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사건은 두 번 반복된다던 철학자 헤겔과 ‘첫번째는 비극으로, 두번째는 희극으로’라는 말을 덧붙인 사회과학자 마르크스. 이 둘의 말을 전혀 다른 맥락에서 차용했던 적이 있다. 공사는 두 번 반복된다. 첫번째는 개발사업으로, 두번째는 복원사업으로. 수십조원의 예산을 들여 4대강을 망가뜨린 개발사업을 보면서, 언젠가는 다시 복원 될 4대강을 생각하면서 두 번 반복된다는 문구를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이 반복은 전쟁을 두고도 변용이 가능하다. 첫 번째는 군수산업으로, 두 번째는 재건사업으로. 돈벌이는 그렇게 두 번 반복된다.
과연 이성이란 것이 존재하는지, 근원적 질문을 던지게 하는 전쟁을, 우리는 과거 역사나 세계사가 아닌 현재 시점에서 목격하고 경험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댄 스미스 소장에 따르면 2022년 공개적인 무력 충돌을 빚었던 국가가 56개국이나 된다고 한다. 2010년에는 이보다 적은 30개 국가에서 무력충돌이 있었고, 2011년부터 2020년 사이에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인원은 그 전 10년간에 비해 두배라고 한다. 난민의 수 역시 두배 늘었고, 군사비 지출도 사상 최대였다고 한다.
이쯤되면 야만이나 미개함은 과거의 것이라 생각하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과연 넘어선 것은 무엇이었나 하는 회의가 든다. 물론 전쟁을 통해 이익을 보는 세력, 전쟁을 불사하는 것을 넘어 전쟁이 필요한 세력에게 그런 질문은 세상의 이치를 덜 깨달은 순진해 빠진 상념쯤일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안보라는 이름으로, 평화유지라는 이름으로 미화되며 군대가 유지되고 무기가 만들어지고, 전쟁으로 충돌한다. 생명을 살상하고 폐허로 만들고 환경을 파괴하고 오염시킨다.
지금 이순간에도 대표적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무력으로 대립하고 있고, 그 사이에 각 나라들이 개입한다. 무기로, 파병으로, 평화 유지 혹은 재건 사업이란 명분으로. 그러나 전쟁은 참혹과 폐허를 넘어 또 한번 전 세계를 위기에 몰아 넣는다. 전쟁으로 인한 탄소배출도 반복되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무기 생산과 파괴로, 두 번째는 복원사업으로. 이 반복된 배출 역시 누구를 위한 것일까.
군사분야 온실가스 배출
기후위기라는 관점에서 군사분야 방위산업을 특히 문제삼는 것은 이 분야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5%(SGR, Scientists for Global Responsibility)와 CEOBS(The Conflict and Environment Observatory, 2022년 산출)를 차지하는 화석연료 소비의 주 진원지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군대를 하나의 나라로 비유한다면, 탄소발자국이 중국과 미국, 인도에 이어 4번째로 높은 나라라는 표현도 가능하다고 한다.
이제까지 군사 및 방위산업이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거의 그리고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체결된 1997년 교토의정서에서는 군사 분야 탄소배출량을 각국의 배출량 집계에서 제외하기로 했고, 2015년 파리협약에서도 군사부문 배출량 보고를 의무사항이 아니라 자발적 선택사항으로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이 높은 국가들이 군사활동 및 군비 소요가 높은 편임을 볼 때, 배출량 보고를 의무로 두지 않은 것은 문제다.
그 많은 군비를 기후기금으로 쓴다면?
당연하게도 군사활동과 국방비는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2022년 세계적으로 소요된 군비는 2조 2천억 달러를 육박했다(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G20 국가들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전 세계의 ¼ 수준인데, 국방비 지출 역시 상위권에 들어있는 이 나라들의 군사활동이 축소된다면,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들게 됨은 물론 기후재원 마련에 더 많은 여지가 생긴다. 기후위기의 책임이 덜한, 그러나 피해를 입고 있는 나라들의 기후기금이나, 탄소감축을 위한 산업구조 개편을 위한 기후 금융 규모로의 전용이 가능하다. 군비 감축, 평화를 통해 이룰 수 있는 것은 그 자체를 넘어선다고나 할까.
우리나라 국방예산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재정 대비 국방비는 2004년 15.8%에서 2023년 12.8%로 비중은 줄어들었지만 실제 비용은 18.9조원에서 57조원로 증가했다. 무기 산업도 호황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173억 달러의 방위산업 수출 수주 실적을 세웠고 미국, 러시아, 프랑스에 이어 세계 4대 방산수출국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이렇게 방위산업 성장이 수출 실적으로 평가되고, 산업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국방비와 군수산업을 둘러싼 군축 논의는 안보 논리와 맞물린 채 진전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첨예한 여러 경제적 이해관계가 맞물린 가운데 군사분야 축소에 대한 저항을 뚫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무기를 팔아서, 그것도 살상 무기를 팔아서 경제를 부흥시키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것, 그것으로 복지를 누리는 방식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 군사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0년 기준 전국 783개 공공기관이 배출한 양보다 많은 388만톤(국방부)이나 된다는 점도 상기해봄 직 하다. 국방부가 정확한 산출 근거를 공개하고 있지 않아 이 역시 대단히 보수적으로 집계된 것이라 추측할 뿐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직접 배출량과 간접배출량으로 구분되고, 연료 연소로 인해 직접 배출되는 것과 해당 기관이 구입한 열이나 전력 등의 사용으로 인한 간접배출, 조달 및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간접배출로 나눈다.
온실가스 배출량 범위를 어디까지 산정하느냐에 따라 배출량 규모의 편차가 매우 크다. 모두 합산하는 방식이어야 마땅하다. 또한 이 배출 범위 외에도 전쟁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까지 고려해야 군대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범위와 영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한국군의 배출량이 어느 범위까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한 것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온실가스 배출, 군사부문 예외로 두면 탄소배출제로 도달 요원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탄소배출량과 유럽 국가별 비교 ⓒ 우크라이나 환경부
그런 가운데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1년 동안 발생한 온실가스가 벨기에가 한 해 배출한 온실가스 양에 버금간다는 통계(우크라이나 환경부)가 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5%나 되는 군사부문의 탄소배출을 줄이려면, 우선 군사분야의 탄소배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전쟁 및 군사활동으로 인한 탄소배출량을 정확히 제대로 집계해야 한다. 나날이 늘어만 가는 국방 예산은 기후위기 대응 및 적응 예산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평화와 기후, 생명을 말하는 이들이 한결같이 대규모 학살과 파괴를 전제로 대규모 탄소배출을 동반하는 군사훈련과 전쟁을 중단해야 한다고 소리내는 이유이다.
글. 임성희 그린프로젝트팀장 (070-7438-8512, mayday@greenkorea.org)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