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1회용품 공론장 ‘우리 모두 용기 냅시다!’

2019.12.26 | 폐기물/플라스틱

녹색연합은 지난 11월 29일 금요일 저녁,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 공론장 <배달은 용기를 싣고>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음식 배달 증가로 인한 1회용품 쓰레기가 급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요식업체, 환경부, 전문가, 시민들이 공동으로 대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처음으로 진행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공론장은 제시된 다섯 가지 대안에 대해 발표를 들은 후 시민 참가자가 직접 ‘공감도, 실현 가능성, 단기 효과성’ 세 가지의 척도를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 가장 우선적인 해결 방법을 선정한 후, 각 대안의 공감도와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고, 효과성을 입증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그룹 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습니다.

공론장에 참여한 다양한 시민들은 이해 당사자들의 1회용품 저감을 위한 노력과 어려움에 대한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배달 1회용품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선정하였는데요. 가장 효과성이 높은 단기적 대안은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손꼽았습니다. 배달서비스의 급증과 편리성이 높아진 반면 배달용기 규제가 적어 값싸고 손쉬운 선택지로서 1회용품 사용을 저감시킬 제도적 보완이 가장 필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하지만 규제 강화가 효과는 크지만, 사회적 공감대가 낮고 기업의 저항으로 인해 규제 도입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평가하며, 기업의 저항을 줄이고 시민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습니다. 시민 공감도가 가장 높은 대안으로는 요식업체들이 배달 용기를 단일화하고, 다회용기를 수거-세척하여 업체에 제공하는 형태의 ‘다회용기 순환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으로 꼽았습니다. 반면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안으로는 정부 주도의 재활용시스템 개선으로, 현재의 배달 체계 안에서 재활용률을 높일 방안을 강화하는 것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자연환경에서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장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60도의 고온에서 6개월 이상 노출되었을 때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현재 플라스틱 문제의 대안으로 논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근본적으로 일회용이 아닌 다회용을 사용하는 시스템이 대안이 될 수 있으며, 다회용기 세척 비즈니스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배달 용기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대체 재질 개발’이 적절할지에 대해 시민들은 100점 만점에 공감도 68.8점, 실현 가능성 65점, 단기 효과성 60점을 주면서 ‘생분해 재질이든 친환경 재질이든, 1회용품을 사용하기 위한 핑계만 될 것 같다’며, ‘결국 1회용품을 대체하기 위해 또 다른 1회용품을 만들어내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을 드러냈습니다.

리디쉬의 장민우 이사는 다회용기를 음식점에 대여하고 직접 회수하고 세척해 다시 대여하는 ‘배달 그릇 순환시스템’을 소개하며, 환경적으로는 1회용품 이용으로 인한 자원 낭비와 온실가스 발생을 줄이고, 음식점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다회용기 순환 시스템이 친환경 모델임을 피력했습니다. 현재 모든 업체에 적용할 수 없지만, 시범사업을 통해 가능성을 입증한 후 시장을 확장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에 시민들은 공감도 79.2점, 실현 가능성 74.5점, 단기 효과성 78.5점을 주며, 다회용기 순환 시스템 도입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표준 다회용기 개발 등이 필요하며, 배달뿐만 아니라 장례식장에서의 다회용기 사용 도입이 절실하다고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녹색법률센터 신지형 변호사는 현재 배달 1회용품은 규제의 범위 밖에 있다며, 우선적으로 ‘규제’가 시급하다고 밝혔습니다. 1회용품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을 위한 법률」에서 규제하고 있는데, 배달 시 사용하는 1회용품은 무상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제에서 ‘예외’ 적용되어 있습니다. 신 변호사는 이 예외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현재 가장 필요하고, 음식 포장재에 대한 특별법을 제정한 독일의 사례를 들며 우리나라 법제가 개선되어야 할 방향을 설명했습니다. 이에 시민들은 공감도 74점, 실현 가능성 78.3점, 단기 효과성 82.3점을 주었습니다. 제도 개선과 강력한 1회용품 규제를 도입하면 3년에서 5년 안에 배달 1회용품 쓰레기를 저감하는 효과를 볼 것으로 판단하며, ‘규제가 약하니 효과가 미비할 수밖에 없는’ 국내 제도를 비판했습니다.

커피베이 전형난 차장은 1회용 플라스틱 컵 대신 생분해성 PLA 소재를 사용한다거나, 재사용 가능한 컵을 판매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1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배달 시 사용하는 1회용품은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기업 입장에서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이에 시민들은 ‘기업의 자발적 실천’이 대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공감도 75.3점, 실현 가능성 70.6점, 단기 효과성 71.3점으로 평가하며, 기업 대표의 결단력에 매우 공감하고 기업 자체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 모든 업체가 친환경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사용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규제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강승희 사무관은 ‘재활용 배달 1회용기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재활용 시스템을 개선해야 함은 분명하지만, 현재 시스템에서 배달 1회용기는 전혀 재활용되지 않는 악성 쓰레기이기 때문에 2030년까지 다회용기 사용을 촉진하고, 친환경 재질로 바꾸는 방법으로 제도화하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정부의 대안에 대해 시민들은 공감도 78.4점, 실현 가능성 80.9점, 단기 효과성 76.5점을 주면서 재활용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 주도의 강력한 캠페인 및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공론장에 참가한 한 시민은 ‘1회용품 문제는 단순히 쓰레기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모습을 반영한다’며, 쓰레기를 많이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대량생산-대량소비 시스템을 비판하고, ‘배달시키지 않고 직접 요리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성찰을 우리 모두 함께 해야 한다’라고 소감을 남겼습니다. 모든 토론이 끝난 후 시민들은 하루빨리 배달 1회용품을 저감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도입되길 바라는 마음을 모아 ‘지구는 일회용이 아니다, 용기를 냅시다!’ 구호를 외치며 행사를 마무리했습니다.

녹색연합은 지속적으로 ‘재활용은 정답이 아니다’, ‘재사용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해왔습니다. 배달 1회용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캠페인과 정책 대응 활동을 펼쳐나가며, 한 번 쓰고 버려도 되는 1회용품 사회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지속가능한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녹색연합은 쓰레기 없는 행사를 지향합니다. 다과는 다회용통을 미리 가게에 가져가 포장 쓰레기 없이 음식을 담아오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비건 메뉴와 뻥튀기 접시로 간단한 다과를 준비하고, 별도의 현수막을 제작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행사를 만들어갑니다.

**공론장에 참가한 시민들의 피드백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sites.google.com/greenkorea.org/1129

 

문의 | 녹색연합 전환사회팀 배선영 070-7438-8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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