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24/05 ‘오염으로 바라본 용산다크투어’ – 이진수

2024.05.21 | 군기지

[오염으로 바라본 용산다크투어] 5월 프로그램에 참여해주셨던 이진수님께서 참여 후기를 보내주셨어요!

용산다크투어 소책자

용산은 오늘날 초고층의 아파트, 최고 권력자가 머무르는 대통령실, 다채로운 문화가 뒤섞인 이태원 등 서울의 ‘스펙타클’을 내재한 장소이다. 그러나 지난 5월 11일 오후 악천후 속에서 진행된 용산 다크투어는 말 그대로 그곳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계기였다. 나는 열정적인 활동가들 그리고 호기심 많은 다른 참여자들과 함께 그 이면을 둘러볼 기회를 운좋게도 얻게 되었는데, 화려한 경관에 내재된 슬픔을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희망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라피티가 덧씌워진 이태원 광장 집수정 이진수

녹사평역으로부터 이태원으로 가는 길에 있는 집수정은 오히려 ‘집유정’이라고 불릴만하다. 용산기지로부터 새어나오는 기름을 모으는 곳들은 그 경계 너머 우리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그 땅에서 미군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를 궁금케 했다.  사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를 궁금하지 못하도록 하는 당국의 은폐일 것이다. 지난 1년동안 기름을 빼내는 집수정에 담장을 세우고, 또한 그 담장에 그라피티를 그려넣는 일을 미국이 아닌 한국의 행정당국이 시행해 왔다는 것은 미군기지 환경문제가 꽤나 단순치 않다는 것, 매우 복잡한 권력관계의 산물이라는 점을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일 것이다.

용산 한복판에 위치한 옛 캠프킴 부지, 오염 및 비산먼지 발생 공사현장이기 때문에 기다란 펜스가 세워져 있다

여전히 반환되지 않은 용산기지 그리고 반환된 일부 토지들 (이를테면 캠프킴, 용산어린이정원) 에 둘러쳐진 높디높은 울타리는 우리에게 그 상처를 치유하는 데 있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함을 웅변하고 있다. 캠프킴은 공원이 아니라 아파트 단지로 변모될 예정이라고 한다. 분명 그 오염된 땅에 투영된 자본주의적 욕망은 잠정 중단된 공사를 재개시켜 그 높은 울타리를 빠르게 열어젖히도록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해결 방식이 과연 환경정의를 달성하고 미군이 주둔했던 70년 영욕의 역사를 치유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될까? 지난해 말 한국환경공단이 캠프킴의 상황을 알리는 설명회를 얼렁뚱땅 넘어가려 했다는 점은 그 길이 요원할 수도 있음을 방증한다.

용산어린이정원 내부
용산어린이정원 내부에 설치된 전시 부스

용산어린이정원은 용산기지가 가진 난맥상을 가장 잘 보여준다. 용산기지는 광범위한 환경관리가 요구될 터인데, 여전히 전혀 정화되지 않은 채 일부가 정원화되어 개방되었다. 용산어린이정원은 마치 기괴해보일 정도로 단정된 공간이면서도, 매우 복합적인 공간이었다. 정원 내부의 일부 공간은 용산기지를 개방하는 임시변통적인 방법들로 주한미군의 가족적인, 문화적인 이야기들 그리고 대통령의 어린이 사랑(?)을 보여주도록 꾸며져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가 미군을, 어린이를 사랑하는 만큼 환경을 사랑하길 희망한다. 그것이 그 땅에 새겨진 아픈 역사를 치유하고 용산기지를 시민의 품으로 돌리는 더 나은 길이 될 것이다.

용산다크투어 참가자 단체 사진

약 3시간 여동안 진행된 투어는 아픔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다. 함께 투어를 따라가며 나는 또한 희망을 발견했다. 나를 포함해 참여했던 다수는 도심 한복판에 내재된 환경오염을 오감으로 느끼며 때로는 분노했다. 투어에 참여할 때 나는 “녹색 민주주의 혁명을 위하여”라는 책을 갖고 있었다. 용산 다크투어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고 많은 시민이 이 투어에 참여해 직접 서울에 숨어 있는 모습을 발견할 때, 용산에서의 녹색 민주주의 혁명은 소소한 꿈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글 – 이진수 참가자

정리 – 박상욱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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