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화장품 업계는 90% 재활용 안되는 예쁜 쓰레기를 책임져라.

2021.02.25 | 폐기물/플라스틱

화장품 용기의 재활용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화장품 용기 90%가 ‘재활용 어려움’으로 평가되어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화장품 업계는 포장재 등급 표시 예외 적용을 통해 그 오명을 피하려 했지만 오히려 시민들의 더 큰 반발에 부딪쳤다. 이 혼란과 논란은 화장품 업계와 환경부가 자초한 일이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분리배출 체계를 정비하지 못한 환경부뿐 아니라 지속가능성 선언과 환경 친화 경영을 하겠다면서도 재활용이 안되는 용기를 생산해 온 화장품 업계는 논란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재활용 어려움 표시, 왜 화장품 업계만 표시 못하나? 

환경부는 포장재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을 고려하고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는 단계적 퇴출한다라는 목적으로 ‘제품의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자원재활용법을 개정(2018.12.24) 하고 계도기간(2020.9.24) 운영해 시행(2021.3.24)을 앞두고 있다. 이 제도로 자원재활용법 제16조 제1항에 따라 포장재의 재활용 의무생산자는 제조‧수입하는 포장재 및 이를 이용하여 판매하는 제품에 대해 재활용 등급평가를 진행하고, 제품 포장재에 등급을 표기해야 한다.  “재활용 어려움” 포장재는 의무적으로 이를 표기해야 한다. 

해당 제도가 도입된지 2년이 지났지만 2020년 11월이 되서야  화장품 업계와 환경부가 자발적 협약(‘재활용 어려움’ 등급 10% 이상 역회수 및 재생원료 사용 확대를 위한 협약)을 맺고, 화장품 회사가 용기를 역회수 하면 재활용이 어려워도 재활용 어려움 표시를 하지 않도록 적용하겠다고 행정예고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불거졌다. 시민들은  ‘화장품 용기에 대한 재활용 등급 표시 예외 적용’에 대해 소비자의 알권리 침해, 정확한 정보제공 회피, 다른 업계와의 형평성 문제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행정예고 후  2주 동안 1,508명의 시민들이 예외 적용 반대 온라인 서명에 참여했고, 국민생각함 전자공청회에 427건의 의견이 올라오는 등 많은 시민들이 화장품 용기에 대해서만 예외를 적용한다는 것이 불공정하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시민들의 분노로 포장재 등급 평가 표시 재행정예고되어 

결국 2월 23일, 환경부는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표시 기준> 일부 개정안을 행정 예고 했다.이번 개정안에서 생산자의 회수 체계를 자발적 협약을 넘어서서 환경부의 지침으로 반영된 것은 유의미 하다. 환경부는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세부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선언에 머물지 않고 이행될 수 있도록 화장품 업계는 적극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화장품 용기 논란의 핵심이었던 내용은 개선되지 못했다. 재활용되지 않는 화장품 용기의 공병 회수 체계는 선별장에서의 재활용 방해를 막기 위함이다. 공병 회수를 하기 때문에 재활용 어려움 표시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재활용 어려움은 어려움대로 표시되어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어야 한다. 화장품 용기만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림1.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평가 제도> 시행으로 재활용이 어려운 재질은
 재활용 어려움 표시를 의무적으로 해야한다.

재활용 어려움 90% 화장품 용기의 재질을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 

화장품 용기는 성분과 기능에 따라 유리, 플라스틱, 도자기, 금속 등 다양한 재질이 혼합 사용되고있다.  그 중 플라스틱의 사용량이 현저히 높다. 

전 세계 화장품 및 미용 산업 포장 용기 현황 자료에서는 2018년 기준으로 1,521억 개가 판매되었고, 이 중 플라스틱형 제품은 659억 개로 전체 제품의 43%를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플라스틱은 가볍고 저렴할 뿐 아니라 성형이 쉬워 화장품 용기에서도 플라스틱의 사용이 증가했다. 생산은 5초, 사용은 5분, 처리는 500년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플라스틱은 쉽게 만들어졌지만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환경오염이 심각해졌다. 단일 재질이라 하더라도 다양한 첨가제 사용, 복잡한 구조, 복합재질, 내용물 잔존 등의 이유로 재활용이 어렵다.

그 중 화장품 용기에 많이 쓰이는 글리콜 변성 PET 수지(PET-G)는 PET가 아닌 더 나쁜 플라스틱이다. 화장품 용기의 PET은 대부분 PET-G 재질이 혼합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 PET과 구분하기 어렵고 녹는점이 낮아 재활용 공정 중 고온 건조 과정에서 눌러 붙어 재활용을 방해한다. 부피가 크고 구조가 단순한 샴푸, 린스, 바디워시 등의 헤어/바디제품도  PET-G 재질이 많아 재활용이 어렵다. OTHER로 표기된 것은 여러가지 플라스틱이 섞여 재활용이 어렵다. 

