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스틱 사서고생① 선별장에 배달 용기 쓰레기가 쌓여 있다고요?
☞ 플라스틱 사서고생② 배달 플라스틱, 무엇이 문제일까요?
☞ 플라스틱 사서고생③ 시민이 직접, 기업에 요구해보았습니다. <플라스틱 사서고생> 캠페인 활동 내용 보기
지난 8월 보름 동안 배달·택배 쓰레기를 사고 싶지 않은 시민분들과 <플라스틱 사서고생> 온라인 캠페인을 진행하였습니다. 일상 속에서 일회용품을 거절하는 적극적인 행동을 하기 위해, 직접 기업 고객센터에 플라스틱 줄이기를 요구했습니다. ‘플라스틱에 유별난’ 시민 H씨, J씨, Y씨와 녹색연합 활동가 C씨, S씨가 만났습니다.
플라스틱에 유별난 인턴 활동가 C씨(이하 C씨): 안녕하세요. 플라스틱 사서고생 캠페인이 마무리된 지 한 달이 지났어요. 캠페인 이후에 참여자분들의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어떤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플라스틱에 유별난 Y씨: 지난 여름, <플라스틱 사서고생> 캠페인을 시작하며 강북재활용선별장 탐방을 다녀왔을 때 많이 혼란스러웠어요. 저는 쓰레기 버리기 전에 열심히 씻고, 라벨은 뜯어서 분리배출했는데 선별장에서 결국 다 섞여서 노동자분들이 다시 분류하시더라고요. 재활용선별장을 다녀오니 분리배출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버려지는 것 자체를 줄이는 ‘원천감량’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재활용하기 전에 쓰레기 자체를 줄이고 다시 쓰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된 거죠.
플라스틱에 유별난 H씨: 저도 <플라스틱 사서고생> 캠페인에서 받은 에너지로 기업 고객센터에 추가 문의를 넣어봤어요. 얼마 전 추석 선물로 지인분께서 잣 호두 다과 세트를 보내주셨거든요. 선물세트 포장지를 뜯었는데 비닐팩이 나오고 비닐팩을 뜯으니 종이 박스가 있고, 박스를 열어보니 3개의 작은 박스가 있었어요. 박스도 비닐 시트지로 촘촘히 입혀져 있었고요. 과대포장을 방지하기 위한 포장 가이드라인이 있는지 물었더니, 고객센터에서는 환경부의 과대포장 기준을 넘지 않는다며 노력해보겠다는 답변을 주더라고요. ‘과대포장 기준이 바뀌고 안 주고 안 받는 문화도 생겨야 하지 않나’ 생각했어요.
▲플라스틱에 유별난 H씨가 추석선물로 받은 ○○백화점 잣 호두 다과 세트. 비닐 포장을 뜯으니 종이박스로 포장되어 있고, 종이 박스 안에는 견과류가 다시 종이박스와 랩으로 포장되어 있다.
▲○○식품관 고객센터 문의사항과 답변 내용
플라스틱에 유별난 J씨: 저는 운 좋게도 과대포장 없는 택배를 경험했어요. 책 한 권을 샀는데 충전재 없이 포장 박스만 왔어요. 비닐 테이프 대신 종이 테이프가 붙어있었고요. 충전재를 넣지 않기 위해서 책 모서리가 찍혀도 책이 상하지 않게 특수 제작한 박스를 사용했더라고요. 하나는 탄산수 제조기였는데 깨질 수 있을 텐데도 충전재 없이 박스 포장되어 왔어요. 가스통을 보호해야 하니까 얇은 비닐에 들어있고 끝이었어요. 겉에는 박스를 재사용 해달라고 쓰여있었어요. 탄산수 관련 업체에선 제조기와 전용병을 보급하는 친환경 마케팅을 하더라고요.
▲플라스틱에 유별난 J씨가 YES 24에서 책 주문 후 받은 소포. 비닐 테이프 대신 종이 테이프가 붙어 있었으며 충전재가 없는 대신 책 모서리가 찍히지 않도록 박스가 제작됐다.
* 다음은 플라스틱 사서고생 캠페인 종료 후 ‘플라스틱에 유별난 S씨’가 단톡방에 올려주신 내용입니다.
