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으로 바라본 용산다크투어] 5월 프로그램에 참여해주셨던 채경민님께서 참여 후기를 보내주셨어요!
녹색연합에서 진행한 용산 다크 투어에 다녀왔다. 녹사평역의 집수정을 시작으로 용산어린이정원까지, 오염이라는 초점에 맞춰 미군기지 관련 장소와 반환받은 용산 부지를 둘러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미군기지는 이전했지만 잔해는 곳곳에 남았다. 책임지지 않은 채 남겨두고 간 오염 잔해들이 그렇다. 그라피티가 그럴듯하게 그려진 높다란 벽도 오염수를 담아놓은 집수정의 매캐한 기름 냄새까지는 숨길 수 없었던 모양이다. 윤택하게 펼쳐진 정원 잔디와 호화로울 정도로 조성된 화려하고 예쁜 식물들 밑으로는 미군기지의 오염물질이 고스란히 묻혀있다.
환경 기준치 충족이 어려워 공원이 아닌 정원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했던 이곳이 정말 어린이를 위한 곳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치명적인 독성물질이 수십 배나 넘게 검출된 곳에서 해맑게 축구하고 있던 아이들. 흐린 날씨만큼이나 마음이 어둡고 무거웠다.
환경단체에서 왔다는 이유로 공항보다 엄격한 검문과 소지품 압수를 당해야 했고, 정원을 돌아보는 내내 관계자의 시선을 느껴야 했던 경험도 내겐 조금 충격이었다. 여러모로 다크하지 않을 수 없던 투어.
번지르르하고 그럴싸한 포장 안에 무엇이 감춰져 있는지 지속적인 관심과 비판적인 시선을 늘 견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씁쓸하고 안타깝지만 나와 내 가족, 내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그래야만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던 조금 슬프기도 한 날이었다.
글 – 채경민 참가자
정리 – 박상욱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