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다회용 사회 구축④ 경기도 배달특급 다회용기 시범사업 이용기

2021.09.28 | 폐기물/플라스틱

다회용기 배달, 한번 시켜봤습니다

[슬기로운 다회용 사회 구축④] 경기도 배달특급 다회용기 시범사업 이용기

배달어택 참가자들이 보내온 배달음식 일회용기 ⓒ 녹색연합

2020년 10월 녹색연합 배달쓰레기 시민 의식 조사 이후, 배달용기 뒤에 따라붙는 꼬리표 중 대표적인 문구는 ‘죄책감’이었다. 시민 4명 중 3명인 76%의 응답자가 배달쓰레기를 버릴 때 ‘마음이 불편하거나 죄책감이 든다’는 응답을 했기 때문이다.

이어진 문항에서 배달쓰레기 처리대책에서 가장 시급한 것으로 시민 40%는 다회용기 배달 시스템을 꼽았다.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 삶에 배달음식은 죄책감으로 남아 있다.

녹색연합 배달쓰레기 시민의식 조사 설문 결과

이런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올해 7월부터 경기도 화성 동탄 1·2신도시에서 죄책감을 덜어주는 배달 서비스 시범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경기도 공공 배달 앱인 ‘배달특급’에서 정부·지자체·자영업자가 함께 시작한 다회용기 배달 시범사업으로, 3업체로 시작해 49업체(9월 24일 배달특급 앱 그린캠페인 검색 결과에 소개된 업체 기준)가 동참하고 있다.

2021년 초 녹색연합에서 다회용 사례조사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로 이런 시도에 대한 소식이 들리자 우리는 경기도 화성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과연 다회용기 배달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띵동! 죄책감 줄인 배달이 도착했습니다

배달특급 앱으로 주문해 받은 국물떡볶이 세트와 김치찌개. 다회용기의 종류는 총 세가지였다. ⓒ 녹색연합

8월 말 화성에 도착한 우리가 주문해 받은 음식은 국물떡볶이 세트와 김치찌개. 8월에는 20여 곳의 업체가 다회용기 배달을 진행하고 있었다. 다회용기 조사를 하며 ‘국물 있는 음식’에 대한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들어온 터라 과연 어떻게 배달이 올 것인가 궁금했다. 떡볶이와 김치찌개를 선정해 주문을 했고, 일회용 수저세트를 거절하기 위해 수저세트와 텀블러도 야무지게 챙겼다.

국물 떡볶이 세트는 비교적 밀폐가 잘 되는 탄탄한 용기에 비닐 없이 잘 포장되어 왔다. 운반을 위해 비닐봉지를 한 장 썼지만 각 음식마다 다회용기 또는 종이에 포장되어 도착했기 때문에 주문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죄책감을 크게 덜 수 있었다.

문제는 김치찌개. 보통 배달 주문 시 국물이 많은 음식은 비닐로 한 겹 포장되어 다시 일회용기에 싸이는 경우가 많다. 김치찌개 역시 다회용기에 담기기 전 비닐로 한 겹 포장되어왔고, 밥도 일회용기에 담겨왔지만 주문할 때부터 포장되어왔다. 시범사업이라 용기가 다양하지 않아 김치찌개 가게의 경우에는 용기의 보완이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김치찌개 가게는 배달 앱으로 음식을 주문할 때부터 다회용기에 대한 설명이 충실했고, 내용물에도 다회용기 사용에 대한 홍보물이 함께 동봉됐다. 홍보물에는 코로나19 이후 주문량이 급증한 배달 주문 시장 통계와 다회용기를 반납하는 방법이나 주의사항, 다회용기가 안전하고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 안내됐다.

일회용보다 질 좋은 용기에 담겨 끼니를 ‘때우는’ 느낌도 없었다. 팀원들은 집에서 직접 싸 온 도시락을 먹는 기분으로 식사했고, 양이 많았지만 식기가 잘 갖춰진 만큼 남김없이 맛있게 먹어야 한다는 기분에 국물까지 싹싹 비우며 즐거운 점심 식사를 마쳤다.

반납하는 방법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용기를 한 번 헹궈 포장되어 왔던 비닐봉지에 넣은 뒤 배달 받은 장소에 두면 끝. 여러 번 닦아도 찌든 국물과 기름이 잘 빠지지 않는 일회용기와는 달리 가볍게 헹구는 것으로 충분히 깨끗해졌고, 일회용품을 씻어서 말리고 분리·배출하는 과정보다 훨씬 간편했다.

