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들었다는 신발을 샀다. 디자인이 맘에 들어 선택했지만, 재활용을 했다는 점에서 더 관심이 갔다. 우리가 버린 페트병이 바다를 뒤덮는 쓰레기가 된 모습을 보고, 또 플라스틱 쓰레기가 미세플라스틱으로 되돌아온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쓰레기로 버려지지 않고 재활용되는 물건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이 소비자처럼 환경에 해가 적은 환경인증 제품이나 업사이클링 제품(버려지는 물건을 재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가진 제품)을 선택하는 시민들이 많아지고 있다. ‘필(必)환경’ 시대, 기업들도 환경을 생각한 제품임을 홍보하며 ‘그린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페트병 재활용 신발은 과연 친환경적일까.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나면서 전 세계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원의 고갈,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위기, 버려지는 플라스틱과 그로 인한 환경오염으로 ‘자원순환’은 불가피하다. 과거 우리는 생산에서 소비, 이후 처리 과정을 거쳐 자원을 사용했지만, 이제는 재활용된 물건을 다시 소비하고 처리 과정을 거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 앞선 사례처럼 재활용 단계는 수차례 반복될 수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곳곳은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한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순환경제사회’로 전환되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많은 물건은 사용 후 버려지기
마련이다. 짧게는 몇 초, 길게는 수십 년까지 물건마다 사용 기간이 다르다. 그러나 결국 쓰레기가 된다는 사실은 같다. 지금 같은 사회의 생산소비 체계에서는 초단위로 새로운 물건이 만들어지고, 버려진다.
종량제 이후를 생각하다
한국에 이렇게 쌓여가는 쓰레기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정책이 도입되었다. 1995년의 쓰레기종량제와 분리배출 표시제도이다. 처음엔 종이, 플라스틱, 캔 등의 자원을 재활용하기 위해 분리배출을 시작했다. 그런데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분리배출이 잘 시행되고 있을까? 많은 시민들은 분리배출이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쓰레기 재활용률은 50% 정도라는 언론보도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지자체 공공재활용선별장에 반입된 분리배출 쓰레기 중 약 40%가 ‘이물질’로 처리되고 있다. 애초부터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가 있기도 하고, 이물질이 묻어 재활용을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포장이나 배달로 음식을 담았던 플라스틱 용기에는 분리배출 표시가 되어 있지만, 음식물 등을 깨끗이 씻어내지 않으면 재활용할 수가 없다. 슈퍼에서 산 커피 음료도 용기, 뚜껑, 부착된 빨대의 재질이 모두 달라 이를 각각 분리해야만 재활용이 가능하다. 재활용선별장에서 재활용으로 선택되지 못한 쓰레기는 소각 처리된다. 분리배출 제도가 실시되던 과거보다 혼합 재질로 만들어진 물건들이 더 많아졌고, 쓰레기 성상도 다양화되었지만, 1990년대에 머물러 있는 배출 체계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20년 전에는 배달포장 용기로 사용된 플라스틱 쓰레기가 이렇게 많지 않았을 것이다. 비닐뿐 아니라 용기, 장갑, 스푼, 포크, 칫솔 등 ‘생분해성 수지’로 만든 다양한 물건들도 제대로 재활용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생분해성 수지 제품은 유기물, 수분, 공기 등 다양한 요소가 갖춰진, ‘퇴비(거름)화’가 가능한 조건에서 자연계에 존재하는 미생물에 의해 생분해된다.

그러나 현재 생분해성 수지 제품들은 대부분 종량제 봉투에 담겨 소각된다. 이렇게 현장과 제도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재활용률을 높이려면, 제품을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로 통일해야 하고, 실제 현장에서도 재활용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환경부는 지난해 자원재활용법을 개정하여 재활용을 극히 저해하는 재질이나 구조는 원천 금지하도록 했다. 정부는 공공의 가치를 위한 규제를 통해 제도를 개선해야 하고, 생산자는 제품 생산 단계부터 재활용이 잘 되는 소재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생산 및 유통 단계에서 정부와 산업계가 역할 하는 것과 동시에, 시민들도 소비와 쓰레기 처리 단계에서 요구되는 역할을 제대로 해야 진짜 재활용이 가능하다.
우리의 분리배출 없이 재활용은 없다
생산 단계부터 재활용이 쉬운 재질로 만들더라도, 시민들의 꼼꼼한 분리배출은 자원순환에 필수적이다. 분리배출이 잘 된다면 재활용선별장에 드는 비용과 에너지가 줄어들어 공공재활용선별장에 지원되는 세금도 줄일 수 있다. 또 분리배출을 제대로 경험한 시민들은 재활용이 되지 않는 제품을 생산하는 생산자에게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로 만들 것을 요구할 수 있다. 대부분의 화장품 용기가 재활용이 불가능함을 인식한 시민들이 화장품 회사에 재활용이 가능한 용기 도입을 촉구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의 사회구조와 경제체제에서 재활용을 통한 자원순환은 불가피하다. 재활용이 잘 되면 쓰레기 문제가 해결될까?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다. 재활용을 해야 한다면, 재활용 과정에 드는 에너지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서,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한 신발은 친환경적 제품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물건 폐기 이후의 과정이 아니라, 폐기되기 전 물건의 ‘쓰임’을 지속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용되는지, 처리 방법은 어떤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나의 일상은 일회용 빨대가 콧속에 꽂힌 바다거북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글 허승은
* 이 글은 빅이슈에 기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