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쓰레기 정책이 필요하다! 시민인터뷰 ② 시민커뮤니티 쓰레기 덕질

2019.03.27 | 폐기물/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위로부터의 변화’, 그리고 적극적으로 쓰레기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이 늘어나는 ‘아래로부터의 변화’ 모두 필요합니다. 오늘은 쓰레기에 관심 많은 시민들이 모여서 만든 커뮤니티인 ‘쓰레기 덕질’, 일명 ‘쓰덕’에서 활동하시는 씽님과 그림님, 두 분을 만나 대화 나눠 봤습니다.

 

배선영(이하 배): 안녕하세요. 두 분 오늘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커뮤니티 이름이 참 재밌어요. 쓰레기 덕질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그림: 2017년에 NPO지원센터에서 하는 미트쉐어 프로그램(주: 긍정적 사회변화를 위한 공익 프로젝트)에 지원했어요. 공익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주제를 찾다가, ‘쓰레기 없는 해외여행’에 도전 실패한 경험이 있는 팀원이 있었고 쓰레기가 일상과 밀접하기도 해서 그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어요. ‘제로웨이스트 부산여행’을 기획하는 한편, 한 달 동안 내가 만들어 내는 쓰레기를 매일 관찰하고 나의 쓰레기 패턴을 분석해 보는 모니터링을 했죠. 관찰 결과를 토대로 ‘텀블러를 항상 가지고 다니자’ 등의 목표를 만들어 그 다음 한 달은 쓰레기를 줄여보는 실천을 했고요. 3~4개월 정도의 짧은 프로젝트 기간 내에도 인터뷰 요청을 여럿 받게 되니 신기했어요. 쓰레기에 관심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모으는 플랫폼을 만드는 계기가 됐죠. 사실 평소에 환경문제에 관심은 있었지만 당장 생활을 바꿀 생각까지는 못했었어요. 그러다 공적자금 지원을 받게 되니 좀 더 책임감을 갖고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하다보니 필요성이 점점 느껴졌죠.

 

쓰레기 관찰기_일상생활에서 어떤 쓰레기를 얼마나 만드는지 기록한 30일 ⓒ그림

 

도전 쓰레기 없는_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제로웨이스트 실천하면서 기록한 30일 ⓒ그림

 

: 저는 당시 NPO지원센터 미트쉐어 담당자로써, 쓰레기 덕질의 활동 방식이 재밌고 이슈 풀어가는 방식도 매력적이라 함께 했어요. 프로젝트 종료 후에도 내용을 다양하게 나눌 수 있도록 ‘빠띠’ 플랫폼 내에 세팅하는 작업을 했죠. 그러다가 40명 정도가 ‘어쓰’라는 이름으로 모여서 ‘일회용컵을 모니터링해서 기업에 촉구해보자’는 취지로 모니터링을 진행했죠. 모니터링은 어찌보면 간단한 방식이지만 자신을 성찰하면서 얻어낸 결과를 통해 변화를 요구할 수 있어서 굉장히 좋은 방법이라 생각해요. 또한 제도나 권력에 부딪히는 지점에서 더 나아가 목소리를 내보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 처음부터 거창하고 먼 목표를 세우지 않고, 그냥 지금 여기서 바로 시작했던 작은 움직임이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가끔은 통제 불가능하게 확산되어 나가는 모양이 되게 짜릿해 보였어요. 커뮤니티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은 보통 어떤 걸 기대하고 오나요? 그런 이야기를 플랫폼에서 하나요?

 

그림: 공개적으로 하진 않는 편이지만, 2017년에 경향신문에서 모니터링 관련 취재를 해 가서 1면 기사로 낸 적이 있는데 그걸 보고 오신 분들이 꽤 있었어요. 가끔씩 저희한테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기도 하고, 제로웨이스트 관련해서 저희 얘기를 쓰는 기사가 더러 있더라고요. 아무튼 그런 식으로 평소에 관심 갖다가 우연히 알게 돼서 가입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지금도 하루에 한 두 분 씩은 꾸준히 가입하시고요.

 

: 저희는 페이스북 페이지나 인스타그램 계정도 없고, 홍보 활동을 안 하는데도 들어오는 거니까 꽤나 적극적이죠. 그리고 보통 커뮤니티 플랫폼에는 백명이 가입하면 그 중에 글을 쓰는 사람은 한명이에요. 그런데 쓰덕은 그 비율이 꽤 높아요. 열성 회원이 꽤 있고요.

 

: 쓰레기 관련 활동 하면서 제도가 잘못됐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없었나요?

