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플라스틱과 결별해야 하는 이유

2025.07.29 | 폐기물/플라스틱

“우리몸의 70%는 물. 소지품의 70%는 석유화학제품”

플라스틱(석유화학제품)이 우리몸의 물이나 생명수처럼 필수불가결한 것처럼 여겨지는 순간이다. 그러나 일주일간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이 1인당 최대 5g, 신용카드 1장 무게 분량이라면, 플라스틱과 밀접한 이 관계는 재고될 필요가 있다.

가볍고 단단하고 녹슬지 않고 만들기 쉽고 저렴해 우리 생활 곳곳에서 간편하고 유용하게 쓰여온 플라스틱. 이미 전 세계적으로 그 누적 생산량이 100억톤을 넘어선다. 그로 인해 유해화학물질 노출과 대기오염, 토양오염, 해양오염 등 인간의 건강과 생태계 전반, 기후변화에 미치는 악영향 역시 누적되고 있다면, 그리고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가 지금의 추세로 이어졌을 때 사회적·환경적 비용이 연간 수백조원에 달한다면, 플라스틱과의 결별을 생각하는 것이 이상하다거나 못할 일은 아니다. 그것이 필수가 아니라면.

전세계 플라스틱 누적생산량 출처 : Cambridge University Press, Primary plastic polymers: Urgently needed upstream reduction, Cambridge Prisms: Plastics, 2024. (번역하여 재도식화)
전세계 플라스틱 누적생산량출처 : Cambridge University Press, Primary plastic polymers: Urgently needed upstream reduction, Cambridge Prisms: Plastics, 2024. (번역하여 재도식화) ⓒ CUP(녹색연합 재도식화)관련사진보기

그래서 요즘 언급되는 슬로건이 탈 플라스틱이고, 플라스틱 오염 종식이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이란 표현이 다소 급진적이거나 과격해보이는지만, 이는 비단 시민환경단체만의 슬로건이 아니다. 유엔이 정하고 정부가 주도한 2025년 세계환경의 날 행사 주제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도 ‘탈 플라스틱 로드맵 마련’이었다. 대통령 후보 시절, 투명페트병 보증금제 도입을 통한 플라스틱 재활용 활성화, 재생플라스틱 의무사용 제도 강화 등을 약속했고, 당선 이후 1회용 비닐봉투 없는 날(7월 3일)엔 페이스북을 통해 올해 안에 탈플라스틱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문제는 ‘탈 플라스틱’, ‘플라스틱 오염 종식’이란 과감성에 비해 정부나 유엔기구의 말, 그 무게는 플라스틱만큼이나 가볍거나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는데 있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 ‘탈 플라스틱’을 말하지만, 실제 정책을 들여다보면 이제까지 해왔던 폐기물 관리 단계에서의 자원 재활용 이상을 넘어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정책이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누적된 채 기후시스템을 뒤흔들고 지구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있는데, 여전히 같은 해법만 제시한다면 과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기대할 수 있을까? 슬로건은 과감하되, 실천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행보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있을까?

플라스틱 오염은 원료 추출부터 생산, 소비, 폐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한다. 때문에 폐기물 수거나 재활용 등 ‘처리’ 방식에 의존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탈 플라스틱’ 로드맵이 플라스틱 원재료(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을 감축하는 목표를 세우고 이행하는 것이 핵심이 되지 않는 한 오염으로부터 벗어날수도, 탈 플라스틱이라고 언명하기도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다.

탈 플라스틱은 생산단계 규제부터

플라스틱의 약 99%는 화석연료에서 추출되고 오염은 원료 채굴과 정제, 나프타 생산 등 플라스틱 원재료(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 이전단계에서도 발생한다. 그러나 이 단계는 다른 화석연료 에너지 산업과 중첩되어 있다. 따라서 플라스틱 생산 감축의 대상과 주최가 특정이 되고, 생산총량에 대한 규제가 가능하여 감축 목표 할당이 가능한 단계 즉, 플라스틱 원재료(1차 플라스틱 폴리머)를 규제 대상으로 삼아 생산과 소비, 폐기량을 절대적으로 줄여가는게 필요하다.

구체적인 생산 감축 목표는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제시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6차 보고서를 준거로 세울 수 있다. IPCC 보고서에 따라 분야별 감축 시나리오를 그린다면, 플라스틱 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기여도에 따라 2030년 43% 이상의 범위에서 2050년 순 배출 제로에 도달한다고 가정했을 때, 2040년에는 70% 감축이 필요하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 기여도만 고려한 것으로 기후위기 외에 다른 환경오염 기여도까지 고려하면 더 높은 수준의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2019년 대비 2040년 75%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 로드맵과 추진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이야기다.

국가별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 (kg) 출처 : OECD (2025), Environment at a Glance Indicators, 2025
국가별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 (kg)출처 : OECD (2025), Environment at a Glance Indicators, 2025 ⓒ OECD(녹색연합 재도식화)관련사진보기

2021년 기준 우리나라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은 연간 103.9kg으로 호주(110.1kg)에 이어 OECD 국가 중 2위, OECD, 평균의 2배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4억톤의 플라스틱제품이 만들어지고 있고, 폐기되는 양 또한 상당하여 만들어진 플라스틱의 50%는 매립되고 19%가 소각되고, 재활용은 9%에 불과하며 21%는 관리되지 않은 채 환경에 그대로 누출된다(OECD, Global Plastics Outlook, 2022).

누출된 절반 이상이 야외에서 소각되어 심각한 대기오염을 초래하거나 수로와 해안을 떠돌며 동물의 기도를 막고 바람과 비, 자외선에서 잘게 쪼개서 미세플라스틱으로 부유하면서 우리몸으로 들어와 결국 일주일에 많으면 신용카드 한장 분량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해야 하는 현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플라스틱을 만들어내는 일부터 줄여야 한다.

8월 초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 5.2차 정부간 협상위원회에서 플라스틱 생산 감축 문구를 넣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산업의 지각변동과 저항, 불편함이 요구될 것이다. 그러나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이 생태계, 지구 시스템의 불가항력적인 저항보다 더 큰 저항은 없지 않을까?

글. 임성희 녹색연합 그린프로젝트팀장 (070-7438-8512, mayday@greenkorea.org)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글입니다.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