이미 화장품 기업 중 일부 친환경 브랜드는 재활용되기 쉬운 단일재질 용기를 사용하고 펌프에서 금속 스프링을 제거하는 등 다양한 대안을 시행하고 있다. 화장품 업계는 이러한 사례를 참고해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로 포장재를 변경해야 한다.

<표1. 전 세계 화장품 및 미용용기 시장 판매 현황>

 화장품 업계는 실효성 있는 공병 회수 체계 갖춰야한다.

분리배출 표시가 있으니 재활용이 잘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재활용이 되지 않았던 화장품 용기들은 실제 선별장에서 민폐만 끼치는 용기였다. 선별장에서 재활용을 방해하지 않으려면 별도의 회수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별도 회수된 용기는 재생원료로 사용되어야 하며 환경부는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에게는 재생원료 사용량을 의무화 해야 한다. 화장품 용기가 재활용 우수 등급을 받더라도 다시 화장품 용기로 재활용되는, 즉 물질 재활용이 되어야 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유통 채널별 화장품 매출 비중 중 온라인 쇼핑몰 판매가 18.9%로 가장 높다. 이어 방문 판매(15.2%)와 일반 소매점(12.5%)의 판매 비중이 높다. 유통채널별 변화 추이를 보면 최근 3년간 H&B스토어(편집샵)과 온라인몰의 판매 비중이 상승하고 있다. H&B스토어는 다양한 브랜드의 화장품을 한 곳에서 비교하여 구매할 수 있어 이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화장품 업계의 브랜드샵만으로는 공병 회수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소비자의 편의성을 고려한다면 H&B스토어로 알려진 올리브영, 랄라블라, 롭스등의 매장에서의 공병 회수 참여가 전제 되어야 한다. 더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샴푸 린스 등 생활제품의 회수는 대형마트 등이 더욱 용이할 수 있다. 

이미 2019년 P&G, 테라사이클, 이마트는 다 쓴 샴푸통, 페브리즈, 분무기통, 칫솔 등을 반환할 수 있는 회수함을 전국 이마트에 설치해 운영한 적이 있다. 대형 유통마트와 H&B스토어가 참여해 화장품 용기를 수거해야 회수율을 높일 수 있다. 소비자가 화장품 용기를 쉽게 반납할 수 있는 판매점이 곳곳에 존재하고 판매점의 공병 수거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구조가 단순하고 크기가 큰 샴푸, 린스 같은 바디제품은 재활용이 용이한 재질로 변경해 분리배출 원칙에 따라 재활용 체계에서 수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진1. 이마트에 설치된 플라스틱 회수함. 화장품브랜드숍 외에도 대형유통마트, H&B스토어등  참여해 화장품 용기를 수거해야 회수율을 높일 수 있다>  

화장품 업계는 자원순환을 위한 ‘리필 재사용’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알맹상점’은 소독된 용기를 대여하거나 자기 용기를 가져와 알맹이를 리필해 쓰레기를 줄이고자 하는 가게다. 알맹상점이 1월 한 달 동안 판매한 리필 제품은 총 97,000리터. 단 한달만에 100리터 용기 970개의 사용을 줄였다. 화장품 용기의 90%가 재활용되지 않는 현실에서 시민들은 용기 재사용을 실천해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인의 실천을 넘어서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화장품 용기 재사용 문화 확산을 위해 아래와 같이 제안한다. 

첫째, 화장품 업계는 대용량 단위의 리필 제품의 개발과 보급에 나서야 한다. 대용량 제품의 공급과 용기를 회수해 재사용하는 제조업자와 책임판매업체 없이 리필 문화는 확산될 수 없다. 

둘째, 일반 화장품 용기는 입구가 좁아 세척과 소독이 힘들다. 화장품 업계는 세척, 건조, 살균이 용이하고 내용물 리필이 편리한 재사용 용기를 개발하고 보급해야 한다.

셋째, 소비자가 직접 내용물만 교체할 수 있도록 재사용 제품의 품목을 다양화해야 한다. 현재 리필형은 샴푸, 린스 등의 세정용품과 아이브러쉬, 파우더 팩트 등 일부 메이크업 제품 정도다. 제품군을 확대해서 소비자가 용기를 재사용도록 해야한다. 

넷째, 환경부는 화장품 리필의 위생관리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 소분만 하는 리필 스테이션의 경우 국가 자격증보다 화장품에 대한 기초 지식, 위생관리 등을 교육하고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 해야 한다. 

