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다회용 사회 구축① 사내카페가 ‘다회용컵’ 도입하자 직원들은 매일 환경보호에 동참했다

2021.08.09 | 폐기물/플라스틱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요기요) 사내카페 요기로에서 일하는 맹미경 매니저가 음료를 만들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일회용컵을 선택했던 것이 아니라 이것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써왔던 거잖아요. 이제는 다회용컵에 음료를 내며 환경운동에 동참한다 생각하니 만족스럽게 느껴집니다.”

배달앱 ‘요기요’ 사옥의 사내카페 ‘요기로’. 맹미경 매니저는 커다란 전광판이 달린 카페에서 손을 분주히 움직이며 말했다. 6월 한달동안 요기로 카페가 줄인 일회용 컵 개수는 9,030개. 하루 평균 400개가 넘는 컵이 재사용되는 셈이다. 맹 매니저는 “기존의 일회용컵은 컵과 뚜껑 말고도 일회용 빨대나 홀더를 써야해서 마음이 불편했는데 다회용컵을 도입하면서 컵 쓰레기 말고도 컵 하나에 딸려나가는 홀더와 빨대까지 4종류의 일회용품을 줄였다”며 뿌듯해했다.

기업 사내카페는 출입구가 한 장소에 있는 ‘닫힌 형태’의 공간으로 컵을 사용하고 수거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어 다회용컵으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곳 중 한 곳이다. 요기요 사내카페 외에도 KT 본사, CGV 본사, 현대그린푸드 등의 기업이 사내에서 다회용컵을 도입했다.

ESG경영은 직원 인식변화에서부터 시작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요기요) CSR팀 최희진 팀장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요기요) CSR팀 최희진 팀장은 주문하고, 음식을 받고, 쓰레기가 버려지는 과정에서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바꾸기 위해서는 사내의 변화가 필수라고 판단했다. 이미 사내카페에서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고, CSR팀과 Culture(총무)팀이 협업해 사내카페에 다회용컵 시스템을 기획하고 도입시켰다.

2019년 Culture팀에서 다회용컵 300개를 제작해 배포하는 것으로 시작으로 다회용컵을 전환하기 위한 시도를 거쳤다. 여러 번 쓸 수 있는 컵이었지만 다회용컵을 처음 접한 직원들이 일회용이라 생각해 무심코 버리는 일이 많아 파손율이 높았다. 그리고 다회용기 렌탈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트래시버스터즈’를 만나 현재의 시스템으로 발전시켰다. 다회용컵 전환과 동시에 사내캠페인과 이벤트도 활발히 준비해 높은 호응을 이끌었다.

요기로 카페에서 작년에 300개 제작해 배포를 시도한 다회용컵(좌)과 현재 도입해 운영하는 다회용컵(우)

“(최희진 팀장) 예상했던 것보다 반응이 좋더라고요. ‘혼자서만 갖고 있던 죄책감과 인식이 컸는데 회사에서 바꿔주니까 자신의 가치관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너무 좋아요’라는 반응이 다수입니다.”

“(맹미경 매니저) 다회용컵으로 전환하기 이전보다 쓰레기양이 2~3배 정도 줄어들어 자주 교체하지 않아도 되더라고요. (다회용컵 전환을 계기로) 저도 개인적으로 텀블러와 도시락통을 갖고 다니게 되었고, 스텝들이 사용하는 빨대도 ‘내돈내산’으로 다회용 스테인리스로 바꾸게 됐죠.”

다회용컵 시범 사업 중인 CGV등촌

7월 6일, CGV등촌에서는 다회용컵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탄산음료에 한정해 다회용컵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옵션을 두었고, 7월 27일 3주간 138개의 일회용컵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CGV는 다회용컵 시법사업을 2020년 3월부터 준비했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시범 사업이 지체되자 사내카페부터 다회용컵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변화를 꾀했다.

CGV 사회가치경영팀 이민지 대리가 키오스크 앞에서 다회용컵으로 주문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극장용 음료는 용량이 크기 때문에 제약이 따랐다. 현재는 탄산음료(M) 한정으로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를 만나는 기업들은 내부구성원이 먼저 이용을 해봐야 선택할 수 있어요. 아마 부정적인 반응이 있거나 위생 이슈가 있었더라면 못 했겠지만, 긍정적인 반응이 컸죠. 처음에는 우려가 컸지만 막상 실행해보니 부정적인 의견이 많이 감소했습니다. 다회용기 설문 도입 한 달 만에 실시한 사내 설문조사에 ‘분명히 불편하지만 그 불편을 감당할만한 가치가 분명해 찬성한다’라는 의견을 남겨주셨어요.”

CGV 사회가치경영팀 이민지 대리는 타지역 CGV에서도 같은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CGV는 시범사업에서의 긍정적인 경험을 살려 이후 더 많은 지점에서 다회용컵을 도입할 수 있도록 긴밀히 논의할 예정이다.

극장에 다회용컵을 도입한 사례는 CGV가 처음은 아니다. 롯데시네마는 올해 1월부터 업계 최초 친환경 시네마 선언을 한 뒤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다회용컵 올해 3월부터 다회용컵 시범사업을 도입했다. 또 팝콘 용기의 재활용을 높이기 위해 인쇄 도수를 낮췄다.

뽀득 박현민 매니저가 고척 스카이돔에서 다회용컵 도입 시범사업을 소개하고 있다.

