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사서고생① 선별장에 배달 용기 쓰레기가 쌓여 있다고요?

2019.09.04 | 폐기물/플라스틱

녹색연합은 지난 2017년, 시민들과 함께 <쓰레기 탐사대>를 꾸려 쓰레기 처리 시설을 탐방하는 활동을 펼쳤습니다. 그때 방문했던 ‘강북 재활용선별장’, 이곳은 강북구에서 발생한 재활용 쓰레기들을 일차적으로 모아 선별한 후, 최종 재활용 업체로 보내는 곳입니다. 작년 쓰레기 대란 이후 선별장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궁금했던 찰나, 배달 용기 플라스틱이 잔뜩 쌓여서 별도로 분리해야만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 스티로폼 용기가 별도로 분리되어 선별장 한 켠에 쌓여 있다. <한겨레21> 이승준 기자 제공

마침 녹색연합은 배달 쓰레기 줄이기 캠페인 <플라스틱 사서고생> 참가자들을 모집했고, 시민들과 함께 직접 플라스틱 쓰레기가 처리되는 시설에 방문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인턴 활동가 ‘채짱’의 선별장 방문 후기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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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절정에 달해 거대한 실외기 앞에 서 있는 듯했던 8월 5일, <플라스틱 사서 고생> 캠페인에 함께 하시는 시민분들과 강북 재활용품 선별처리시설 탐방을 다녀왔습니다. 배달 음식을 먹을 때, 택배를 주문할 때 일회용품을 거절하고 싶었던 시민분들과 쓰레기 재활용이 제대로 되는지, 택배와 배달 쓰레기양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하였습니다.

탐방에 앞서 카페에 모여 앉아 더위를 식히며 왜 탐방에 함께 하게 됐는지, 어떤 변화를 이루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서로의 일상 속 실천과 실천 과정에서의 고민을 들으며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저도 모르게 고개를 연신 끄덕였습니다.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때 플라스틱 용기에 비닐이 강력접착되어 있어 처리가 어렵다는 이야기, 생분해 플라스틱이 국내 쓰레기 처리 시스템상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소식에 놀랐다는 이야기, 쇼핑몰 고객센터에 택배 쓰레기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요구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일상생활에서 적극적으로 쓰레기 문제를 고민하고 실천하시는 분들이 이 자리에 와주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북 재활용품 선별처리시설은 강북구에서 운영하는 시설로 배출된 쓰레기를 같은 물성끼리 모아 선별하는 거대한 분리수거장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선별장에 처음 들어간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어마어마한 쓰레기의 양보다도 악취에 압도당했기 때문입니다. 마치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를 만들고 외면해오지 않았느냐’는 쓰레기의 아우성을 듣는 듯 하였습니다. 압축된 캔과 플라스틱은 네모난 블록의 모양으로 묶인 채 층층이 쌓여 있었고 산처럼 쌓여 있는 스티로폼 무더기도 볼 수 있었습니다. 시민들과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 속에서 제대로 분리 배출되지 않아 미처 떼어지지 않은 비닐들을 발견하곤 씁쓸했던 장면도 기억에 남습니다.

홍보실로 이동해 시설 소개를 들으며 강북 재활용품 선별처리시설이 전국 재활용 선별장 중에서 가장 큰 편에 속해 하루 평균 60t가량의 쓰레기를 선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시민분들은 비닐이 강력접착된 플라스틱, 색깔이 다른 유리병 등 분리배출에 어려움을 겪었던 쓰레기들의 처리 방법을 질문하며 궁금증을 해소하였습니다. 분리배출 방법에 대해 더욱 정확히 알 수 있었지만, 분리배출 방법이 까다로워 쓰레기 문제에 관심이 없거나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시민분들의 경우 제대로 된 분리배출을 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이후 쓰레기봉투를 찢는 파봉기, 선별 기계와 직접 쓰레기를 선별하는 노동자분들,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를 둘러보았습니다. 광학 설비로 다양한 플라스틱 소재를 분류하는 기계는 놀라웠지만, 하루 평균 들어오는 재활용품이 60t인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잘 분류될지 궁금했습니다. 쓰레기를 깨끗이 씻어 버려도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결국 선별하는 곳에서 섞여 재활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빨리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에 많은 쓰레기가 올라오고 인력이 적으면 깨끗하고 잘 보이는 쓰레기 위주로 재활용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강북 선별장과 달리 대부분의 민간 위탁 시설은 파봉기가 없거나 인프라가 열악하여 경제성이 떨어지는 재활용품의 재활용률이 훨씬 낮다는 설명에 한국의 평균 잔재 쓰레기 발생량이 약 38%라는 사실이 와닿았습니다.

강북 재활용품 선별처리시설을 나서며 근본적인 폐기물 감소 방법인 원천감량이 필요성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늘어나는 일회용품과 열악한 선별장의 환경, 까다로운 분리배출 방법, 복합 소재 제품 속에서 재활용률은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재활용이 아닌 재사용, 일회용품 무상제공이 아닌 유상제공이 필요한 때입니다. 배달 음식 쓰레기와 택배 쓰레기를 거부하는 시민들은 <플라스틱 사서고생>이라는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플라스틱 없는 세상을 상상하는 시민들의 요구에 기업과 정부도 응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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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장 탐방을 마친 후, 녹색연합은 시민들과 함께 <플라스틱 사서고생 온라인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오픈채팅방에서 서로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고민했습니다. 캠페인 참여 후기는 여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배달음식 1회용품 이제그만! 서명 하기 : http://bit.ly/2l2pxNy

후기: 인턴 활동가 채짱
정리: 전환사회팀 배선영
영상 촬영 및 편집: 비트윈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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