배달음식을 다 먹은 후 음식을 받은 곳에 비닐에 싸서 두면 라이더가 수거해간다. ⓒ 녹색연합

시범사업에 동참한 사장님, 한번 만나봤습니다

우리는 다회용기 안내를 충실하게 제공한 백채김치찌개 동탄카림애비뉴점에 들러 사장님을 만나기로 했다. 아직 시범사업에 동참한 업체 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이 시범사업에 동참하게 되었는지, 주문량은 얼마나 있는지, 궁금한 점이 많았다.

백채김치찌개를 찾아가자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카운터에 놓인 카페라테. 텀블러에 담긴 카페라테는 우리를 안심하게 했고, 점주는 최근 아들의 영향으로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들이 중학교 1학년 학생인데 평소에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텀블러도 아들이 잔소리를 많이 하니까 사서 쓰게 되었죠. 쓰레기가 나오는 것도 스트레스이지만 사실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일회용품을 계속 사고 버리는 것이 부담이잖아요. 그래서 작은 실천부터 하게 됐죠.”

해당 업체에 적재된 배달용기 ⓒ 녹색연합

김치찌개 식당 점주 역시 그동안 “전혀 재활용이 안 되는 일회용기 포장에 대한 죄책감이 컸다”는 것이 시범사업 참여에 큰 계기가 됐다. 아직은 시범사업에 보급되는 용기가 김치찌개 메뉴에 사이즈가 맞지 않고, 다회용기를 적재할 장소도 마땅치 않다. 또 혼자서 가게를 꾸려가고 있어 늘 일손이 바쁜데 손에 익지 않아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불편하고 아쉬운 점이 많다.

장점은 오직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지만 지금은 경기도 시범사업으로 용기가 지원되고 있고, 세척도 지원을 받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할만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점주는 “김치찌개 고기를 따로 포장하게 되어 있지만 찌개에 넣어서 배달하는 등 일회용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을 고민하며 포장한다”는 소회도 덧붙였다.

일회용 쓰레기 없는 배달사업, 결국 배달3사가 함께 해야 하는 일
“주문량의 90%가 ‘배달의민족’을 통해서 들어와요. 이제 쿠팡이 조금 많아지고, 그다음에는 요기요입니다. 배달특급으로 오는 주문은 아직 많지 않아요.”

9월 말, 해당 김치찌개 식당에서 배달에 사용한 다회용기는 3개. 공공 배달 앱인 배달특급은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배달앱 후발주자로, 민간 배달 앱에서 매출을 증대하기 위해 운영하는 것과 목적이 다르다.수익을 내기 위한 마케팅도 민간 앱에 비해 활발하지 않아 사용자가 많지 않다. 다회용기 주문 양도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일회용 수저 안 받기’ 기본값 변화 이후 선택률이 최소 10%대에 머물러 있던 것이 최대 70%대까지 늘어났다. ⓒ 녹색연합

배달특급이 다회용기 시범사업을 도입하며 “응원하려고 일부러 배달시켰다”는 후기가 있는 만큼, 입소문이 늘어나 가맹업체는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배달특급이 유일하게 다회용기 사업을 진행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지금까지 배달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만 머물러 있었다. 시민들이 용기를 직접 가져가 포장하거나, ‘일회용 수저 안 받기’를 선택하는 것뿐이다. 시민들의 노력은 의미 있고 꼭 필요한 일이지만, 생산과 유통단계의 변화 없이 일회용 플라스틱이 감소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 배달 앱 3사가 일회용 수저를 필요할 때만 선택하도록 바꾼 뒤 일회용 수저 안 받기 선택률이 10%대에 머물던 것이 70%대까지 늘어난 것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일회용 수저 6500만 개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일회용 배달 주문 포장 사례. 각각의 메뉴와 소스까지, 한 끼에 포장된 일회용품 수는 결코 적지 않다.ⓒ 녹색연합

배달특급 다회용기 시범사업은 다회용기 시스템을 구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배달 앱의 역할을 보여준다. 배달 앱은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식당 정보를 공개하고, 다회용기 사용 식당에 대해 수수료를 낮추거나, 다회용기 사용 식당 정보를 상위에 노출하는 등 다회용기 사용을 유도하고 촉진할 수 있다. 다회용기 사용에 따른 회수·세척 또한 배달 서비스의 한 과정이기 때문에 배달 앱 역시 다회용기 서비스를 구현해야 할 책임이 있다.

최근 기업의 ESG 경영에 대한 관심으로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다회용기 서비스는 환경을 지키고 일자리를 만들어 ESG 경영을 실현할 수 있는 해답이다. 배달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는 배달 앱은 다회용기 서비스를 도입해 일회용 배달 쓰레기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작성자: 이아롬(녹색연합 회원)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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