저버만이 참석이 가능해 줄을 섰지만 입장할 수 없었으며, 입장제한 외에 구체적 참여 방식에 대한 대책이 없었다. 게다가 운좋게 회의장에 들어간 참여자들이 세 시간 넘게 화장실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이후 국내외 시민사회는 UNEP 사무국에 넓은 회의장 확보를 요청했으나 ‘회의장 확보 및 준비는 한국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답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 정부 관계자는 ‘UNEP 에 책임 있다.’ 혹은 ’담당자에게 전달하겠다’는 답변만 이어질 뿐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국제시민사회(Civil Society and Rights Holders Coalition)는 26일 UNEP와 한국 정부에 성명서를 제출하고 “UNEP와 대한민국이 이 중요한 회의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해 회원국과 옵저버 모두에게 깊은 좌절감을 안겨준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임을 지적했다. 옵저버의 회의 참석을 배제하는 행보는 협상 절차의 필수 요소인 투명성과 포용성의 원칙을 훼손한다. 이에 따라 ▲회의장을 확장하거나 타 회의실과 통합하여 수용 인원 최대화, ▲인원이 많이 참석하는 중요한 세션을 더 큰 회의실로 조정, ▲다른 회의장에서 생중계 라이브로 중계하는 방안 등을 전달했다.  

국제 협상 회의에서 옵저버(observer)는 시민의 눈과 귀를 대신하는 감시자로서, 전문 지식, 지역별 경험 등 다양한 입장을 전달하며 협약의 과정에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관점이 포함되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기반이 되는 문서인 결의안 5/14에도 본 협약의 성안에 있어 옵저버 역할이 중요함을 인정하고 폭넓은 참여를 촉구한 바 있다. 특히, 협약의 주요 이해관계자인 선주민(Indegenous people)이나 비공식 폐기물 수거자(Informal waste pickers)는 인도, 캐나다 등에서 비용 및 생계 부담을 안고 이번 회의에 참석했으나 정작 회의장 내 참석하지 못해 큰 좌절을 표했다. 옵저버들 사이에서는 최악의 INC라는 평까지 나돌고 있다.

회의장 내 무선 인터넷이 원활하지 못한 점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종이 없는 회의를 위해 전자기기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인터넷 사용이 원활하지 않아 회의참석자의 불편함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더해, 한국 정부는 일회용품 저감을 위해 다회용품 사용 확대 정책을 확대한다고 적극적으로 홍보해왔음에도, 이번 회의장에는 플라스틱 코팅된 일회용품만이 사용되고 있다. 

플뿌리 연대는 “한국 정부는 개최국으로서 회의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준비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의무를 지키지 못해 전세계에서 참석한 옵저버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어 안타깝다.“며 “놀이동산 같이 줄서서 기다려야 하는 점, 한번 회의장을 나가면 두 번 다시 입장이 안돼 화장실도 못가는 점 등 회의 참여 제한은 모두 부족한 준비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회의 참석이 제한되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빠르게 장내 정돈 및 개선을 해야 한다.” 고 밝혔다.

INC-5에 참여하는 옵저버(시민사회)가 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해 자리가 나길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플뿌리연대
INC-5 회의장(벡스코) 안에 운영되는 카페테리아, 모든 식기가 플라스틱이 코팅된 일회용품으로 제공되고 있다. ⓒ플뿌리연대

2024. 11. 26.
플뿌리연대

그린피스 기후변화청년단체GEYK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녹색연합 동아시아바다공동체오션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서울환경연합 알맹상점 여성환경연대 자원순환사회연대 자원순환시민센터 환경운동연합 BFFP GAIA RELOOP (가나다순)

* 문의) 녹색연합 진예원 활동가 (070-7438-8536, salromhi@greenkorea.org)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