사진2. 리필이 용이하게 만들어진 용기 ⓒ 알맹상점

                           

사진3. 아모레퍼시픽 리필스테이션에서 판매하는 전용 용기  ⓒ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어택- 시민들은 행동했다. 

화장품 시장이 성장하고 화려해졌지만 시민들은 아름다움 뒤에 감췄던 플라스틱 쓰레기의 민낯을 확인했다. 시민들은 화장품 용기의 90%가 재활용이 안된다는 사실에 어이없어 했고, 재활용 어려움 표시 예외 적용을 받는 것에 대해서 분노했다.

불과 2주만에 전국 88곳의 상점(무포장가게, 동네책방, 생협, 공방, 카페등)에서 화장품 빈용기 수거 행동이 일어났고, 전국에서 수거된 화장품 용기는 8,000개에 이른다.  ‘화장품 용기 재활용 문제’ 개선을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화장품업계는<2030 화장품 플라스틱 이니셔티브 선언>을 발표하며 2030년에는 재활용 어려움 용기를 없애겠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없는 말 뿐인 선언에 그쳤다. 화장품 업계가 재활용 안 되는 용기를 생산하면서 표시만 하지 않겠다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다. 친환경 기업이 되려면  생산-소비-처리단계에서의 폐기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환경부는 재활용 정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공병 회수를 하기 때문에 재활용 어려움 표시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2021년 3월 24일부터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평가 제도>가 시행된다. 환경부는 화장품 용기에 대해 포장재등급 표시 예외 적용을 철회해야 한다.

2월 25일, 화장품 재활용 문제 개선을 촉구하며 화장품 어택을 진행한다. 재활용이 안되는 용기를 사용하며 죄책감을 느끼는 전국의 시민들은 화장품업계와 환경부에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1. 환경부는 화장품 용기의 재활용 어려움 등급 표시 예외 적용을 철회하라.
  2. 화장품 업계는 재질과 구조를 변경해 재활용과 재사용이 가능한 지속가능한 포장재로 변경하라.
  • 재활용이 용이한  재질로  개선하라 / 공병을 회수해 재활용 하라/리필 재사용 체계를 마련하라.
<그림2. 화장품 빈용기를 수거하는 전국 86곳의 상점들>

*문의: 녹색연합 허승은 (070-7438-8537, plusa213@greenkorea.org)

2021년 2월 25일 화장품 어택 시민행동 

 [화장품 어택 시민행동] 화장품 용기의 재활용 문제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행동하는 시민과 시민단체의 연대단체입니다. 

<함께 하는 단체> 녹색미래,녹색연합,인천녹색연합, 여성환경연대, 알맹상점, 네이버카페 제로웨이스트홈,매거진쓸

<화장품 용기 수거 상점(전국 86곳)>  가치상점, 길위의청년학교,까페여름,나나랩,낯설여관 204호, 내일상회, 노플라스틱카페, 뉴욕요가필라테스/조이필라테스, 느릿느린커피, 늘미곡, 다빈나,다즈네일,달팽이가게,담쟁이,대안생활 공기,더 피커, 더쓸모협동조합,더커먼,덕분애 제로웨이스트샵, 도꼬마리, 동그라미리필러리, 든든돌봄센터, 라므아르, 레드문래, 리더스종합약국, 마산YMCA,마켓발견,매일이 다르다, 모두의부엌, 미바드래프트, 밀양시종합사회복지관,바늘소녀 공작소, 바소랩, 반달서림, 방배살롱, 베르+엄마의신비한책방, 블루보트 게스트하우스 전주점, 비건카페 달냥, 상계9동주민자치회, 새천년 건강한 약국, 서점카프카,소로소로 게스트하우스, 소중한모든것, 솝리필스테이션, 송정마을카페이공(이로운공간),송천미소약국,송포어스,순환지구,숲을공방,심플소요,쑥 (SSUK),에르마나스_이너피스,오늘가게,온타임 공방, 유민얼랏 ,은영상점,인더로우,잘 익은 언어들, 전주퍼스트짐,제로웨이스트 쑥, 조이필라테스평화점, 지구별가게 노형점/ 지구별가게 서호점,지구상점,지구수호대 청라본점, 지구에티켓, 책방시점, 책방심다, 책방토닥토닥,책봄,천연제작소,청주 제로웨이스트 <마당>, 카페 트랜스 (cafe TRANS-), 카페오푸스, 코끼리가는길, 코뿔소책방, 타예르셀바, 페이퍼넛츠, 풀동네 커피랩, 플랜티카, 한살림진해매장, 해밀당, 핸드메이드라이프, 허그어웨일, 홀썸, Dear.eco,Wasteupso: The Zero Waste 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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