플라스틱에 유별난 S씨: “저희 캠페인 참여 일정은 끝났지만 기분 좋은 일이 있어 글 올려봐요 ㅎㅎ 샐러드 주문할 때 오는 플라스틱 용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는데요. 샐러드 가게에 말씀드려서 가게에 구비해두신 락앤락에 샐러드 배달 받아 집에 있던 접시로 옮겨 담았어요! 소스 통은 아쉽게도 생각 못 했지만.. 부담 없이 계속 시켜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넘 기뻐요! <플라스틱 사서고생> 캠페인 덕분에 문제의식 느끼고 용기 내어 문의해볼 수 있었어요. 저 혼자선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몰랐을 텐데 여기 계신 분들이 노력하시는 것 보고 많이 배웠어요. 플라스틱 없는 배달이 결코 불가능한 게 아니라고 느꼈어요.”
▲플라스틱에 유별난 S씨가 락앤락에 배달받아 접시로 옮겨 받은 샐러드
배달 주문할 때 일회용 쓰레기를 만들고 싶지 않은 시민이 직접 가게에 문의해 가져온 변화라 더 반갑습니다. 이처럼 택배·배달 쓰레기를 만들고 싶지 않은 시민들에게 선택권을 줘야 하지 않을까요? 의미 있는 변화의 씨앗들이 여러 사례로 확산되어 플라스틱 없는 배달과 유통 시스템을 고려할 수 있도록 녹색연합은 시민들과 적극적으로 활동해나갈 것입니다.
C씨: 플라스틱 사서고생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분들이 기업에 문의했을 때 ‘내부적인 부분이라 안내가 어렵다’, ‘비용과 파손 방지 효과를 고려하고 있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어요. 아쉽거나 어려운 부분이 있으셨나요?
플라스틱에 유별난 H씨: 한편으론 이해도 돼요. 기업은 이윤 창출을 해야 하니까 바로 시스템을 바꾸기는 어려울 거예요. 트렌드가 변화해 친환경으로도 충분히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면 과감하게 투자를 하겠죠.
플라스틱에 유별난 활동가 S씨: 신선제품 ‘○○배송’을 하는 ○○○○가 배송 특성상 스티로폼이나 아이스팩을 많이 사용하다가 최근 환경문제에 경각심을 가지고 ‘○○배송’에 사용되는 모든 포장재를 종이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어요. 그런데 포장재를 대체하기 전에 스티로폼 박스를 안 쓰려고 재사용 아이스박스를 쓰기도 하고 아이스팩을 모으기도 했는데 안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유통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니 새 아이스 팩을 넣는 게 더 효율적인 거죠. 기업의 입장을 듣다 보면 정부 규제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돼요. 국가의 행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데 있어서 불편함을 느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정말 중요하고요. 실제로 법을 개정하기 위해 요구만으로는 부족하고 서명과 같은 여론을 반영하는 근거가 필요하다고 해요.
플라스틱에 유별난 Y씨: 저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재활용선별장 탐방 덕분에 분리배출보다 버려지는 것 자체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다만 제로웨이스트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겐 관련 정보가 굉장히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주변 사람들도 플라스틱이 문제라는 건 아는데 일상에서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정보가 부족해 실천 방법을 잘 모르더라고요.
플라스틱에 유별난 활동가 S씨: 맞아요. 시민들이 쓰레기가 버려지고 처리되는 과정을 알면 ‘최대한 안 만드는 게 맞네’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쓰레기 처리 과정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너무 없는 거죠. 이런 정보를 최대한 어떻게 제공하고 확산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돼요.
C씨: 여기 와주신 분들께선 ‘유별나다’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플라스틱에 유별났던 경험들을 듣고 싶어요.
플라스틱에 유별난 J씨: 저는 올해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2개 썼어요. 올해 안 쓰는 게 목표였는데 어쩔 수 없을 때 2개를 썼네요. 장 보러 갈 때도 비닐봉지 한 번도 안 썼어요. 급할 때는 호주머니에 담아 오기도 했고요. 올해 다짐인 ‘NO 장바구니 NO 시장’을 잘 실천하고 있죠. 가방이 계속 무거워지는 하는데 안 쓰려니까 안 써지더라고요.
재작년 지구의 날엔 ○○에 갔어요.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달라고 했더니 손님이 저밖에 없었는데도 사장님이 “오늘만 해주는 거예요. 다음엔 안 돼요.” 하시더라고요. 주시면서도 “텀블러에 얼음이 잘 안 들어가서 아르바이트생이 하긴 어려운데 오늘 제가 특별히 해주는 거예요”라고 하시는 거예요. ○○ 본사에 일회용품 안 쓰는 손님 혼내는 규정이 있냐고 정중하게 물었어요. 다음 해 지구의 날엔 얼음이 잘 들어갈 수 있는 큰 텀블러를 가져갔어요. “안 바쁘니까 해드리는 거예요” 똑같이 말씀하시더라고요. “작년에도 그러셨는데 텀블러 쓰는 사람들 이렇게 혼내시나요?” 농담반 진담반으로 여쭤봤어요. 그날 본사에 ‘매장 내 환경 정책을 개선할 필요가 있겠다’라고 문의했어요. 본사에서는 보완하겠다고 답변이 왔고요. 근데 그 후로는 왠지 갈 수가 없더라고요(웃음)
플라스틱에 유별난 H씨: 저는 쓰레기 버리기 전에 일일이 다 자르고 세제로 닦고 말려요. 스스로 불편하게 하면 더 짜증 나니까 ‘안 사야지’라는 생각이 드니까 일부러 닦아요.