극장뿐 아니라 야구장에서도 다회용품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부터 6월 말까지 고척 스카이돔과 식기 렌탈 및 세척 스타트업 ‘뽀득’은 야구장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다회용컵으로 선택할 수 있는 시범사업을 운영했다. 일부 상인은 다회용컵을 ‘기본’으로 제공해 참여율을 높이기도 했다.

고척 스카이돔의 카페 한 곳은 다회용컵을 기본으로 제공하며 하루 100여 잔의 플라스틱 컵을 줄였다.

많은 사람을 수용하는 야구장내에는 물과 커피를 제외한 취사가 금지되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음료를 밖에서 마시고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매일 평균 100잔 이상의 시민참여를 이끌었다. 취재를 위해 고척 스카이돔에 방문해 다회용컵을 사용하는 시민들에게 소감을 물었더니 “기본값이 다회용이라 큰 고민없이 마시고 있다”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밝혔다.

‘위생 기준’ 정립돼야 도입하기 쉬워, ‘인센티브’도 필요

CGV에서는 임직원들에게 초기 도입과정에서의 위생에 대한 우려를 줄이고, 환경에 도움이 되는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 객관적 증빙자료를 제시하며 안전함을 강조했다. 위 이미지는 CGV 임직원들에게 보내진 메일을 캡처한 장면


코로나-19 상황과 위생에 대한 개인적인 기준이 천차만별인 만큼 다회용컵을 도입하는 데에는 위생에 관한 우려가 가장 컸다. 따라서 다회용컵 도입은 위생 기준에 대한 충분한 근거와 홍보를 필수로 마련해야 했다.

트래시버스터즈의 컵을 사용하는 요기요와 CGV 사내카페는 뽀득에서 세척을 거친 뒤 컵을 받는 시스템으로 총 7단계의 세척과정을 거친 다회용컵을 재사용하고 있다. 아직 다회용컵이 보편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이 다회용컵을 보다 쉽게 선택하는 법으로 이 대리는 ‘법적 기준’을 꼽았다. ‘HACCP’과 같은 위생에 대한 인증제도가 있으면 기업에서는 결정하기 쉽다는 것.

“세척공장이 잘 되어있지만 체크할 규정이나 규범이 있으면 믿고 따라가면 되는데 이에 대한 객관적 규정이 아직 존재하지 않고, 다회용기 도입을 처음 검토하는 상황에서는 어떤 근거로 신뢰를 해야 할지 판단이 어렵더라고요. 정부가 세척공장의 규모, 설비, 작업복 등의 기준을 마련해서 인증제도를 도입하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그 인증을 믿고 판단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요기로 카페에서도 다회용컵이 일회용컵보다 위생적이라는 포스터를 곳곳에 비치해 홍보하고 있다.

또한 영화관의 크고 다양한 사이즈의 메뉴를 다회용기에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용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R&D 부분에서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양사 담당자는 일회용품 감축에 대한 세제 혜택이나 인센티브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요기요에서는 “배달 용기를 수거하는 것을 수익으로 돌리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지만 어떻게 개선해도 손실”이라며 배달 쓰레기를 줄이는 것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면 배달 쓰레기까지 해결하는 데 큰 발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환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키오스크에서 다회용컵을 주문하자 화면에 반납에 대한 안내가 나타났다.

“CGV등촌에 다회용컵을 세팅하는 첫날 학생들이 관람하러 와서 ‘야. 이거 환경 지키는 거야. 이걸로 해야지’ 하면서 선택하더라고요. 코로나-19 때문에 정확한 성과를 측정하기에 무리가 있지만 앞으로 반응이 점점 좋아지겠죠.”

CGV는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며 관객이 대폭 감소한 상황에서 다회용컵을 도입하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여러 상황이 어려웠지만 CGV에서는 과감하게 결정한 데에는 비용이 크게 비싸지 않다는 점도 한몫했다. 이 대리는 특히 사내카페에 다회용컵을 전환하는 것이 사원들의 인식을 크게 바꾼다고 강조했다. 막상 도입해보니 준비와 비용증가가 크지 않았고, 적극적이고 상세한 소통을 이어나간다면 긍정적인 반응과 참여를 충분히 끌어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요기요 사내카페 요기로에 비치된 다회용컵

최희진 팀장도 요기요 사내카페에서도 일회용컵을 사용할 때보다 비용이 10% 정도 올랐다고 밝혔다.

“사내카페에 다회용컵을 도입하는 걸 다른 회사의 조직문화나 사회공헌 분야에서 많이 고민할 텐데, 막상 참여해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도 많아요. 심지어 청소하는 분들에게 물어보니 ‘너무 좋다’, ‘쓰레기양이 확 줄였다’는 반응이에요. 직원들도 내가 다시 쓸 컵이라고 생각하니 한 번쯤 씻고 버리고,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에 대해서도 생각하면서 단순히 컵 재사용을 넘어서는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로 뻗어 나가고 있어요.”

우리는 식당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다회용 식기와 수저를 이용해 밥을 먹어오면서도 다회용컵에 대해서는 유독 엄격했을까. ‘기본값’을 바꾸려는 마음을 먹기는 어려웠지만 막상 기본값을 바꾸자 참여자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개인의 일상을 돌아보고, 주변의 동료를 살피고, 회사의 정책을 따져보며 고민과 행동이 다양한 갈래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시도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요기요 사내카페 컵에 ‘It’s not a big deal(별일 아니다)’ 적혀있는 것처럼.

작성자: 이아롬(녹색연합 회원)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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