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24/11 ‘오염으로 바라본 용산다크투어’ – 조아라

2024.11.20 | 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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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초 칠곡 왜관을 다녀오면서 전국의 미군기지가 있는 땅 속에 오염물질들이 묻혀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땅 위에서도 많은 일들이 있어, 땅 밑은 생각은 미처 하지 않아서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기차역을 가던 중 미군 부대(캠프 캐롤)가 나왔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하기 시작했고, 나오는 여러 글들 속에서는 은폐, 방류, 고엽제, 미군들의 기자회견 등 당시의 뉴스와 신문기사,  그 당시 나라를 들석거렸던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수백대의 큰 군용트럭을 보며 걷는데, 그때 우연히도 가족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이곳에서 군복무 기간 중 잠시 머물렀던, 미군이 철수하고 통폐합되면서 여러부대를 옮겨다니던 가족의 전화였습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모이게 되었을 때 왜관에서 잠시 있었던 미군 부대를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두달 가량 있었던 기간 중 2주 동안 미군부대 안에서는 숙소를 나서기 전에는 반드시 머리부터 발끝까지 입는 방호복을 입고 다니도록 했다는 경험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들이 군 복무 중인 일개 한국장병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해줄리 없지만, 거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심상치 않은 상황이 발생했고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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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용산 다크투어를 하며 저는 시간을 거슬러 더 오래된 시간들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전쟁기념관에서는 한국전쟁, 남북으로 분단된 한반도에서 현 시국 상황, 용산으로 가던 길에 마릴린 먼로가 위문 공연 USO(미국위문협회) 터, 한국을 방문했다고 전설로만 들었던 사진과 화면이 실제 존재한 곳이 멀지 않은 주변에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용산의 미군 부대로 친구들이 그룹을 지어서 주말에 영어를 배우는 것이 유행했고,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믿기지 않았던 효선이와 미순이 사건 등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 우리 마음속에 묻어둔 공동의 기억이 어제 일처럼 떠올랐습니다.

마지막 코스는 용산 반환 기지가 ‘용산 어린이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일부가 개방된 그 땅을 밟고 들어갔습니다. 여전히 통제로 가득 찬 이곳은 과연 한국인가?라는 답답함과 착잡함이 더해졌고, 마치 나라가 없는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닌, 그동안 보지 못했고, 지금도 가려져 있는 석연치 않은 것들로 가득찬 의문들 투성이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지상파 뉴스에서 녹색연합과 설악산의 오색케이블에 대한 보도를 보았습니다. 녹색연합이라는 단어에 가던 길을 멈추고 본 뉴스는 아마도 녹색연합의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남의 일처럼 멀게 지나쳐버렸을 실재의 것이었습니다. 정지화면과 사진 속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의 우리의 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기를 바라며 녹색연합을 응원하고 지지하겠습니다.

글 – 조아라 참가자

정리 – 박상욱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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