 

그림: 주변에 재래시장이 없어지는 추세잖아요. 동네 마트에 가면 채소가 하나하나 포장이 따로 되어 있어요. 고기도 스티로폼이나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고요. 제가 제로웨이스트 할 때 포장 안 된 것만 골라 사다보니 살 수 있는 게 몇 개 안 됐어요. 어쩔 수 없이 가끔은 플라스틱에 담긴 고기도 사긴 했는데 죄책감이 들고요. 그래서 유통/판매 환경이 제도적으로 바뀌어야 해요. 개인의 노력은 환경이 받쳐주지 않는 한 지속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관심있는 시민들의 노력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제도적 환경이 뒷받침 되어야 해요. 뉴욕 등 해외 사례들을 보면 (포장을) 아예 금지시키기도 하더라고요. 강력한 제도가 있으면 사람들의 인식은 경험에 의해 바뀐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불편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하다보니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서 점차 변화하는 거죠. 인식이 먼저 바뀌고 책임감을 느껴서 실천하는 경우는 잘 없어요.

 

2017년에 장례식장 일회용품을 조사했어요. 관련 법규를 보면 식장의 규모, 주방 시설 설치 여부 등을 따진 후 일회용품 제공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긴 해요. 그런데 그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은 거예요. 유족과 연관된 기업들이 후원하는 일회용 종이컵이나 나무젓가락 등은 써도 상관이 없다보니 법의 실효성이 없는 거죠. 그리고 주방 시설을 갖춘 장례식장이 많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어요. 기내식도 문제인데, 전부 일회용 식기에 담겨 나오고 물을 마실 때마다 플라스틱 컵을 갖다 주잖아요. 비행기에서 다회용기 쓰는 건 너무 힘들지 않냐고 하지만 비즈니스석은 유리잔에 와인 내오고 접시에 스테이크 담아 내니, 불가능하진 않을 거란 생각이에요.

 

: 어쓰 활동하면서 직접 제도를 찾아보신 적 있으세요? 법령을 뒤져본다거나.

 

그림: ‘자원순환관리법에 따르면 카페 실내 몇 평 규모의 실내에서는 일회용컵을 사용할 수 없다’ 정도는 찾아봤고요. 작년에 아카이빙 조사하면서 장례식장법이나 일회용품 관련 제도를 관심 갖고 찾아봤어요.

 

: 저는 지역마다 다른 분리배출 기준을 찾아봤어요.

 

: 저희도 쓰레기 관련 제도를 바꿔야 할 필요성을 느껴 법을 들어다보는 중인데 전문가들이 폐기물 관련 법들은 ‘쓰레기’라고 하시더라고요. 법 자체가 누더기라 변호사가 봐도 잘 모르겠다면서요.

 

: 빠띠에서 늘 하고 싶어하는 것 중 하나가 시민 입법 프로젝트에요. 헌법을 새로 만들고 있는 나라들 중에 시민 입법으로 진행 중인 곳이 많거든요. 우리도 온오프라인으로 의견 모아서 폐기물 관련 법을 처음부터 직접 작성해 보는 거죠. 토론하고 싶은 시민들 모아서 한 줄 한 줄 함께 써 나가는 걸 제안하고 싶어요. 또 한 가지 말씀 드리고 싶은 건, 제도 하나를 만들려면 문제 해결 방법이나 방향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커져야 하지만, 반대하는 사람들로부터 합의와 공감대를 끌어내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거예요.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관련 국회 회의록을 봤는데, 너무 웃기더라고요. 국회 회의록을 본 건 처음이었는데, ‘이들도 같은 인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의 좁은 세계 안에서만 생각하는. 그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움직일까를 고민해 보니, ‘당신들이 대변하는 사람들도 생각이 바뀌었다’는 걸 알려 줘야겠더라고요. 시장 상인이나 기업도 생각을 바꾸고 있다고요. 그러려면 생각이 바뀌는 사람들이 같이 늘어나야겠죠.

 

: 네 맞는 말씀입니다. 오늘 의미있는 얘기 많이 나눈 것 같고요, 시간 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 의식을 가지고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두 분 만나 말씀 들어봤는데요, 역시 개인의 의지만으론 역부족인 지점들이 많아 보이네요. 법과 제도가 뒷받침 되지 않는 상황에서 개인의 노력만 요구하는 건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지만 제도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 역시 시민의 힘이 모여야 가능합니다. 쓰덕과 어쓰 같은 재미난 시민 모임이 늘어나고 목소리가 커진다면 결국 제도도 뒤따라 올 것입니다. 말 그대로 ‘누더기’인 폐기물 법제도를 바꾸기 위해 녹색연합도 함께 하겠습니다.

 

쓰레기덕질 빠띠 가입하기!

새로운 쓰레기 정책이 필요하다! 시민인터뷰 ① 제로웨이스트 실천가 배민지님의 이야기도 보러 오세요.

 

녹취 내용 정리: 자원활동가 강수련

인터뷰 정리: 전환사회팀 배선영, 유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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