C씨: 녹색연합은 재활용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재사용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어요. 재사용은 재활용과는 달리 시민분들에게 익숙하지 않는 개념이에요. 무언가를 재사용했던 경험과 TIP을 나눠주시면 좋겠어요.
플라스틱에 유별난 Y씨: 밀크티 플라스틱 용기를 씻고 말려서 다른 음료를 담을 수 있게 다시 사용하거나, 편의점에서 사 먹은 모찌롤 용기를 버리기 아까워서 비누 케이스로 사용하고 있어요. 화장품 종이 포장재도 재사용해요. 잘 깨지는 것들을 넣어 다니거나 택배 보낼 때 담아 보내거나 완충재로 재사용하고 있어요. 김밥 살 때도 호일에 받는 게 싫어 용기에 담아와요.
플라스틱에 유별난 J씨: 제가 아는 분은 비닐이 집에 많이 쌓여서 비닐과 실을 엮어 실뜨기를 하셨어요. 플라스틱 포장되지 않은 상품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소비자가 그 많은 포장재를 재사용하는 건 한계가 있어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C씨: 동의합니다. 그 외에도 플라스틱 없는 사회를 위해 더 잘 되어야 할 것, 변화가 필요한 것엔 무엇이 있을까요?
플라스틱에 유별난 Y씨: 음료수 병이 다 플라스틱이니까 차라리 옛날 슬러시처럼 편의점에 디스펜서가 있으면 좋겠어요. 용기에 담아서 무게로 계산이 되면 좋겠어요.
플라스틱에 유별난 J씨: 리스본 축제에 놀러 갔는데 3곳의 축제에서 모두 똑같은 컵을 쓰더라고요. 디자인은 조금씩 다른데 똑같은 회사에서 만든 컵을 쓰고 있었어요. 축제에 놀러 온 시민들에게 보증금을 받고 대여해준 후, 회수하고 세척해 또다시 다른 페스티벌에서 제공하는 시스템이더라고요. 2유로를 내고 컵을 대여해서 하루 종일 맛있게, 죄책감 없이 맥주를 마실 수 있었답니다.
▲플라스틱에 유별난 J씨가 리스본 축제에서 사용한 다회용 맥주 컵
플라스틱에 유별난 H씨: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민원을 넣으시라” 이야기하고 싶어요. 저는 ‘남이 대신 요구해주겠지’ 생각하며 평온한 삶을 살다가 미세먼지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녹색연합에 후원하고 지자체에 민원을 넣기 시작했어요. 경험이 없어 두려웠지만 민원을 넣으면 기본적으로 답변을 주고 실제로 고쳐지는 경우도 있었어요.
C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야기 나누면서 시민들이 불러올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 시민들의 목소리가 가진 힘을 다시 한 번 느꼈어요. 녹색연합은 시민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보다 쉽게 시도해볼 수 있도록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행동하는 시민들이 지치지 않도록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나가는 활동을 지속해 나가겠습니다.
플라스틱에 유별난 세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정당한 문제 제기를 유별나다고 하는 사회가 유별난 것 아닐까?’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이것은 무엇일까요?
시민분께서 제보해주신 모 기업의 과대 포장 행태입니다. 디퓨저(100ml) 1개를 주문했는데 직경 70cm의 박스의 빈틈에 비닐 완충재를 잔뜩 채워놓아 물품은 찾기도 어려울 지경입니다. 왜 소비자가 과대 포장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할까요?시민분들이 유별나다는 사회적 시선에 움츠러들지 않고 일회용품을 당당히 거절할 수 있도록 녹색연합은 시민분들과 함께 정부의 규제와 제도 개선을 위한 활동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배달음식 1회용품 이제그만! 서명 하기 : http://bit.ly/2l2pxNy
사진: 플라스틱 사서고생 캠페인 참여 시민 제공
인터뷰 진행과 내용 정리: 전환사회팀 배선영, 상상공장소 진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